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최저시급 못받는 택시기사, 근로단축 노사합의 무효"

김대현 2023. 1. 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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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시급을 받지 못한 택시기사들과 회사의 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무효이고, 이에 따른 미지급 최저임금과 퇴직금 등이 추가로 지급돼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하지만 송씨 등 택시기사들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다"며 "회사는 이에 대한 미지급 최저임금과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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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최저시급을 받지 못한 택시기사들과 회사의 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무효이고, 이에 따른 미지급 최저임금과 퇴직금 등이 추가로 지급돼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인형준 판사는 송모씨 등 택시기사 6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3500여만원 규모의 임금 청구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10월4일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승객이 택시에 짐을 싣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앞서 택시기사들은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다. 회사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되,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 운송수입금인 초과운송수입금은 택시기사가 갖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2007년 12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택시기사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이 신설됐다. 회사와 노동조합은 소정근로시간을 점차 단축하는 데 합의했고, 근로시간은 2013~2014년 일 6시간40분, 2015년 일 6시간, 이듬해 일 5시간으로 줄었다.

하지만 송씨 등 택시기사들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다"며 "회사는 이에 대한 미지급 최저임금과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회사는 "특례조항으로 서울 택시요금이 올랐지만, 유류비는 회사가 부담했다. 택시기사의 실제 근로시간과 운행거리는 줄어든 반면 이들의 수입은 인상됐다"며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변경돼 노사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므로, 단축 합의를 탈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은 "소정근로시간 설정이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교묘히 빠져나갈 의도였다면, 합의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며 송씨 측 손을 들어줬다.

인 판사는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특례조항 시행으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에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키기 위해 변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3~2017년 최저시급은 급격히 인상됐지만, 택시기사 고정급여는 별다른 변경이 없고, 2017년 임금협정 당시 사납금은 오히려 증액됐다"며 "그렇다면 피고는 안정적 경영을 위해 정액사납금제를 고수하는 한편, 최저시급의 지속적인 상승에 대응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려고 소정근로시간을 형식적으로 단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 판사는 "택시기사 운송수입금이 증가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배차시간 내 최대한 운행해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아 가고자 하게 됐다"며 "임금협정 상 소정근로시간만으론 사납금을 지급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등 실질적 근무시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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