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심판 말고 타자의 존을 그리자
김식 2023. 1. 18. 07:20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타자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더구나 타격은 아주 예민한 동작의 연속이기 때문에 매일 연구하는 게 좋다. 자기가 강한 코스가 어디인지, 약한 곳은 어디인지 완벽히 파악해야 한다. 내가 느끼는 것과 데이터로 보는 강·약점이 다를 수도 있다. 객관화를 통해 ‘진짜’를 가려내야 한다.
가운데 공은 모든 타자가 좋아한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별하기 쉽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측면으로 봐도 대응하기 수월하다. 게다가 완벽한 밸런스로 타격할 수 있어 정타를 만들 확률이 높다. 잘 치는 타자의 이 코스 타율은 4할이 넘는다. 못 쳐도 3할은 된다.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를 축으로 자신만의 존을 설정해야 한다.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모든 투구를 안타로 만들 순 없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코스에 강한지, 핫 앤드 콜드존(hot & cold zone, 타자의 강약점을 구간으로 나눈 도표)이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내 약점은 끝까지 비밀이었다
내 핫존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중심으로 약간 낮은 코스였다. 한 타석에 공 하나만 여기로 오길 기다렸다. 훈련은 평소에 해야 하고, 전략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짜야 한다. 타석에서는 내 존에만 집중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더 그랬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난 높은 공을 치면 안 되는 타자였다. 그래서 하이 피치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은퇴할 때까지 내 약점은 비밀이었다.
내가 타격을 준비할 때 마지막으로 하는 동작이 헬멧 챙을 조정하는 거였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게 한 뒤에 헬멧 챙으로 내 존의 상단을 설정했다. 이렇게 해놓고 챙에 가려지는 공(하이 피치)은 건드리지 않았다. 내가 좁혀놓은 시야에 보이는 공만 노렸다.
더스틴 니퍼트는 두산 베어스 시절 하이 패스트볼을 잘 활용했다. 키 2m3㎝의 장신이 만드는 릴리스 포인트(release point, 투수가 공을 놓는 지점)는 상당히 높았다. 그가 던지는 하이 볼은 특히 까다로웠다. 니퍼트를 상대할 땐 높은 공을 아예 건드리지 않았다. 헬멧 챙을 활용해서 낮은 공이라도 잘 대응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 설명이 의아하게 들릴 수 있다. 야구팬들이나 선수들은 “타자 시선과 가까운 높은 투구는 장타로 연결되기 쉽다”라거나 “투수는 높은 공을 던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거다.
이 말이 모두에게 맞진 않다. 나는 덩치가 큰 편인데도 하이 피치에 약점이 있었다. 그 이유는 스윙 궤적이 다운컷에 가까웠고, 또 히팅 포인트가 다른 타자들보다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투구가 타자의 앞발(오른손 타자라면 왼발) 부근에 왔을 때 배트와 만나는데 내 포인트는 평균보다 20~30㎝ 후방에 형성됐다. 히팅 포인트가 뒤에 있는 타자는 하이 피치보다 낮은 공을 잘 공략한다.
몇 년 전만해도 내가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 팀 선수들이나 코치님들이 투수에게 “무조건 낮게 던져”라고 소리쳤다. ‘높은 공을 던지면 위험하다’는 고정관념이 KBO리그에 만연해 있었던 거다.
난 속으로 ‘생큐’라고 외쳤다. 자신감도 상승했다. 낮은 공을 때려서 좋은 타구를 만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하이 피치는 아무리 때려도 좋은 타구가 좀체 나오지 않았다. 내가 높은 공에 방망이를 많이 냈다면, 타율과 홈런이 모두 감소했을 것이다.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타자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더구나 타격은 아주 예민한 동작의 연속이기 때문에 매일 연구하는 게 좋다. 자기가 강한 코스가 어디인지, 약한 곳은 어디인지 완벽히 파악해야 한다. 내가 느끼는 것과 데이터로 보는 강·약점이 다를 수도 있다. 객관화를 통해 ‘진짜’를 가려내야 한다.
가운데 공은 모든 타자가 좋아한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별하기 쉽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측면으로 봐도 대응하기 수월하다. 게다가 완벽한 밸런스로 타격할 수 있어 정타를 만들 확률이 높다. 잘 치는 타자의 이 코스 타율은 4할이 넘는다. 못 쳐도 3할은 된다.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를 축으로 자신만의 존을 설정해야 한다.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모든 투구를 안타로 만들 순 없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코스에 강한지, 핫 앤드 콜드존(hot & cold zone, 타자의 강약점을 구간으로 나눈 도표)이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내 약점은 끝까지 비밀이었다
내 핫존은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중심으로 약간 낮은 코스였다. 한 타석에 공 하나만 여기로 오길 기다렸다. 훈련은 평소에 해야 하고, 전략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짜야 한다. 타석에서는 내 존에만 집중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더 그랬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난 높은 공을 치면 안 되는 타자였다. 그래서 하이 피치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은퇴할 때까지 내 약점은 비밀이었다.
내가 타격을 준비할 때 마지막으로 하는 동작이 헬멧 챙을 조정하는 거였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게 한 뒤에 헬멧 챙으로 내 존의 상단을 설정했다. 이렇게 해놓고 챙에 가려지는 공(하이 피치)은 건드리지 않았다. 내가 좁혀놓은 시야에 보이는 공만 노렸다.
더스틴 니퍼트는 두산 베어스 시절 하이 패스트볼을 잘 활용했다. 키 2m3㎝의 장신이 만드는 릴리스 포인트(release point, 투수가 공을 놓는 지점)는 상당히 높았다. 그가 던지는 하이 볼은 특히 까다로웠다. 니퍼트를 상대할 땐 높은 공을 아예 건드리지 않았다. 헬멧 챙을 활용해서 낮은 공이라도 잘 대응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 설명이 의아하게 들릴 수 있다. 야구팬들이나 선수들은 “타자 시선과 가까운 높은 투구는 장타로 연결되기 쉽다”라거나 “투수는 높은 공을 던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거다.
이 말이 모두에게 맞진 않다. 나는 덩치가 큰 편인데도 하이 피치에 약점이 있었다. 그 이유는 스윙 궤적이 다운컷에 가까웠고, 또 히팅 포인트가 다른 타자들보다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투구가 타자의 앞발(오른손 타자라면 왼발) 부근에 왔을 때 배트와 만나는데 내 포인트는 평균보다 20~30㎝ 후방에 형성됐다. 히팅 포인트가 뒤에 있는 타자는 하이 피치보다 낮은 공을 잘 공략한다.
몇 년 전만해도 내가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 팀 선수들이나 코치님들이 투수에게 “무조건 낮게 던져”라고 소리쳤다. ‘높은 공을 던지면 위험하다’는 고정관념이 KBO리그에 만연해 있었던 거다.
난 속으로 ‘생큐’라고 외쳤다. 자신감도 상승했다. 낮은 공을 때려서 좋은 타구를 만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하이 피치는 아무리 때려도 좋은 타구가 좀체 나오지 않았다. 내가 높은 공에 방망이를 많이 냈다면, 타율과 홈런이 모두 감소했을 것이다.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움직임 적어야 정확성 높아져
프로에서 몇 년 뛰면서 높은 공에 대처하는 요령이 향상됐다. 그래도 가급적 하이 볼을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2010년 일본 롯데 마린스에 입단한 뒤로는 꽤 고전했다. 일본 투수들이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투구의 무브먼트도 상당히 심했다. 한국 투수들과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이거였다.
난 2010년 일본 투수들과 상대하면서 21홈런을 때려냈다.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건 파워 포지션(power position, 총을 장전하듯 배트를 쥔 두 손을 뒤로 뺀 자세)에서 히팅 포인트까지 가는 거리가 짧은 덕분이었다. 하체 움직임이 거의 없고, 스윙이 간결했기 때문에 까다로운 공을 콘택트할 수 있었다.
난 타격할 때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테이크백(take back, 타격하기 전에 배트를 뒤로 빼면서 힘을 모으는 동작)을 하지 않았다. 스트라이드(stride, 앞발을 내디디며 힘을 싣는 자세)도 거의 없었다.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 파워 포지션을 뒤에 뒀고, 두 다리를 고정했다. 다른 타자에게는 이 동작이 불편하고, 파워를 모으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시행착오 끝에 이 자세를 만들었다.
내가 스물여덟 살이었던 2010년에는 파워가 좋았다. 테이크백과 스트라이드 없이 엉덩이를 뒤로 뺐다가 그 반동으로 투구의 힘을 이겨낼 수 있었다. 투수 친화적인 (지바 롯데의) 마린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쓰면서 장타를 제법 쳐낸 이유는 군더더기 없는 스윙에 근력까지 받쳐줬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높은 공을 쳐서 홈런으로 만들진 못했다. 가운데에서 낮은 코스의 공을 공략했다. 이는 타자가 스트라이크라고 해서 모든 공을 다 공략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된다.
지금까지 설명한 건 볼카운트 0스트라이크와 1스트라이크일 때 해당하는 이론이다. 이때는 철저하게 자기가 설정한 존만 공략하면 된다.
그러나 2스트라이크에서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 스트라이크를 하나 더 먹으면 삼진이 되기 때문에 내 타격만 고집할 수 없다. 2스트라이크에서는 심판의 존에 맞춰 타격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공이 아니라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면 쳐야 한다. (물론 주자가 있을 때는 이것도 신중해야 한다. 스트라이크 같다고 무조건 배트를 갖다 대면 병살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스트라이크존에는 지름 7.3㎝의 야구공이 (타자의 키에 따라 다르지만) 77개나 들어간다. 좌우, 높낮이가 다른 공을 하나의 스윙으로 공략할 수는 없다. 스트라이크존을 최소한 9개로 나눠서 달리 대응해야 한다. ‘9가지 스윙’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다.
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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