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서 재점화된 '美 IRA' 논란…유럽까지 확산되나

박영국 2023. 1. 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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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경제인들과 정·관·학계 유력인사들이 모여 세계 경제의 현안과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미국-중국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현안에 대한 해법이 제시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의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결국 자체적인 무역 규제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 우리나라와 같이 거대 시장을 갖지 못한 무역국가에는 악재만 추가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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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미·중 보호무역주의 비판하며 '역외보조금 규정' 등으로 대응 천명
중국은 서방 금리인상 기조 비판…'해법' 보다 '대립' 심화
17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과 류허 중국 부총리의 특별 연설 모습. ⓒUPI/AFP/연합뉴스

전세계 경제인들과 정·관·학계 유력인사들이 모여 세계 경제의 현안과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미국-중국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현안에 대한 해법이 제시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의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결국 자체적인 무역 규제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 우리나라와 같이 거대 시장을 갖지 못한 무역국가에는 악재만 추가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 연차총회 특별연설에서 “기후변화에 전 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공정한 접근법과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 분야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효과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정책적 폐쇄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일부 인센티브 제공과 관련해 미국 IRA의 특정 요소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EU 기업들과 EU에서 제조된 전기차들도 IRA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대서양(미국-EU)의 무역과 투자가 분열되는 것을 피해야 하며, 각각의 인센티브 제도가 공정하고 상호 보강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향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중국은 값싼 에너지와 낮은 인건비, 느슨한 환경 규제를 약속하며 유럽 및 다른 지역 기업들의 자국 이전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자국 산업에 대해서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EU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자체적인 무역 규제를 제시했다. 특히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EU의 역외보조금 규정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공공 조달이나 기타 시장이 그와 같은 보조금으로 왜곡된다고 판단되면 조사 개시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역외보조금 규정은 EU 외 국가에 소속된 기업이 자국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EU 내 기업 인수합병이나 공공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불공정 경쟁’으로 간주해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품수입 뿐만 아니라 각종 사업·투자, M&A 및 공공조달 등 EU 내의 모든 경제부문을 포괄하데다, 법안 시행 이전 최대 5년 전까지 소급 적용될 수 있는 등 적용 범위가 광범위해질 수 있어 우리 기업들에게도 위협이 되는 내용이다.


이날 류허 중국 부총리도 연차총회 특별연설에서 자국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요청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강도 높은 금리인상 기조에 대해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주요 국가들의 금리 인상이 신흥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더 많은 관심을 둬야 한다”면서 “개발도상국들이 더 많은 부채나 금융 위험을 떠안지 않도록 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보스 포럼에서의 간접 공방은 세계 경제의 3대 축인 미국과 EU, 중국의 자국 우선주의 강화와 권역별 대립 추세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 세 곳과 공급망이나 시장 측면에서 긴밀하게 엮여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위협적인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거대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공급망을 주도하려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역시 거대 시장을 무기로 대응하는 EU와 달리 우리는 기술력 외에 별다른 무기가 없다”면서 “글로벌 분업 체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던 호시절은 끝났다는 전제 하에 우리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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