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값 또 오를까”…주류업계·외식업계 ‘속앓이’
주류업체, 당장 출고가 인상 검토하지 않지만 부담 커
자영업자, 출고가 오르면 판매가 인상도 불가피
주류업계와 외식업계가 소주값 인상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주값을 들썩이게 할 상승요인이 다분하지만, 가뜩이나 물가상승에 따른 부담이 큰 시기 소비자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지난해 이미 가격인상을 했다는 점도 고민을 더하는 분위기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소주병을 제조하는 제병업체들은 지난해 말 소주업체에 병값 인상 계획을 통보하고 최근 병당 40원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이 본격 적용될 경우 공용병인 녹색병 기준 현재 180원에서 220원으로 오른다. 인상률은 22.22%다.
병값 인상 시기는 현재 미정이다. 제병업체들은 설 연휴 이후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소 유동적이지만 1분기 내에는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병값 인상 이후 소주업체 역시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 소줏값을 인상할 수 있다.
통상 소주병의 경우 7~8번을 재사용하지만, 까다로운 세척 과정과 함께 재사용을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 파쇄해 재활용 할 경우 더 큰 비용이 들어 기업 부담이 뒤따른다. 제조원가가 오를 경우 출고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세금도 함께 올라 소줏값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
물론 병값이 오른다고 해서 반드시 소주값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소주 가격 인상요인은 발생하지만, 그때마다 출고가격을 올려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사실 술값은 매년 언제든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이렇게 병 가격 오른다고 하니 크게 보이지만 그 사이 많은 원재료 값들이 오른다”며 “일반적으로 이를 몇 년씩 감내하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출고가를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류업계도 올해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전기세까지 올라 기업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전기요금이 1㎾h당 13.1원 올랐다. 이어 2분기 이후에는 가스요금 인상도 대기 중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장들은 전기세 부담이 크다. 공장 돌리는데 필요한 전력이 많은데 올해는 전기세가 올라 부담이 어마어마하다”며 “그렇다고 신제품에 가격을 올려 받기도 어렵다. 가격경쟁력에 따른 인지도 상승 정책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가뜩이나 어려운데…외식업계, 소주값 인상에 촉각
외식업계도 비슷한 분위기다. 기업들이 가경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출고가를 조정하게 될 경우 판매가도 올려야 하는데 이미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외식 등 소비를 더욱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전반적인 경기 불황 여파로 생존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무작정 가격을 인상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자칫 소비자들의 불만이 소상공인들에게 향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제조 업체가 출고가를 인상하면 식당에서 파는 소주 가격 또한 껑충 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술집이나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로서는 소주 가격을 올릴 합당한 명분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가격을 높여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주류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지난해 사례만 봐도 소주 출고가 100원이 오르자 소주 판매값이 1000원씩 올랐다”며 “올해도 다른 식자재 가격 인상을 메뉴에 일일이 반영하지 못한 것을 주류쪽에 올려 받는 현상이 또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소비재 기업의 경우, 변동하는 원부자재 가격을 기반으로 즉각적인 가격 변동이 어렵다”며 “이번 공병가격 인상으로 인해 소주 제조사의 즉각적인 가격 인상 역시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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