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도 산책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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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저는 집순이입니다. 그리고 아주 내향적인 사람이지요. 그렇지만 사람들을 아주 좋아해요. 의외로 활동적인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면 산책, 자전거 타기 같은. 활동적인 것에 산책과 자전거 타기를 예로 든다면,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마음속에는 하고 싶은 액티비티 한두 개쯤 품고 있답니다. 패러글라이딩이나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긴 해요. 적어놓고 나니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 운동보다는 스릴 넘치는 모험을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 산책 |
ⓒ unplash |
이제 산책의 시간. 외출복으로 갈아입으며 마음은 설레기 시작합니다. 대단히 멋을 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예쁜 옷을 입습니다. 통이 넓은 청바지나 면바지를 입고 그 위에 스트라이프 티셔츠나 단색 셔츠를 입어요. 날씨가 추운 날엔 그 위에 스웨터를 갖춰 입고요. 체온을 유지해 줄 털장갑과 모자도 빼놓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의상에 컬러포인트를 주는 걸 좋아해요. 옷이 무채색이면 노란색 털모자로 포인트를 준다던가. 보랏빛 스카프를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이런 식으로 핏과 색깔을 맞춰놓은 코디를 2~3일 입습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 없으니, 매일 같은 옷을 입어도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거든요. 컬러가 더해지면 옷에도 마음에도 생기가 더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면 기분 좋게 집을 나설 수가 있어요.
익숙한 동네 어귀를 지나, 옆동네를 가기도 하고, 새로운 길로 들어서기도 합니다. 맘에 드는 산책코스를 발견하면 꾸준히 그 코스로 산책을 하기도 하고요.
햇볕은 산책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중요한 재료이지요. 아무래도 햇볕이 좋은 맑은 날이 걷기에도 좋고요. 햇볕 아래 있으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안심이 돼요.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북향집에 살면서 알게 되었어요. 제가 햇빛 아래 있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 사람인지, 햇살이 드리운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요. 집 밖으로 나서면 햇볕은 공평하게 누구에게나 빛을 내어줍니다. 그 햇볕에 습기 가득한 마음을 말리며 걷는 것이지요.
▲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빛 ⓒ 김지영 |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그런 것 같아요. 어린아이들은,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어도,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나에게 해로운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아챈다고 하잖아요. 어른이 된다고 해서 어릴 때 갖고 있던 본능적인 감각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표정과 태도 작은 행동으로도 흔적을 남길 수 있고 그건 어떤 식으로든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엄마 옆에서 작고 앙증맞은 발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남자아이를 바라봅니다.
어른은 모두 아이였었죠.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누군가 역시 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해맑은 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기도 한다고, 햇빛 속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오늘의 산책을 마무리하며, 햇빛 속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내일도 당신과 함께하는 산책을 기약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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