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배당 확대 기대 ‘급냉각’...이복현 눈초리
이복현, 배당·성과급 만큼 사회공헌 확대 압박
소액투자자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불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은행 주가를 종합한 KRX은행지수는 올해 첫 거래일 592.44(종가)에서 17일 723.41로 130.97(22.10%) 상승했다. 4대 금융지주의 경우 하나금융이 4만800원에서 5만2200원으로 27.9% 올랐고, 뒤이어 신한금융(26.2%), KB금융(24.2%), 우리금융(14.2%) 순서로 상승률이 높았다.
은행주의 상승은 주주들의 높아진 주주환원 정책 확대 요구와 함께 신한금융이 전향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결과로 분석된다. 앞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은 은행주가 부족한 주주환원으로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7개 금융지주에 공개서한을 보내 주주 환원 확대를 요구했다.
얼라인에 따르면 국내 은행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1배지만 해외 은행은 평균 1.28배에 달한다. PBR은 현재 주가가 순자산 대비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PBR이 낮다는 것은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얼라인은 국내 은행주의 저평가 원인을 미진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았다.
여기에 신한금융은 지난 2일 열린 경영포럼에서 자본비율을 12%대로 유지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환원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공개했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15일 “신한지주의 전향적인 자본 정책 발표로 이 같은 기조가 나머지 금융지주에 확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신한, KB, 하나의 주가는 연초 대비 17.6% 올랐다”며 “KOSPI지수를 10.9%P 상회하며 오랜만에 훌륭한 주가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단, 규제 산업인 금융업의 특성상 은행권의 배당 확대는 감독당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은행·금융지주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및 가격 결정 등에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혀 배당 확대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감독당국의 기조는 16일 발언으로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이 원장은 이날 “주주 환원과 성과급 지급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금융기관의 CEO(최고경영자)라면 금융소비자 보호 등 공적 책임이 중요하다”면서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에 환원하고,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한다면 최소한 3분의 1 정도는 우리 국민들 내지는 금융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는 배당 확대에 나서려는 은행들에 부담으로 돌아오는 발언이다.
이 원장의 발언은 즉각적인 시장 반응을 불러왔다. 17일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76%에서 3.38% 하락했다. 당국이 은행의 배당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온 결과다.
소액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감독당국의 시장 개입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온라인에서 한 누리꾼은 “주식회사의 이익 배분은 주주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사회환원을 요구할 것이라면 국가가 직접 은행을 운영하면 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은행 부실 시 공적자금 지원과 관련해 “일반 기업에도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며 “왜 은행 주주만 차별받아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이 과도한 은행주의 상승 열기를 식히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배당 확대를 두고 은행주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추세”라며 “이 원장의 발언은 과도한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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