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지, 겁없고 웃기고 잘하는 우리의 스타

2023. 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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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젠지의 아이콘,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사상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우승자이자 최초의 여성 우승자, 구독자 213만명에 최신 영상 조회수 1531만 유튜브 채널의 크리에이터, 각종 예능의 간판 얼굴, 어떤 것도 두렵지 않고 무엇보다 웃기고 누구보다 잘하는 바로 그 이름.

Q : 첫 매거진 커버를 장식한 소감이 어때요?

A : (박수를 치며) 너어무 행복합니다! 일단은 기분이 너무 좋고요. 솔직히 말해 제 얼굴이 잡지 표지에 붙어 있는 걸 봐야 좀 실감이 날 것 같고, 지금은 ‘이거 뭔 상황이지?’ 약간 이런 느낌이에요. 하하하.

Q : 〈쇼미더머니 11〉 우승 축하해요. 〈고등래퍼 3〉에 이어 최다 투표를 받으며 전 시즌 대비 2배가 넘는 금액으로 우승했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A : 감개무량입니다. 지금 이 인터뷰마저 데자뷰네요. 이제 타이틀이 2개가 됐잖아요? 나중에 혹시 다른 일을 하더라도 ‘이력서에 쓸 두 줄이 생겼다’는 생각으로 긍정 회로를 돌리고 있습니다. 그 두 줄 가지고 어디든 취업을 못 하겠습니까. 나중에 살 길은 보장됐다. 하하하.

Q : 혼성 랩 경연 프로그램 사상 최초의 여성 우승자죠. 굉장히 임파워링이 돼요.

A : 시대가 많이 변했어요. 과거에도 윤미래 님처럼 굉장히 멋있는 여성 래퍼들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정말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여성 래퍼분이 많고, 이제 성별은 무의미하죠. 여성 래퍼와 남성 래퍼의 차이라면 성대가 낼 수 있는 소리가 좀 다르다는 것 정도예요. 저를 보고 용기를 얻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은 우리가 활약하기에 좋은 시대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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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랩을 시작한 지 반년도 안 돼 〈고등래퍼 3〉에 나가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에는, 이렇게 커리어가 화려하게 이어질지 상상했어요?

A : 제가 힙합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쇼미더머니〉였어요. 제가 중학생 때쯤엔 또 〈고등래퍼〉가 또래 친구들한테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단 말이에요. 제게는 그 두 프로그램이 숙명처럼 느껴졌죠. ‘저 두 방송을 제패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포켓몬 GO〉 게임에서 관장을 도장 깨기하듯이 둘 다 석권해보고 싶다고. 하하. 어린 나이에 힙합에 눈떴고 그런 다짐을 했지만 예상은 전혀 못 했죠. 지금도 제가 두 프로그램에서 우승했다는 말이 남 얘기 같다니까요. 우승했다는 사실도 까먹을 지경이에요.

Q : 발성부터 에너지까지 기세가 대단해요. 그 힘은 어디서 나와요?

A : 저는 지는 게 싫거든요. 죽기보다 싫어요. 그런 오기에서 에너지가 나오는 게 아닐까 해요. 무대에 올라가면, ‘앞에 나온 사람들은 다 잊어버리고 나만 기억나게 해야지’라는 강박이 있어요. 그래서 무대에 오르면 자꾸 다른 사람들 기를 죽이지 않나 싶어요. 하하하. 본능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Q : 왜 지기 싫어요?

A : 지는 건 멋이 없으니까. 이런 사고방식도 좀 바꿔야 하는데 말이죠. 지면서 배우는 것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직 크게 져본 적도 없고, 이겨서 느끼는 희열이 너무 짜릿한 걸 알기 때문에 지기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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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고 1 때 우승하며 데뷔하고 21살에 두 번째 우승을 한 영지에게 승리란?

A : 의외의 답변일 수도 있겠지만 승리는 제가 나약함을 확인하게 된 계기였어요. 〈고등래퍼 3〉와 〈쇼미더머니 11〉 우승했을 때 ‘현타’가 왔거든요. ‘와, 뭐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호칭을 부여받았는데 난 여전히 대단한 사람이 아니네? 아직도 해야 될 게 너무 많고,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승리하는 것은 내가 아직 그럴 그릇이 못 된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면서 주홍글씨처럼 새겨지는 느낌이라 달갑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큰 감투를 쓰게 되면서 더 커지는 것도 분명히 있어요. 1년 뒤, 2년 뒤, 혹은 당장 몇 개월 뒤만 봐도 제가 그 감투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더라고요.

Q : 승부욕 때문에 더 그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할 것 같네요.

A : 맞아요. 한 점의 오점도 없이 이 감투를 완벽하게 머리에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오기가 생기니까. 온전한 자격지심에서 그런 오기가 시작되는 거죠. 사실 지기 싫다는 것도 자격지심이에요. 주변에서 항상 제게 잘한다고, 해주는데도 계속 지기 싫어한다는 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테니까요.

Q : 하지만 그런 자격지심이 위대한 그릇을 만드는 거라면 그것마저도 멋진 거죠.

A : 저는 그 모든 자격지심이 오로지 제가 열심히 하는 데만 쓰였으면 좋겠어요. 간혹 그런 게 자만으로 변질되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것이 절 오염시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Q : 방송이 끝나고 많이 아팠다고요. 경연하면서 몸 고생, 마음고생이 심했죠?

A : 이야, 기가 막혀요. 밥을 먹어도 살이 빠지고요. 제가 이렇게 울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체감했어요. 누가 “괜찮아?”라고만 물어봐도 잔뜩 부풀어 있는 물풍선을 쿡 찌른 마냥, 눈물을 좍좍 흘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우, 추하다’ 싶지만. 하하. 이번 경연을 하면서 제가 느낀 점은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역대급으로 많지만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역대급으로 많은 방송이었다. 전문 용어로 ‘빠’와 ‘까’가 미친 듯이 싸우는!

Q : 그게 슈퍼스타입니다.(웃음)

A : 맞습니다. 나훈아 선생님이 그러셨죠. “빠와 까를 미치게 하는 자만이 진짜 슈퍼스타다.” 힘들 때 그 말이 위로가 됐어요. 이렇게 미친 듯한 사회현상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내가 이 시대에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거다! 그래도 힘들었지만. 흐흐. 그렇지만 지금은 그 현상이 주는 가르침이 있었기에 괜찮아요. 그때는 그 소란의 중심에서 “얘들아, 그만해…!” 이랬다면 지금은 한 발자국 먼발치에서 “인간들 참… 대단하다!”(박수를 치며)라고 할 수 있게 됐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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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서 오히려 편견을 갖는 사람도 많았으니까요. 힙합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한다거나. 편견과 맞서 싸우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A : 그런데 ‘진정성’이라는 말을 진짜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한 단어를 계속 파고들다 보면 게슈탈트 붕괴가 오듯이 진짜 이게 뭐였는지가 의심되잖아요. 이영지 뒤에 어떤 커리어가 있고 어떤 배경이 있다는 거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제가 어떤 가사를 뱉는지, 어떤 랩을 하는지는 그분들 입장에선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귀를 막고 있으니 뭘 하든 뻐끔뻐끔거리는 걸로밖에 안 보이는 거죠. 사실 제가 그런 것에 대항하려고 하는 건 의미 없는 발길질 같아요. 혼자 내 거 잘하면 돼요. 저를 좋아하고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더 많이 확보하고 곁에 두는 게 더 현명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그냥 열심히 했습니다.

Q : ‘NOT SORRY’에서 “Hip-hop? Not hip-hop?”이라며 헤이터들을 들이받았잖아요. 〈고등래퍼 3〉에서 “난 또 힙합이 아니야?”라고 했던 말이 오버랩됐어요.

A : 그 노래를 할 때 “나는 하~나도 안 미안하다!” 외치듯 무대를 했지만,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에 그 곡을 만들었어요. 방영 시기와 촬영 시기가 맞물리면서 욕을 뒤집어지게 먹을 때였거든요. 메모장에 “안 미안해”라고 한 문장을 적어 놓은 것에서 시작해 척척 진행이 됐죠.

Q : 어떤 사람들은 이영지한테 부채감을 강요하는 것 같아요.

A : 그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예능이나 유튜브를 활발하게 해온 제 행보가 힙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 있죠. 저와 힙합하는 사람들 사이의 공통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정말 많고요. 하지만 저는 힙합하는 사람들을 너무 존경하고, 사랑하고, 늘 그들의 음악을 들어요. 그래서 힙합 신은 항상 제게 가까우면서도 가깝지 않은 것이었죠.

Q : 자, 이쯤에서 이영지에게 힙합이란?

A : 와, 어렵다. 하지만 바로 말할 수 있어요.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라고. 남들 눈치 안 보고, 신경 안 쓰고, 나답게 사는 것. 그런데 그 나다운 걸 좁게 한정 짓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힙합에 이런 캐릭터도, 저런 캐릭터도 있는 건데, 오히려 어떤 잣대들이 그 경계를 좁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저는 그래서 제가 앞으로 낼 음악과 제 행보가 그런 경계를 허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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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준비 중인 앨범도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을 것 같네요.

A : 맞아요. 한편 그런 마음도 들어요. 이제껏 준비하던 트랙들을 완전히 갈아엎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 얼른 음반을 내라는 압박 때문에 내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짜 내 마음이 울리고 동하는 음악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거든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제대로 보여드리려고요. ‘Not Sorry’처럼 보컬을 들려드리는 곡도 있을 거예요.

Q : 이영지다운 건 어떤 거예요?

A : 전 굉장히 우발적인 사람이에요. 한 달 뒤에 뭘 하고 있을지 모를 정도로 즉흥적이죠. 젠지의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다 갖고 있어요. 젠지라는 단어를 혐오했지만! 그 혐오하는 것마저도 제가 젠지 세대라는 걸 완벽하게 입증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하. 저는 빠르게 변화하는 숏폼 시대의 흐름을 잘 타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그 흐름에 반항하고 싶은 인물이기도 하거든요. 또 다른 새로운 길을 만들고, 새로운 포맷의 무언가를 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어요.

Q : 하도 젠지의 아이콘으로 호출돼 그 말이 지겨울 법도 합니다.(웃음)

A : 그렇죠. 만나는 사람마다, 나가는 매체마다 ‘젠지의 대표 주자’라고 하니까. 그 대표가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한 180명 정도 있죠. 어쨌든 저는 오렌지족, 무슨 족, 족족족 하면서 X세대, M세대, Z세대, 알파벳 붙이는 게 이해가 안 갔는데, 또 살펴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해요. 당돌하고 용기 있는 행동을 할 때는 “와, 저건 젠지만 할 수 있는 거다”, 반면에 철없는 행동을 하거나 미숙하고 즉흥적이라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아, 저래서 젠지는…” 이런 이야기를 듣잖아요. 저는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젠지는 제게 애증 같은 단어예요.

Q : 이영지의 노래 중 제 최애곡은 세미파이널의 ‘WITCH’예요. 끝내줬죠. 찌르면 피 대신 철면피를 흘리고, 불을 붙이면 불타는 대신 불길 위에서 춤을 추는 마녀라니.

A : 실은 제가 그렇게 남의 평판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이 아녜요. 신경 안 쓰고 싶으니까 그런 강력한 가사들을 쓰는 거거든요. 저 자신이 어떤 비난이나 삿대질에도 개의치 않고 그 불길 속에서 춤추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날 무대 현장에는 모두가 미쳐서 교주를 따르는 신도들처럼 혼이 나가 있었어요. 제가 살면서 들어본 함성 소리 중 가장 컸고, 제 이름을 연호하는 것도 너무나 강렬했죠. 그런데 방송에서는 그 분위기가 반의 반의 반도 안 담겨 아쉬웠어요. 〈쇼미더머니 11〉 콘서트에서 댄서들과 그 무대를 재현할 테니 기대해주세요.

Q : 콘서트 가야겠네요. 마녀라는 콘셉트는 어디서 착안했어요?

A : 그 곡을 만들 즈음이 ‘Not Sorry’보다 욕을 더 많이 먹고, 말도 안 되는 루머가 많을 때였어요. 티빙에서 실시간 방송할 때 채팅창을 보면 다른 래퍼들 나올 때는 “잘한다”, “못한다” 이런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데 제가 나오면 그 순간부터 그냥 “나락”, “주작” 이런 말들로 도배돼요. 제가 진짜 마녀가 된 것 같았죠. 그런데 ‘어,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다. 내가 진짜 악에 받쳐서 무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파이널로 가기 직전의 관문이었으니 더 이를 악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WITCH’라는 노래를 만들었어요. 무대 위에서 노래하면서도 화가 엄청 나서, 그리고 그 화가 사람들에게 에너지로 전해져서 무대가 멋있어졌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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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작은 소녀의 발전이 너의 앞길을 막아선다는 피해의식”! 통쾌했어요.

A : 갑자기 가슴속에서 나온 말이었죠. 저뿐 아니라 누군가가 성공하고 멀리 나아간다 싶으면 그게 자기 앞길을 막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의 길이 있고, 제 길이 있고, 각자의 삶이 있는 건데 그게 서로를 해친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잖아요? 누군가 자기 발전에 열중하면 너무 바쁘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 안 들려요.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멈춰서 있으면, 그 누군가가 올라가는 게 보여요.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으니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런 사람들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었는데, 그 무대 영상에도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이건 완~벽한 현대 예술이다!!!”라고 박수쳤어요. 하하하.

Q : 공감해요. 요즘 어떤 사람들은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이상한 방식으로 미쳐 있으니까.

A : 맞아요. 과몰입해 있죠. 저는 프레임이 아니라 본질을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 강단 있죠?

A : 네. ‘WITCH’에서 “어설프게 무너지느니 차라리 한 획을 긋지. 죽더라도 이빨 꽉 깨물고 덤벼 뭐든지”라는 가사는 제 삶을 축약해놓은 거예요. 애매하게 못하거나 어설프게 올라가느니, 기억에 남게 못하거나 완전 잘하거나 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어요.

Q : 대범해요. 겁나는 건 없나요?

A : 두려운 게 별로 없는 나이잖아요? 하하. 1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었고, 화장도 안 하고 방송 나가고 했어요. 그런 잣대들이 나라는 사람의 인간됨을 저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제가 부양해야 할 것들이 생기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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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영지는 어떤 게 강한 거라고 생각해요?

A :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저는 강하지 않아요. 엄청 많이 흔들리고, 스트레스받아도, 행복해도 그게 넘칠 듯이 드러나는 사람이라.

Q : 파이널 무대의 ‘HUG’에는 “모두가 날 다 좋아한대도 의심하곤 해. 이걸 듣는 너는 날 안 싫어해도 돼. 어차피 내가 날 제일 싫어하니까” 같은 자조적인 가사도 있어요. 스스로가 미워질 때도 있나요?

A : 저 자기혐오 굉장히 심해요. 완벽주의도 강하고요. “내가 나에 대한 기준이 제일 높으니까 굳이 힘을 들여서 나를 싫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완전히 진심이죠. 저는 남들이 제게 돌을 던질 때, ‘와, 내가 싫은 이유 중에 이런 점도 있구나’ 하고 같이 합세해서 가장 큰 돌을 저 자신에게 던지거든요. 그런 저를 위해 ‘HUG’라는 곡을 만들었어요. 이 곡에 공감하는 분이 많으실 거라 생각해요. 제 얘기를 듣고 위로를 받는다면 정말 좋겠어요.

Q : 스스로 어떤 점이 미워요?

A : 어릴 때부터 저는 제 목소리가 싫었어요. 상업적인 관점이나 음악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톤이 좋다”, “발성이 좋다”고들 좋게 평가해주시지만, 저는 목소리가 너무 크고 두껍고 저음역대라 잘 들리니까 늘 “너무 시끄럽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거든요. 게다가 행동도 엄청 부산스럽고, 키도 엄청 크고, 활달하다 보니 구박을 많이 받았죠.

Q : 그 모습마저도 포용해주려고 포옹을 노래했군요.

A : 그렇죠. 그냥 안겨라. 아무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에 대한 혐오를 멈추고, 안겨!

Q :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은 영지 씨한테 포옹을 해달라고 하지, 영지 씨를 안아주려고 하는 사람은 많이 없었을 것 같다는.

A : 맞아요. 그랬어요. 이렇게 울면서 곡을 써본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HUG’라는 곡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힙합이라는 장르의 무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저는 정말 좋아하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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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예능인, 크리에이터로서의 커리어도 대단하죠. 구독자 213만 명 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이하 〈차쥐뿔〉)을 성공시키고, 나영석의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이나 유재석의 예능 〈컴백홈〉에서도 활약했죠.

A : 제가 직접 만드는 〈차쥐뿔〉엔 굉장한 프라이드가 있어요. 저희 팀 ‘차쥐뿔’은 다들 이 일에 말도 안 되게 애정을 쏟거든요. 해외에서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사명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해요.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는 콘텐츠 말고, 두고두고 회자되면서 즐기고 위로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거든요. 제가 시즌을 쉬면서 살펴봤는데, 유사 콘텐츠가 많이 나왔더라고요. 거기서 또 차별화해 남들과는 다른 콘텐츠를 만들려고요. 저는 항상 시대의 선두에 있고 싶고, 바뀌고 나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앞서 거기에 가 있고 싶어요. 제 감이 죽지 않길 바랍니다. 하하.

Q : 그런데 왜 어떤 이들은 예능 커리어를 낮잡아보는 걸까요?

A : 〈쇼미더머니 11〉에서 지겹게 들은 게 〈차쥐뿔〉 얘기였는데, 사실 그게 치트키예요.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분의 가족이나 연인이나 친구는 〈차쥐뿔〉을 보거나 제 팬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니 여자, 니네 오빠, 너 빼고 나를 아는 니 주변 모두가 나를 따라 춤을 추는데 왜 너만 blah blah blah”란 ‘WITHCH’의 가사가 거기서 나왔죠. 어쨌든, 앞으로 음악을 더 많이 해야죠. 둘 다 사랑하지만, 음악에 애정이 더 크니까. 그건 방송에서든 유튜브에서든 가타부타 말로 표현하고 싶진 않아요. 음악으로 들려드릴게요.

Q : 〈차쥐뿔〉의 물 흐르듯 박력 넘치는 진행에 감탄하고 있어요. 반응 속도가 0.1초밖에 안 되는 것 같은 그 속사포 같은 리액션은 어떻게 나와요?

A : 제가 학생 때 친구들을 많이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장장 12년의 싸움이 도움이 됐다고 말하고 싶네요. 프흐흐. 저는 끊임없이 말하고, 리액션하고, 맞장구치고, 고민을 들어주면서 친구들을 만들었거든요. 거기서 쌓인 내공이랑 〈컴백홈〉 MC 진행을 맡으면서 쌓인 경험 덕인 것 같아요. 상대방을 정신 못 차리게 하는 화법이나 나도 모르게 주도권을 쥐게 되는 스킬을 익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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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잠깐, 너무 의외예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와서 친구하자고 할 것 같은데 그런 노력을 했어요?

A : 저는 어릴 때 친구가 10명 있어도 100명 만들고 싶었고, 100명 있어도 1000명 만들고 싶었던 그런 욕심쟁이였거든요. 그냥 뽈뽈뽈뽈 돌아다니면서 많이 치근덕댔어요. 진짜 천생이 본투비 ‘관종’이에요. 연예인이 천직이라고 할 수 있죠.

Q : 방탄소년단 진, 있지 채령, 해외 뮤지션 크리스토퍼 등등 배 찢어지는 레전드 영상이 많죠. 게스트를 맞을 때 어떤 준비를 해요?

A : 위키부터 트위터 팬 계정, 인스타그램 팬 계정 다 찾아보고, 매거진에서 인터뷰했던 영상도 다 봐요. 그리고 내가 정말 궁금해서 묻고 싶었던 걸 생각해두죠. 그런데 이런 것보다 중요한 건, 그냥 친구 만나서 재미있게 놀듯이 하는 것! 전 굳이 내용을 뽑아내려고 하지 않아요. 술만 먹다가 아무 얘기 안 하고 가도 돼요. 그건 그거대로 재미있으니까요.

Q : 아니, 그 고량주며 위스키며 전부 다 ‘찐’ 술이에요? 술 잘해요?

A : 당연하죠. 진 님과 58도짜리 고량주 한 병을 다 마셨다니까요. 제작진이 저러다 안 되겠다며 중간에 딱 한 번 고량주에 물을 탄 적은 있는데, 나머지는 다 진짜 술이고 제가 신나서 마신 겁니다. 〈차쥐뿔〉 하면서 술이 늘어서 사석에선 사케 3병 정도는 마셔요. 이제는 주량으로 좀 거들먹거릴 수 있는 입장이에요. 흐흐.

Q : 시즌 2에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는? 어떤 사람이 궁금해요?

A : 자기 일에 프라이드가 있고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 그리고 저 안광 봐요. 약간 샤머니즘 같은데. 하하. 눈빛과 기운이 좋은 사람이 궁금하더라고요. 일단 특정해서 말하면 봉준호 감독님. 그리고 채널이 커졌으니 해외 스타들도 많이 모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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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차쥐뿔〉 게스트로 이영지를 부른다면, 어떤 질문을 던져볼래요?

A : 흠. “연애는 언제 할 거니?” 그럼 전 이렇게 대답할 것 같아요. “때가 되면 하겠지!” 요즘 저 자신과의 대화가 부족했네요. 타로 카드나 봐야겠어요.

Q : 어린 영지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A : 어릴 때 저는 제가 무조건 연예인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방송부, 댄스부, 학생회장을 동시에 하면서 셋 중 하나만 부장을 해야 하니 뭘 할까 고민할 정도로 모든 행사를 다 앞장서서 했죠. 그만큼 나서기 좋아했어요. 사람들 앞에 서서 뭔가를 보여주는 걸 너무 좋아했거든요.

Q : 어머니와 할머니가 키워주셨다고 알고 있는데, 가족들과는 어땠어요?

A : 어릴 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반지하에 살며 스타킹도 꿰매 신고, 먹고 싶은 걸 많이 먹을 수도 없었죠. 그냥 연명하는 수준이었어요. 엄마와 할머니를 사랑했지만, 집에 돈이 이렇게 없으면 마냥 사이가 좋기 어렵거든요. 가정형편이 어려우니 밖으로만 돈 거죠. 솔직히 말해 제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집안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어요.

Q : 유년기를 어렵게 보냈는데, 지금의 이영지에겐 그늘 한 점 보이지 않네요.

A : 밖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아직 남아 있는 흔적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계속 이기고 싶은 것 같아요. 밑에서부터 올라온 만큼 보여주고 싶다, 이기고 싶다, 그런 마음.

Q : 어릴 때부터 꿈은 연예인, 어떤 형태가 됐든.

A : 맞아요. 랩을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제가 랩을 제일 잘했기 때문이에요.

Q : 그렇다면 지금의 꿈은?

A : 랩 더 잘하기.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내가 계속 듣고 싶어지는 음반 내기. 그리고 완벽주의 좀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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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사람들이 이영지에게 갖는 가장 큰 오해는?

A : ‘돈을 아주 많이 벌었을 것이다!’ 오해고요. 기부를 많이 하니까 돈이 정말 많은 줄 아는 분들도 있는데, 아닙니다. 10을 벌면 1 정도 기부하는 거예요.

Q : 〈쇼미더머니 11〉 상금도 전부 기부했죠? 통이 커요.

A : 엄마와 할머니께 이미 좋은 집 사드렸고, 차도 뽑아드렸고, 빚도 갚았고, 매달 생활비도 드리고, 엄마와 할머니가 주변 친구들에게 자주 한 턱 쏘세요. 저는 이 정도면 너무 만족해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방보다 더 좋은 집을 가지고 싶은 생각도 없고, 차를 살 생각도 없고, 사업을 벌일 생각도 없거든요. 저는 제 삶을 이 정도 선에서 안전하게 영위하는 데만 돈을 쓰고, 그 외의 돈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고 싶어요.

Q : 어떻게 그렇게 물욕이 없어요?

A : 어차피 죽으면 사회로 다 돌아갈 돈인데요, 뭐. 저는 나중에 사회에 전 재산을 환원하고 싶거든요. 고등학생 때부터 매달 유니세프에 후원하고 있는데, 그때도 ‘다음 달에 수입이 늘면 5만원 더 해야지’ 하면서 조금씩 후원금을 늘려왔어요. 제가 번 돈으로 누군가 더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에요? 전 자선단체를 설립하는 원대한 꿈이 있는데요, 자선단체 설립하는 데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더라고요. 실현하려면 먼 어린 꿈이지만, 일단은 하나씩 해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좋은 자선단체를 알아보고, 기부하고, 예습을 해두고 있어요.

Q : 코로나19가 극심했을 때는 직접 만든 ‘나가지마’ 휴대폰 케이스로 하루 만에 2억4천만원을 벌고 전액 기부했죠.

A : 그 액수보다는, 내가 나의 영향력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 뿌듯했어요. 저는 이런 의미 있는 캠페인이나 프로젝트는 늘 해보고 싶어요.

Q : 동시대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이영지에게 열광할까요?

A : 하하. 그냥, 별난 사람이잖아요.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톱 1백50만원, 스커트 2백60만원, 샌들 1백60만원 모두 로에베. 체인 팔찌 4만9천원 세이지가세이지. 스트랩 팔찌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남들이 생각하는 이영지, 내가 생각하는 이영지. 차이가 있나요?

A :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약하다. 제 이상향과 실제 저의 모습이 다를 때는 정말 ‘현타’도 많이 느낍니다.

Q :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해요?

A : 극복 못해요. 느껴요. 그냥 힘들어해요. 그러다 보면 사람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무뎌지고 괜찮아지니까. 무뎌질 때쯤 다시 하다 보면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 가까워져 있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Q : 유명 레이블에 안 들어가는 이유, 물어봐도 돼요?

A : 전 지금 레이블이 너무 좋아요. 데뷔 때부터 함께해왔고 저를 지지해주는 곳이니까. 지금 레이블과 같이 유명해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을 3개 꼽아본다면?

A : 슈트 좋아하고, ‘추리닝’ 사랑합니다. 흐흐. 또 수면 양말을 좋아해요. 편한 게 최고잖아요.

Q : 이영지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프로페셔널리즘, 어디서 드러나요?

A : “한 번 더!”를 외칠 때. 저는 촬영할 때든 녹음할 때든 언제든, 일하면서 한 번 더 욕심을 내는 타입이에요.

Q : 이영지는 무엇을 믿나요?

A : 전 저 자신을 믿습니다. 우주를 믿고 저를 믿습니다. 저는 제가 될 거라고 강력하게 믿은 걸 못 이뤄본 적이 아직 없으니까요.

Q : 어린 나이에 자기 스스로 우뚝 선 사람으로서, 이영지를 보며 꿈을 키울 소녀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얘기를 해준다면요?

A : 눈치 안 봤으면 좋겠어요.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뭔가 될 것 같다, 하고 싶다 싶은 게 있으면 남들 보기엔 하찮은 것이라도 그냥 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도 어떤 도전이든 늦지 않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Q : 21세의 인터뷰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데요. 스물한 살, 영지 씨에게 어떤 나이예요?

A : 오 마이 갓, 제가 어릴 때 봤던 스물한 살은 정말 동경하는 어른의 나이였는데! 근데 지금은? 완전 애다, 애! 하하하. 애기는 아니지만, 애송이입니다.

Q : 마지막 질문. 팔목에 그 타투, 의미가 뭐예요?

A : 참을 인(忍) 자입니다. 세 번 새기려다 참았고요. 이거는 ‘Don’t hesitate, Just Do It’을 모스부호로 새긴 거예요. 그런 거죠. 주저하지 말고 그냥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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