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침범한 췌장암 3기와도 충분히 싸워볼 만하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2023. 1. 18. 08: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헬스 특진실] 건국대병원 췌장담도센터 천영국 교수
약·술식 발전해 생존율·완치율 높아져
초기 증상 거의 없어 대부분 3~4기 발견
혈관 침범 적으면 항암 치료 후 수술 가능
당뇨 오래 앓은 환자는 췌장암 검사 권고
췌장암 환자의 60~70%는 담도가 폐쇄되면서 황달 증세를 보인다. 이때 건국대병원 췌장담도센터 천영국 교수가 들고 있는 내시경으로 폐쇄된 담관에 스텐트를 삽입해 황달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췌장암 진단의 무게는 남다르다. 매우 저조한 생존율 탓. 5년 상대 생존율이 13.9%로, 암 중 가장 낮다. 증상이 거의 없어 절반 넘는 환자가 3~4기에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로 췌장암은 충분히 해볼 만한 암이 됐다. 3기에 발견됐더라도 완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건국대병원 췌장담도센터 천영국 교수는 "과거에 비해 약도 많이 개발됐고, 술식도 발전해 생존율과 완치율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포기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 적극적인 치료를 해보길 권유한다"고 했다.

췌장암 예후 안 좋은 이유는

췌장암은 왜 이렇게까지 치료가 어려운 걸까? 이유가 무려 다섯 가지다. 먼저 췌장의 해부학적 위치 때문이다. 췌장은 위와 척추뼈 사이에 있다. 배 속 깊숙이 있어 이상이 있어도 겉으로 만져지지 않아 전문의가 진찰로 인지하기 어렵고, 간·십이지장·위 등 중요한 기관과 인접해 수술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전이되기 딱 좋은 위치다. 주변에 동맥과 정맥 혈관이 풍부해, 암이 생기자마자 쉽게 혈관을 침범해 다른 곳으로 전이할 수 있다. 또 췌장암 특성상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다. 췌장암에 잘 듣는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금에 와서야 젬시타빈 아브락산, 폴피리녹스 등 몇 가지 선택지가 생겼다. 다른 암보다 더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나타난다는 것도 치료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천영국 교수는 "종양을 억제하는 유전자 변이 하나를 교정하면 또 다른 여러 변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환자가 초기에 느끼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병이 상당히 진행돼서야 증상이 나타나니 안 그래도 치료가 어려운데, 더 힘든 상황에서 치료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췌장암은 생긴 위치에 따라 증상과 예후가 달라진다. 췌장은 3부분, 머리(두부)·몸통(체부)·꼬리(미부)로 나뉘는데, 두부에 생긴 암의 예후가 가장 좋다. 근처에 담도가 지나가 전이되기 전에 황달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 체부엔 혈관이 풍부해 암이 생기면 통증이 심하고 전이도 빠르다. 더 큰 문제는 미부에 암이 생겼을 때인데, 암이 번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 줄 수 있는 장기가 없어 복강, 간 등으로 넓게 퍼질 때까지 증상이 거의 없다. 실제로 미부에 암이 생긴 환자는 이미 손쓰기 힘들 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두부 췌장암이 55%로 가장 많고, 30~40%가 체부에 10~15%가 미부에 생긴다.

3기여도 혈관 절반 미만 침범했다면 희망 있어

위치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 췌장암은 3~4기에 확인된다. 환자 중 단 10%만 1~2기 때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1기는 췌장암 크기가 2㎝ 미만이고 다른 곳에 전이가 없을 때이며, 2기는 췌장암 크기가 2~4㎝면서 다른 곳 전이가 없거나 있더라도 주변 림프절 전이 3개 미만일 때를 말한다. 이땐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

3기여도 희망은 있다. 3기 중 림프절 전이 없이 동맥혈관에만 침범했다면 종양 크기와 상관없이 수술이 가능할 수 있다. 이 경우를 국소진행형 췌장암이라고 부른다. 천영국 교수는 "혈관을 단면으로 생각해보면 원 모양인데, 여기서 180도 이상 침범했다면 수술이 어렵다"면서도 "180도 미만으로 침범했다면 항암제로 종양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림프절로 전이가 6개 이상됐다면 수술이 어렵다.

간이나 폐 등으로 전이됐다면 종양 크기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췌장암 4기다. 이땐 암으로 생길 수 있는 통증 완화와 생명 연장을 목표로 항암제 치료를 하게 된다. 천영국 교수는 "췌장암은 다른 암보다 특히 재발을 잘한다"며 "수술해 깨끗하게 절제됐어도 일정 기간 보조적 항암요법을 해야 재발률을 훨씬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다행히 증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성인이 이유 없이 체중이 조금씩 빠지거나 ▲상복부가 기분 나쁘게 며칠간 아팠다 말기를 반복하면서 등 쪽으로도 통증이 동반되거나 ▲50세 이상 성인이 갑자기 혈당 조절이 안 되거나 ▲아주 오랫동안 당뇨 치료를 받은 사람 중 위에서 말한 동반 증상이 있다면 췌장암 진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천영국 교수는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은 췌장에서 만들어지는데, 암으로 췌장이 손상되면 갑자기 혈당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이땐 당뇨병 치료만 받는 게 아니라 췌장암 검사도 함께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인슐린 치료를 오래 받은 당뇨병 환자도 3~4년에 한 번 정도는 췌장암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고 했다.

1~2㎝ 초기 췌장암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복부 CT인데, 모든 사람이 하기엔 비용도 비싸고,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고위험군만 예방을 위해 정기 검진을 해보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으론 직계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거나, 당뇨병을 오래 앓거나, 발병 위험이 높은 유전자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 등이 있다. 한편, 유전자 변이를 미리 확인해도 예방적 조치로 췌장을 자를 순 없다. 췌장이 체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다가, 실제로 췌장암이 발병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고지방 식이를 주의하고, 금연해야 한다.

"유전자 검사로 환자 맞춤 항암제 찾아"

진행형 췌장암 환자라면 누구나 항암제로 치료 할 수 있다. 이때 제일 처음 어떤 약을 쓰느냐에 따라 치료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건국대병원 췌장담도센터 천영국 교수는 개인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유전자로 보고 알아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성 췌장암 환자는 제일 처음 젬시타빈 아브락산이나 폴피리녹스라는 복합항암제를 우선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 두 항암제를 사용한 치료는 의미 있게 췌장암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어떤 환자에겐 효과가 없다. 췌장암에는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와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유형마다 여러 개씩 있다. 암이 생기는 이유는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변이돼 약해져서일 수도,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변이돼 강해져서일 수도 있다. 매우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발현하다 보니, 환자마다 치료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천영국 교수는 "지금은 항암제를 써보고 나서야 이 환자에게 잘 듣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서 "췌장암은 유전자 변이가 매우 다양해 처음 쓴 항암제가 잘 안 들으면 유전자에서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나 치료가 더 어려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자를 미리 확인한다면 암을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