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도 못 쓰는 출산 휴가, 최초 도입한 시의회는?

경남 양산시의회가 시의원에게 출산휴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지방의회 중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경남 양산시의회 의원연구단체 양산미래산업연구회가 지난달 21일 특별위원회실에서 '제4차 산업혁명론의 이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양산시의회

양산시의회 이묘배(30·물금읍원동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시의회에 출산휴가를 신청해 의장 승인을 받았다. 이 의원은 오는 31일부터 4월 30일까지 90일간의 출산휴가에 들어가는데 이번 출산휴가는 개정된 양산시의회 회의 규칙에 따른 공식 휴가다.

이전까지 시의원은 선출된 공무원이어서 출산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대상이 아니었다. 출산이라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데도 5일 초과 휴가를 내려면 시의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석으로 처리돼 의정활동에 불이익이 있었다.

이에 양산시의회는 자체 회의 규칙을 개정했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한 양산시의회 회의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한 시의원은 출산 전후로 90일, 한 번에 두 자녀 이상 임신했을 땐 전후 120일의 출산 휴가를 받을 수 있다. 또 배우자 출산 때는 시의원이 휴가 신청서를 내면 10일 이내 출산 휴가를 쓸 수 있고 1회에 한정해 나눠 사용할 수 있다.

경남 양산시의회 이묘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이 의원

이 의원은 “지방의회에 젊은 여성의원이 많이 진출해 출산휴가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데다 주민 대표기관인 시의회가 이를 제도화하면 민간 기업체로도 확대되고 다문화 가정과 같은 취약계층의 정치 참여를 높이는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돼 규칙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출산휴가를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도 여러 진보정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아직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이 가운데 전체 19명 의원 중 국민의힘 11명, 민주당 8명인 양산시의회에서 처음 출산휴가를 보장했다.

이종희 시의회 의장은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로 등장한 시점에서 양산시의회부터 수범을 보이자는 의원들의 선진적 사고가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