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국가전략기술' 지정 놓고 3년째 부처간 줄다리기
[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수소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3년째 지속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를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신재생 에너지로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전략기술 분야 선정은 세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수소산업 현황과 핵심 기술 등 관련 자료를 산업부에 요청했다. 수소를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할지 여부를 최신 동향을 통해 살펴보기 위해서다. 앞서 이달 초 정부가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상향하자 정치권에서 수소 등 기타 산업 분야 역시 형평성을 고려해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검토가 이뤄졌다.
국가전략기술이란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적 중요성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로 정부가 중점 관리한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2021년 말 신설했으며 국가전략기술에 선정된 분야는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시 주요 경쟁국 대비 최고 수준의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국가전략기술은 반도체, 이차전지(배터리), 백신 등 총 3개 분야 36개 기술이 해당한다.
수소, 尹정부 핵심산업산업부는 탄소중립의 핵심인 그린수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국가전략기술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2021년부터 3년째 고수하고 있다. 정권과 관계없이 수소 산업 육성에 정부가 그동안 한목소리를 냈다는 논리다. 실제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말 기재부는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수소 산업을 경제·안보 차원에서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지속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역시 110대 국정과제에서 '세계 1등 수소 산업 육성'을 목표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에너지 등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로 생산단계부터 온실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다만 생산원가가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세계 그린수소 생산은 2020년 7만t에서 2026년 172만3000t으로 생산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세계그린수소 시장규모는 3억2900만달러에서 연평균 58% 성장해 2026년 43억7330만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부가 미래 먹거리로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이를 위해선 수소를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해 R&D 및 설비투자 세제지원을 끌어올려 기업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국가전략기술 선정이 예상과 달리 미뤄지면서 정부의 수소 세제 혜택을 믿고 투자한 산업계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수소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고 세액공제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2021년 말 수소를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방안이 무산된 이후 3년째 기재부와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국가전략기술 선정에 있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우리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업종을 기준으로 삼는 분위기"라며 "상대적으로 수소에 대한 전략기술 선정 협의가 미뤄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추가 세액공제는 부담기재부 세제실은 다만 수소산업의 국가전략기술 선정은 대외환경 등을 고려해 복합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산업의 미래 유망 정도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수소를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결론이다. 당장 올해부터 25%로 상향한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에 따른 세수 감소분도 신경 써야 한다.
2022년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올해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우 기존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상향 조정된다. 아울러 직전 3년 평균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율(10%)까지 적용할 경우 올해 한시적으로 최대 35%까지 투자 혜택이 늘어난다. 기재부는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 상향으로 내년 세수 감소분이 3조6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세제실 관계자는 "조특법상 수소를 국가전략기술로 포함하는 계획은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는 '신성장·원천기술' 세액공제를 적용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장·원천기술은 국가전략기술보다 세액공제율이 약 10%포인트 낮다. 수소 보급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의체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이승훈 본부장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업의 친환경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며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수소 정책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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