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공시 증가율 60% 육박…소액주주 입김 세진다
주주권익 보호 제도 개선 기대감↑
국내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주가치 제고가 연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배구조 관련 공시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주주행동주의 확산이 거세지면서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와 맞물려 주주권익을 높일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총 130건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해당 공시는 소유구조 변경이나 계열기업과의 내부거래, 경영진·지배주주 등과의 자기거래에 대한 포괄적 이사회 의결 등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핵심 사안 등을 포함한다.
기업지배구조에 변화를 주는 국내 상장사는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와 관련해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은 에스엠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는 기존 사외이사 비중을 현행 25%에서 과반수로 늘리는 내용의 기업지배구조 변경을 발표했다. 사내이사수는 3명으로 유지하되 사외이사를 1명에서 4명으로 추가 구성할 예정이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지배구조를 만들겠단 취지다. 에스엠 관계자는 “이번 글로벌 수준의 이사회 구조 개편을 통해 글로벌 엔터기업으로 도약하고, 주주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히 늘고 있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은 주주가치 제고 목소리 확산과 무관치 않다. 이번 에스엠의 이사회 독립성 확보 조치 역시 주주행동주의의 결과로 관측된다.
에스엠 지분 1%가량을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8개 요구사항과 4개 제안사항을 에스엠 이사회에 전달한 바 있다.
해당 공개서한에는 이사회 독립성 확보 등의 요구가 담겼다. 당시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달 13일까지 공개서한에 대한 답변 회신을 요구하며 회신이 없을 시 두번째 공개주주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행동주의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올초 태광산업이 향후 5년 간 신사업 등에 8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히자 트러스턴자산운용은 투자 계획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오는 19일까지 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
트러스턴은 태광산업 지분율 5.8% 보유한 2대 주주다. 이 행동주의펀드는 앞서 흥국생명에 대한 태광산업의 4000억원 유상증자 지원을 무산시키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올초 KT&G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KT&G가 15년 전 주가에 머무르면서도 주주가치 제고에 소홀하다고 보고 주주들로부터 주주권을 위임 받아 3월 주총에서 주주제안 사항을 안건으로 상정하겠단 계획이다.
구심점을 형성한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행동주의 참여도 예상된다. 지난해 글로벌 약세장에서 코스피의 상대적 하락세가 두드러지며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가중된 상태다.
김규식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규제하는 법이 없거나 행정력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그늘에서 일부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를 수탈하고 우리 자본시장을 병들게 하고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해 각성한 일반 투자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올해를 ‘코리아 프리미엄’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만큼 소액주주 권익 보호에 대한 업계 관심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 등 유관기관도 이에 호응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민간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기업들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건전성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고민하겠다”며 “주주에 대한 배당정책 강화 등 주주중심 경영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당국과 협조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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