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차관 처형 비난받자…이란, 英 아픈손가락 '해리' 건드렸다
이란 정부가 최근 영국·이란 이중국적자인 알레리자 아크바리(61) 전 이란 국방차관을 간첩 혐의로 처형하면서 영국과 이란의 외교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란 외교부는 17일(현지시간) “영국 체제 하에서 왕실의 일원은 25명의 무고한 사람을 체스판의 말 제거하듯 죽였다”며 “전쟁 범죄에 눈 감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인권을 설교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문을 트위터에 올렸다. 최근 자서전 『스페어』를 통해 “탈레반원 25명을 죽였다”고 밝힌 해리 왕자(38)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최근 아크바리 처형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란이 영국의 ‘아픈 손가락’ 해리 왕자를 걸고 넘어지면서 양측의 감정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지난해 왕실을 떠난 해리 왕자는 다큐멘터리·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왕실을 전방위 저격하고 있다. 특히 자서전에서 “두 차례의 아프가니스탄 복무 시절 탈레반원 25명을 사살했다”며 “그들을 사람으로 보면 해칠 수 없고, 체스판 위에서 제거되는 말로 봐야 한다”고 털어놓은 부분은 국제적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란 외교부의 성명과 관련해 영국 정부는 “합법적인 군인의 임무 수행을 야만적인 처형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재반박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지난주 이란 현지 언론들은 “아크바리가 영국 해외정보국(MI6)을 위한 스파이 활동으로 이란 대내외 안보에 대한 광범위한 위험을 초래해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처형 일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크바리 전 차관이 처형 전 범행을 자백하는 영상도 현지 매체들을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아크바리 전 차관의 가족들은 영국 BBC에 “그는 간첩 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자백 영상도 강요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2015년 이란 핵합의 등을 이끈 아크바리 전 차관은 공직에 물러난 뒤 투자 이민으로 영국에 시민권을 받고 정착했다. 2019년 알리 샴카니 이란 국가안보국장의 회유로 테헤란에 들어 왔다가 간첩 혐의를 쓰고 끝내 처형됐다. 샴카니 국장은 아크바리가 국방차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국방부 장관이었다.
이에 영국은 테헤란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대사 본국 소환은 외교적으로 수위가 매우 높은 항의 표시로 풀이 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아크바리 처형을 “야만적 정권이 자행한 비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는 이란 검찰총장을 제재 명단에 올리고, 이란 체제의 핵심 군사 조직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BBC는 이와 관련 “이란이 아크바리의 처형을 집행한 시점은 IRGC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하려는 영국 의회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었다”고 짚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최근 이란 정부의 강경 일변도에 에브라힘 라이시 현 대통령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임기를 시작한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해 히잡 시위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연루된 민간인 4명을 무더기 처형하는 등 가혹한 통치로 국제 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신정 최고 지도자(현 알리 하메네이)의 자리를 노리면서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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