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쇼트 시네마㉒] 서로의 '신기록'이 맞닿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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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영화는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을 당하는 두 여성의 연대를 그린다.
영화는 사소한 일상처럼 보이는 타인의 행동이, 어쩌면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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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소진(이태경 분)은 경찰공무원 시험을 치르기 위해 기초체력을 꾸준히 단련 중이다. 시험에 매달려도 모자랄 판에 데이트를 했던 남자의 구애가 소진의 일상을 방해한다. 주변 사람들의 "좋은 사람 같아 보이던데", "네가 여지 준거 아냐?", "지갑도 받지 않았어?" 등의 말은 소진이 이 문제에 대해 더욱 소극적이게 만든다. 원하지도 않는 일방적인 데이트 폭력을 묵묵히 기다려야 하는지, 조금 더 모질게 말해야 하는지 고민인 소진이다. 사정을 아는 동생은 헤어 진 후 칼 들고 올지도 모르니 최대한 친절하게 하라고 조언한다.
운동장에서 체력단련을 하고 있는 소진의 눈에 철봉에 매달려있는 현숙(정경아 분)이 들어온다. 타이머를 누르고 41초, 42초, 43초 그의 기록을 조용히 함께 읊조린다. 소진은 현숙의 집 앞을 지나다 현숙이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짐작한다. 이후로도 현숙의 매달리기를 멀리서 지켜본다.
어느 날, 소진은 턱걸이를 하던 중 옆에서 턱걸이를 시도하는 현숙에게 방법을 알려주지만, 현숙은 이내 자신의 방법을 고수한다.
경찰공무원 시험 당일, 소진은 아파트를 나서고 현숙은 남편을 벽돌로 공격한 뒤 아파트 난간에 매달려 있다. 그 모습을 본 소진은 41초, 42초, 43초를 세며 현숙의 오래 매달리기 기록을 생각하며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때 과거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회상 장면이 등장한다. 현숙이 매달려 있다가 소진처럼 다시 턱걸이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소진은 "그러면 그렇게 오래 매달려 있으면 안돼요. 지치기 전에 올라와야죠"라는 답을 건넸다. 그리고 달리는 소진과 매달린 현숙 두 사람의 손이 결국 만났다. 화면이 적막이 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소진의 거칠지만 안도의 숨소리가 이어진다.
영화는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을 당하는 두 여성의 연대를 그린다.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지만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소진과 철봉에 매달리며 불행을 견디는 현진의 일상을 보여준다. 소진이 고민도 없이 경찰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현숙을 구해내는 행위는 곧 스스로를 구하는 걸 상징한다.
폭력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현숙이 폭력을 당했겠구나', '현숙이 남편에게 가해가되는 행동을 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장면들로 구성됐다. 불필요한 폭력적인 장면을 제거해 위압감이나 폭력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영화는 사소한 일상처럼 보이는 타인의 행동이, 어쩌면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킨다. 자신의 경험과 주관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일이 고립과 상처로 이어질 수 있음 역시 보여준다. 서로의 신기록이 경신되는 순간, 따뜻한 연대와 용기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영화다. 러닝타임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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