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탈출' 시급한 삼성·SK 반도체, 활로는 '몸집 줄이기'

조인영 2023. 1. 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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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성전자 DS·SK하이닉스 나란히 적자 '불가피'
주요 공급처 PC, 서버, 모바일, 그래픽 등 하락세 전망
인위적 감산 외에 반도체 장비 합리화 등으로 재고 줄이기 나설 듯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해 기록적인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등 적극적인 감산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수요가 저조해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현재와 같은 업황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공급량을 최대한 줄여 수급 균형을 맞추는 방안이 유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삼성전자마저 4분기 컨퍼런스콜을 앞두고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D램·낸드를 중심으로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기침체로 제품 판매가 줄어들고, 가격도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매출·이익 모두 미끄러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까지 간신히 흑자를 유지해왔던 DS 부문이 올 1분기를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스템 반도체 부문 선방에도 D램·낸드 이익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올 1분기 메모리 반도체만 1조3000억원대 적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낸드를 중심으로 적자를 기록해온 SK하이닉스의 경우, 적자폭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1분기부터는 낸드 뿐 아니라 D램도 적자로 돌아서면서 1분기에만 많게는 2조원대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 1분기(9~11월) 영업손실 1억9500만 달러(약 2500억원)를 기록하며 7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주요 생산업체들이 '반도체 한파'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반도체 불황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시기관인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D램 ASP(평균판매가격) 하락세가 올 1분기 13~18% 수준으로 지난해 4분기(20~25%) 보다는 완화되나, 침체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서버, 모바일, 그래픽향 제품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판매 부진·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SK·마이크론 등의 재고 부담은 지난해 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반도체 부진을 벗어나는 방안은 공급 규모를 대폭 줄여 수요와 공급자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하다고 말한다.


NH투자증권은 "메모리 업체들이 가격 하락에 대응하고자 생산을 적극 조절하고 신규 생산능력 투자를 줄이는 중"이라며 "범용 양산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가 부진하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밑돌 경우 가격 상승 및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반도체 제조사들은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설비투자 규모도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감산 절차에 돌입했다. 마이크론은 웨이퍼 투입 20%를 축소하며 2023회계연도 설비투자를 70~75억 달러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10%를 감원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투자 규모를 절반 이상 축소하는 한편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초 CES에서 반도체 시황이 "지난해 말 최저가격 보다 더 낮게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녹록치 않은 환경이 전개될 것으로 진단했다.


반도체 가격 전망ⓒ트렌드포스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몸집 축소 노력에도 적자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업계는 반도체 업체들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감산 대상 및 규모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한편 신규 활로를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밝힌 삼성전자의 입장이 바뀔 지 주목된다. 메모리를 중심으로 매 분기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극적이나마 감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반도체 시황을 감안하면 제조사 모두 팔을 걷어붙여야만 제품 판매·가격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다. 삼성도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기에는 실적 부담이 상당해 가장 합리적인 선에서 대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처럼 적극적인 감산은 지양하더라도, 반도체 장비 합리화·정비 등 자연적·기술적 감산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정책이 재고 조정 효과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부진 탈출 시기를 훨씬 앞당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제조사들은 당분간 공급 줄이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 균형을 맞추는 때가 반도체업체들의 실적 반등 시점으로 연결되는 만큼 상반기에는 다양한 감산 정책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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