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날 죽이려 했죠" 폼페이오 "지금도 죽이려고요"

김상진 2023. 1. 1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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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나를 죽이려 했던 것을 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나는 여전히 당신을 죽이려고 한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장)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8년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 첫 방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이같은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오는 24일(현지시간) 출간하는 자신의 회고록에 썼다. 미 폭스뉴스는 폼페이오 전 장관의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의 발췌본 일부를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17일 전했다.

이에 따르면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18년 3월 평양에서 만난 김 위원장의 첫인상을 “작고 땀에 젖은 사악한 남자”로 묘사했다. 이어 “온갖 매력을 동원해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했지만, 학살범에 어울리는 수준이었다”고 적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는 사진. 왼쪽은 폼페이오가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18년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북한을 방문했을 때 촬영한 것이고, 오른쪽은 그해 5월 9일 폼페이오가 국무장관 자격으로 재방북했을 때 찍은 것이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뜻하지 않게 김 위원장과 ‘암살’을 소재로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소개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정은이) ‘국장(Mr. Director)’이라고 자신을 부르면서 ‘난 당신이 나타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위원장님, 나는 여전히 당신을 죽이려고 합니다’라고 답했다”며 “유머로 응대했다”고 술회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그는 “(방북 준비 과정에서) 암살에 대한 농담은 (김정은이) 나를 맞이할 때 말할 수도 있는 목록에는 없었다”며 “하지만 나는 CIA 국장이었고, 그래서 그의 기지 넘치는 발언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 대화 직후 찍은 사진에서 김정은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며 “그는 내가 농담을 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고 썼다.

2018년 10월 7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오늘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에 관해 진전이 이뤄졌다!"고 적었다. 트위터 캡처

폼페이오는 당시 자신의 임무를 두고 “극소수에게만 알려진 완전한 비밀이었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지 못하고 사실상 위협 고조로 이어진 과거의 실패한 노력을 바로잡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약 40일 뒤 국무장관 자격으로 평양을 다시 찾는 등 여러 차례 방북길에 올라 막후에서 두 차례 북ㆍ미 정상회담을 조율했다.

폼페이오의 이번 회고록 발간은 내년 미 대선 출마를 겨냥한 것이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앞서 폼페이오는 지난해 11월 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 유대인 연합 연례 지도부회의에서 “(사흘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이 대선 출마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7월 1일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왼쪽부터 당시 이용호 북한 외무상,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뉴시스

폼페이오뿐 아니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등 트럼프 행정부의 요직자들이 잇따라 회고록을 내며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폼페이오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당시 동료 공화당원을 지원하기 위한 전국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폭스뉴스는 “이번 회고록은 폼페이오가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외교 정책 돌파구를 어떻게 열어 나갔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대선 출마를 위한 자신의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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