김해 코앞인데 굳이 인천 간다…'딸기 수출 92%' 경남 한숨
수출하는 국내 딸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남 딸기가 가까운 김해공항 대신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하루 내지 하루 반나절 정도 해외 운송이 지체되면서, 경남 딸기 수출 농가는 품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1.5일 날리는 인천공항 루트
딸기를 수확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곧바로 항공기에 실리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다음 날 저녁쯤 수출길에 오른다고 한다. 늦으면 그다음 날 오전 나가기도 한다. 국제선에 실리는 국내 전체 항공화물의 99%가 인천공항에 몰리려 선적이 적체되기 때문이다.
경남 딸기가 해외 시장에서 소비자를 만나기까지는 1~2일 더 걸린다. 수확부터 해외 현지 시장에 경남 딸기가 도착하는 데 총 3~4.5일 걸린다. 신선농산물인 딸기는 유통 기간이 7일 안팎으로 짧다.
“시간이 중요한데…” 덜 익은 딸기 내놓는 농가
이처럼 해외 운송이 하루 반나절 가량 늦어지면 딸기 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딸기는 줄기에 달린 상태에서 완전히 숙성돼야 달콤·새콤한 맛이 최고에 이른다. 하지만 운송이 지체되는 만큼 저장 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수출농가에서는 숙도(熟度·익은 정도) 60~70% 수준에서 수확한다. 날이 풀리는 3~4월에는 50% 정도의 새파란 상태로 수출하기도 한다.
수년 전에는 딸기 수출 품종으로 '매향'을 선호했다. 수확 후 과실이 숙성되는 후숙(後熟) 과정을 통해 단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 수출 농가에서는 후숙이 안 되는 '금실' 품종으로 바꿨다. 수확량이 매향보다 1.5배 정도 많고, 수출이 막히면 내수용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한국수출딸기생산자연합회 윤갑수 회장은 “수입 업체도 운송 과정서 딸기가 상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푸르더라도 따달라’ 한다”며 “맛도, 향도 떨어지는데 어쩔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해공항 더 가깝지만…화물전용기 인천공항서만
대한항공 이외 다른 항공사, 특히 김해공항을 많이 이용하는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은 어렵다. 딸기를 항공기에 많이 실어 보내려면, 화물 팔레트를 이용해야 한다. 300kg 넘는 딸기 박스를 실은 화물 팔레트의 높이는 1.6m에 달한다. 이 때문에 중·대형 항공기에는 팔레트로 화물 적재가 가능하지만, 소형 항공기는 화물칸 층고가 낮아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출 딸기 92% 경남산…“품질경쟁 시대인데 걱정”
문제는 한국 수출용 딸기는 대부분 운송하는 데 오래 걸리는 경남에서 생산된다는 데 있다. 8일 케이베리·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딸기 수출액은 5874만 달러(728억원)다. 이 중 92%인 5397만 달러(669억원)어치가 경남산이다.
케이베리와 경남도는 신선농산물 주산지 인근인 김해공항 수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케이베리 관계자는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일본산 딸기는 숙도가 90% 이상 된 상태에서 수출한다”며 “WTO(세계무역기구) 협정 때문에 내년부턴 국내 수출 농산물에 정부가 물류비를 지원하지 않아 품질 경쟁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운송 시간을 줄여 신선도를 높임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진주=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날 50대로 보더라"…90세 가천대 총장이 밝힌 인생의 기적 | 중앙일보
- 축구 생중계 중 야릇한 여성 소리…BBC 뒤집은 방송사고 범인 | 중앙일보
- 마스크 쓰랬더니 "연예인이라 지적하냐"…유명가수 KTX 난동 | 중앙일보
- '6740만원 BMW' 내놓은 편의점…실제 설 선물로 팔렸다 | 중앙일보
- “내 남편의 바람을 고백합니다” 이래야 아옳이가 돈을 번다 | 중앙일보
- 車 블랙박스 방향 바꿔논 아내…불륜 증거 잡았는데 유죄? | 중앙일보
- 흡연 단속하던 아버지뻘 공무원에 '니킥' 날린 20대 여성의 최후 | 중앙일보
- 이재명과 손 잡은 남성이 김성태? SNS에 퍼진 이 사진 진실 | 중앙일보
- 124억 들인 마틴 루서 킹 조형물..."음란행위처럼 보인다" 논란 (사진 2장) | 중앙일보
- "천재 아닌데 독특했다" 노벨상 1순위 오른 서울대 전설의 남성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