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계속 받으려고…모친 백골 시신 방치 딸, 생존 때도 방임

경찰, 노인복지법상 방임 혐의 추가 적용 계획…당뇨병 앓는 어머니 제대로 치료 안해
사망 추정 시점 2개월 전 마지막 치료…경찰, 진료 기록 검토 중 방임 정황 밝혀

경찰청.ⓒ데일리안 DB

연금을 받기 위해 백골 상태인 어머니의 시신을 2년 넘게 집에 방치한 40대 딸이 모친의 생존 당시에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 남동경찰서는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한 A(47·여) 씨에게 노인복지법상 방임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당뇨병 등으로 인해 거동이 어려웠던 어머니 B(사망 당시 76세) 씨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등 방임한 것으로 본다.

A 씨의 방임 행위 정황은 경찰이 B 씨의 진료 기록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후 경찰은 추가 조사를 벌였고, A 씨에게 노인복지법상 방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B 씨는 사망 추정 시점 2개월 전인 2020년 6월에 마지막으로 치료를 받았고 이후에는 병원 진료 기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어머니를 계속해 치료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본적인 보호나 치료를 소홀히 하는 보호자의 방임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지난달까지 매달 어머니 몫의 기초연금 30만원과 국민연금 20만∼30만원을 받아 대부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A 씨가 어머니 사망 후 28개월간 챙긴 연금은 약 1500만원이다. 경찰은 이에 국민연금법과 기초연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어머니 치료가 필요한데도 가족이나 소방당국에도 연락하지 않은 채 방임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B씨의 정확한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 씨는 2020년 8월부터 최근까지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한 빌라에 어머니 B 씨의 시신을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경찰에서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끊길까 봐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1일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왔는데 함께 사는 언니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A씨 여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백골 상태인 B씨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집 안에서 '2020년 8월 엄마가 사망했다'고 적힌 A씨 메모가 발견됐고 경찰은 그를 긴급 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