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출산하냐는 MZ 세대... "엄청난 성공"이라 본 교수
[이정희 기자]
1월의 EBS <다큐 프라임>을 보면, 그해의 담론을 알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EBS <다큐 프라임>은 새로운 이야기로 2023년을 연다. <다큐 프라임>이 준비한 건 '저출생보고서'이다. 3부작에 불과하지만, 2021년부터 준비를 시작했단다. 사례자 140여 명, 1년 여의 촬영 기간을 걸쳐 2023년을 여는 이야기가 준비되었다.
부모 세대와는 다른 선택
▲ EBS <다큐 프라임>의 한 장면. |
ⓒ EBS |
카피라이터 정송이(31)씨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설봉주(37)씨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동거 커플이다. 3년쯤 사귀던 그들은 '같이 살아보자'고 의기투합, 함께 지내고 있다. 만약 결혼을 하면 지금 이 사람과 하겠지만, 굳이 서류상 과정인 결혼까지 할 이유를 두 사람은 찾지 못한다. 서로 상대방의 부모님을 만나봤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여 상대방의 가족까지 감당해야 할까 싶다.
동거, 유일하게 불편한 점이라면 타인의 시선? 그래서 굳이 '동거'라는 말 대신, '같이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게 된다. 정작 동거를 공표하자, '하고 있었어'라는 주변의 반응처럼 말은 안 했지만 사실 많이들 하고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친구들 역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든가, 결혼 전에 동거를 해보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이들의 반응처럼 2022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2%가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했다. (만 13세 이상 약 3만 6000명 대상)
▲ EBS <다큐 프라임>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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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의 현철승씨는 25년째 경찰 공무원을 하던 아버지 현기석씨의 뒤를 이어 경찰공무원 준비를 하다 그만두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도전하면 할 수 있어'라며 안정적인 공무원의 삶을 독려하지만 아들은 나중에라도 공무원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한다. 그러면 돌아오는 질문은 하나다. '뭐해 먹고 살 건데?' 그러면 아들은 말한다. 개인 방송을 하며 나답게 살아봐야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알 게 아니냐고. '안정'을 물려주고픈 아버지와 지금의 행복을 중요시 여기는 아들은 평행선이다. 아버지는 안정을 찾아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하지만, 당연히 아들에게 결혼은 자신에 대한 투자를 한 후 언젠가 여유있을 때 생각해 볼 문제일 뿐이다.
결혼? 출산? 삶의 한 형태일 뿐
▲ EBS <다큐 프라임>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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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의 게임 마케팅 기획자인 김주은씨에게 중요한 건 삶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가는 것이다. 일을 하는 걸 좋아하지만, 일 외에 독서 모임이라든가, 스터디처럼 생산적 삶을 루틴으로 삼아가려 하고 있다.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미래에라도 아이는 안 가질 것이라고 단언하는데, 그 이유가 아이가 삶의 선택지를 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드는 감정적 에너지가 보상 받거나, 보장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못 한다면 그로 인한 허무감을 감당하지 못 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토로한다.
42세의 김승일 시인의 경우 어린 시절 학교 폭력을 경험했고 이를 자신의 시로 승화시켰다. 결혼 7년 차 아이를 갖지 않은 이들 부부, 김 시인은 말한다. 자신의 아이가 누군가에게 폭력과 왕따를 당한다면 자신은 정말 견뎌내지 못 할 것 같다고. 시어머니는 '그래도 아이는 있는 게 좋지 않겠니?'라고 넌지시 말하고, 아이들 중심으로 흐르는 친구들과의 모임은 적조해져간다. 하지만 김 시인과 아내 심선화씨는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는 안전하지 않은 세상에서 '어른답게', 아이가 없는 삶을 선택하겠노라고 말한다.
▲ EBS <다큐 프라임>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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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의 프리젠터로 등장한 안현모씨 역시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를 낳지는 않았다. 출산 경계선의 나이에서 배아를 냉동해 놓았지만, 그녀는 아직 출산을 '선택'하지 않았다. 49세의 백지선씨는 2006년 개정된 입양법에 의거 두 딸을 입양했다.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릴 수 있다면 모르는 아이들과도 함께 가족을 만들어 살 수 있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결혼 성공률보다 입양 성공률이 더 높은 게 현실이다. 아빠는 필요없다는 두 딸, 그녀의 보물단지들이다.
다양한 출연진들처럼 이제 MZ 세대들에게는 결혼을 하거나, 가정을 꾸리거나, 출산을 하는 건 그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형태들일 뿐이다.
개인주의와 소비 지상주의의 고도 자본주의 사회, 안 낳거나 적게 낳는 흐름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분석도 등장한다. 전근대 사회가 '아이'가 자산의 가치로써 의미가 있었다면, 이제 더는 아이를 낳아, 그 자녀에게 노후를 기댈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사회, 그리고 복지 제도로 인해 아이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저출산은 자연스런 흐름이라는 것이다.
▲ EBS <다큐 프라임>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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