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령’ 설경구 “여성 캐릭터 활약, 반갑고 통쾌하지 않나요?”
정진영 2023. 1. 18. 06:10
혼란과 교란. 영화 ‘유령’에서 배우 설경구가 연기한 캐릭터 쥰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설경구는 자신이 가진 무게감을 십분 활용, 러닝타임 끝까지 ‘유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유령’ 개봉을 앞두고 설경구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기능적이었다”고 표현하면서도 어떠한 연기도 기능적으로는 하지 않는 그 섬세함을 갖춘 배우. 설경구의 무게감은 그런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쥰지는 태생적으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갖고 있는 인물이에요. 혈통에서 온 콤플렉스도 있고, 그런 것 때문에 심리적으로 꼬여 있기도 하고요. 기존 출연작들에서보다 ‘유령’에서 더 보여주려고 했던 건 쥰지라는 캐릭터가 가진 기능성이에요. 보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계속 긴장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영화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은 쥰지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혼란’을 꼽으며 “그렇기에 묵직한 배우가 필요했다. 시나리오를 다 쓴 뒤에도 몇 번이나 고치고 광을 내서 정성스럽게 시나리오를 전달했고, 그렇게 설경구를 캐스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설경구가 이해영 감독을 만나 한 말이 “나한테 이 시나리오 왜 줬어”였다. 설경구는 ‘유령’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거의 해보지 않아서 그 부분에 끌렸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어떤 작품이든 내가 하는 연기이기 때문에 반복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데, 시대가 바뀌고 착장이 바뀌면 연기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겸손의 말을 덧붙였다.
“쥰지는 얼굴선이 보여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얼굴이 두루뭉술하게 보이면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살을 조금 빼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또 영화에서 입은 제복이 쥰지라는 캐릭터의 특성을 더욱 살려준 것 같아요. 제복을 입고 견장을 차니 그 착장이 주는 어떤 분위기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쥰지가 박차경(이하늬 분)과 맨몸으로 맞붙는 장면은 ‘유령’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해영 감독은 이 장면에서 성별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기를 원했고, 결과물을 본 설경구는 ‘둘 다 잘 싸웠다’고 생각했다.
“쥰지 같은 경우에는 박차경을 죽일 마음이 없었을 것이고, 박차경은 반대로 죽이려고 싸웠을 거예요. 그 싸움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다르다 보니 그렇게 치열한 액션 장면이 나올 수 있었겠죠.”
설경구는 “사실 저는 액션 기술이 좋은 배우는 아니다”고 털어놓으며 “(액션 연기를) 힘으로 주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통뼈라 손이 맵다”며 “그래서 이하늬 배우를 잘못 칠까봐 처음에 합을 맞출 때 겁이 났다”고 덧붙였다. 장면을 무사히 마무리한 것에 대해서는 이하늬에게 공을 돌렸다. 이하늬가 잘 받아줘서 무리 없이 찍을 수 있었다고 했다. 설경구는 “그런 장면일수록 함께 찍는 배우가 인상을 너무 쓴다거나 힘들어하면 눈치가 보인다”며 “이하늬 배우는 ‘컷’ 하면 바로 ‘아~’하면서 유쾌하게 받아줬다. 덕분에 편하게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어 연기는 어땠을까. 설경구는 영화 ‘역도산’(2004)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1963년 일본 동경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프로레슬러 역도산을 연기한 바 있다.
“‘역도산’ 때 너무 고생을 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유령’에서는 일본어 대사가 그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그래도 연습을 하긴 해야했죠. 대사의 발음을 계속 반복해서 연습했어요. 우리 일본어 선생님이 발음을 하나하나 되게 꼼꼼하게 체크해 주셨거든요. 현장에서 표현이 잘 안 된 부분은 후시도 땄고요.”
‘유령’은 극의 중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영화다. 초반이 추리극에 가깝다면 후반부는 액션이 주가 된다. 이 부분에서 설경구가 연기한 쥰지를 비롯해 여러 캐릭터들이 안에 숨겨뒀던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이하늬를 필두로 한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설경구는 이런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남성 캐릭터들의 활약에 주로 집중되는 영화판에서 신선한 재미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브로맨스, 브로맨스 하잖아요. 그러면서 남자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도 극장에 많이 걸리고요. 그런 측면에서 ‘유령’에서 여성 캐릭터가 보여주는 활약은 신선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통쾌하고 후련하던데요. 브로맨스 속에 살아 있는 워맨스가 반갑기도 하고요.”
설경구가 쥰지 역을 맡은 영화 ‘유령’은 18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1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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