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이란은 언제까지 우리의 친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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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UAE 주둔 아크 부대 방문 중 "우방 UAE의 적이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이 논란이다.
이란의 해명 요구에 우리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양국 관계와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이란과의 핵 합의가 사망했다고 발언한 상황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를 추구하는 한국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이란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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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UAE 주둔 아크 부대 방문 중 "우방 UAE의 적이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이 논란이다. 수교국을 상대로 한 외교적 수사로는 부적절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이란 관계를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
이란이 우리 정부에 해명을 요구했다지만 이는 이미 거세진 물줄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주장일 뿐이다. 이란은 지난달 맹방으로 여겨왔던 중국으로부터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이다. 시 주석은 이란과 갈등하는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데 이어 제1차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해 사우디 중심의 중동 관계에 동의했다. 특히 시주석은 이란·UAE 간의 영토분쟁에서 UAE의 손을 들어줬다. 발끈한 이란이 자국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했지만,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후춘화 부총리가 이란을 방문해 무마했지만 중국이 중동 외교 정책이 달라졌음을 확연히 보여주는 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이란의 우방이다. 양국관계는 맹방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은 이란의 석유를 수입했고 이란은 중국제 무기를 수입했다. 이런 중국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그만큼 중동의 흐름은 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지난 30여년간 중동을 바라보던 시선을 수정해야 할 시점이다. 심지어 이란은 핵과 미사일 개발은 물론, 국제적 비난의 살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자국 인권침해는 물론이거니와 러시아에 드론을 수출해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토록 했다.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 미사일 기술의 원천도 이란이라는 의혹이 짙다.
이란의 해명 요구에 우리 외교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양국 관계와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 등 서방 세계가 지적하는 이란 내 히잡 시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도 이런 대접을 받는 게 우리 외교의 현실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이란과의 핵 합의가 사망했다고 발언한 상황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를 추구하는 한국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이란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것일까. 이란의 석유가 꼭 필요해서, 언제 열릴지 모르는 이란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변명은 구차하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란 정권이 수십 년 동안 자국민의 근본적 자유를 부정하고 협박과 강요, 폭력으로 억압하고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서울 강남에 테헤란로가 생긴 1977년 이란의 국내총생산(GDP)은 806억달러, 우리의 GDP는 384억달러였다. 2021년 이란 GDP는 3597억달러, 한국은 1조8000억달러다. GDP수치만 봐도 한국과 이란의 관계가 과거와 같을 수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테헤란로를 개설하던 때는 팔레비 왕조 시대의 이란이다. 여성들이 히잡을 벗고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 있던 때다. 지금의 이란은 여성 인권 신장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폭력진압 하는 반인권국가로 변해버렸다. ‘흑화’한 친구를 달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눈감았던 문재인 정권의 실수를 윤석열 정부가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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