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내집 가질 결심' 해볼까
소득 제한 없고 DSR 빗장도 풀어
"단 시중은행과 금리 비슷해 잘 살펴야"
#서울 은평구에 사는 30대 A씨는 지난해 가을 결혼할 당시 저축한 돈과 대출을 더해 아파트를 매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치솟는 이자율과 떨어지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잠시 미루고 1년짜리 월세에 살고 있다. 그러다 아내가 최근 임신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는데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소식을 듣고 결국 아파트를 사기로 했다. A씨는 "5억원까지 대출이 된다고 하니 송파에 있는 처가댁과 가까운 위례에 내 집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금리가 생각보다 높아 고민이 되지만 나중에 수수료 없이 다른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뜨겁던 2년 전 서울 강서구에서 ‘영끌’로 내 집을 마련한 30대 B씨는 계속되는 금리 인상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대에 이른다. 매월 빠져나가는 이자가 부담되고 금리가 또 오를까 걱정돼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려던 중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소식을 들었다. B씨는 "수수료를 내더라도 바꾸려고 했는데, 없다니 마음이 가볍다"면서 "시중은행 금리와 잘 비교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고금리 시대 부동산 시장의 실수요자와 영끌족을 위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다. 최저 연 3.75% 금리로 9억원 이하 주택을 마련할 때 최대 5억원을 빌릴 수 있다. 게다가 소득 제한이 없다. 정부는 대대적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꿈쩍 않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빗장까지 젖혔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은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어 특례보금자리론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영끌족’ 위한 특례보금자리론 출시…소득 제한 없이 최대 5억원 대출=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접수가 오는 30일 시작된다. 이번에 새로 나오는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세 가지 정책모기지 상품을 통합해 만들어졌다. 새로 나오는 정책 대출인 만큼 혜택도 꽤 파격적이다.
대출 가능한 주택가격은 9억원 이하다. 기존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시에만 신청 가능해 집값이 높은 수도권에서는 지방과 비교해 실효성이 적었다. 대출 문턱이 낮아진 만큼 실수요자 주택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대출 한도도 40% 가까이 늘었다. 기존 보금자리론은 최대 3억6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었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은 5억원까지 가능하다. 특히 모든 금융사의 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강점이다. 현재 1억원 초과 대출자에게는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기대보다 높은 금리가 변수…우대금리 적용 시 최저 3.75%= 다만 대출을 받을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인 금리는 시중 은행과 꼼꼼하게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가 시장의 기대만큼 낮지 않은 데다가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내려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이거나 부부 합산 소득이 연 1억원 이하이면 4.65~4.95%, 6억원 초과 주택이거나 소득이 1억원을 초과하면 4.75~5.05%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4.780~7.410%(지난 13일 기준)인 만큼 금리 하단 기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단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몇몇 조건을 충족시키면 최대 0.9%포인트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전자 약정으로 0.1%포인트, 저소득청년·사회적배려층·신혼가구·미분양주택으로 0.80%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받으면 금리는 최저 3.75%까지 낮아진다.
다행히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주담대에서 갈아탈 때뿐만 아니라 중도 상환하고 다른 상품으로 전환할 때도 수수료가 면제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실행했더라도 향후 더 나은 조건의 시중은행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서민·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고 대출 금리 변동 위험 경감 등 가계부채 질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며 "무주택자의 구입 용도, 1주택자의 대환대출·전세금 반환, 집 갈아타기에 나선 일시적 2주택자 등의 자금 용도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5채 중 4채가 9억원 이하…서울에서 가장 비율 높은 곳은 노원= 전국에서 특례보금자리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는 5채 중 4채가 해당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에서 시세가 9억원 이하인 아파트는 전체의 79.8%에 달한다. 서울에서는 △노원구(80.8%) △도봉구(79.6%) △중랑구(78.0%) △금천구(75.6%) △강북구(73.9%) △구로구(65.2%) △관악구(54.6%) △은평구(51.7%) 순으로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높았다.
특례보금자리론 시행으로 새롭게 정책 금융 지원 대상에 포함된 6억~9억원 아파트 비중은 전국에서 19.5%, 수도권에서 27.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이 비중이 25.6%였다.
이번 조사는 부동산R114가 전국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 571만 가구의 시세를 산출해 △6억원 이하 △△6억~9억원 △9억원 초과 등 가격 구간별 아파트의 비중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9억원 이하 아파트의 지역별 비중은 △수도권 67.9% △지방 98.9%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소득 제한이 없는 특례보금자리론은 DSR 미적용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실수요자에게 관심을 받을 전망"이라며 "일시적 2주택자의 경우도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취급 가능해 서울은 물론 서울 외 지역에 쌓여 있는 9억원 이하의 급매물 거래 증대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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