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 다시 만든 서울시장...재난 신속대응 위해? [공관 대수술, 그 후]
서울시장 관사가 약 2년 만에 부활한다.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장 관사는 용산구 한남동 서울파트너스하우스 건물이다. 지난 11일 찾은 이곳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비계 구조물과 반투명한 파란색 가림막을 철근콘크리트조 건물 외벽 전체에 두르고 공사 중이었다. 오 시장은 이 건물 3층(361.72㎡·109평)만 사용할 예정이다.
3층 관사 내부는 출입구를 중심으로 북동쪽과 남서쪽으로 구분된다. 매봉산 방면 북동향 공간은 폭이 좁은 쪽문만 내고 안이 잘 보이지 않도록 외부에 대나무를 심었다.
집무 공간으로 추정되는 남산 방면 남서향 공간은 햇볕이 잘 들어왔다. 정면에 시야를 가로막는 빌딩이 없는 데다, 멀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이 남산 위에 우뚝 솟아 있어 경관도 좋았다. 이 건물을 설계한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백의현 건축사는 과거 TBS와 인터뷰에서 “열린 시야를 감상하는 것이 이 건물 가장 큰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베란다에서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한남제1고가차도를 사이에 두고 나인원한남이 코앞에 보인다. 방탄소년단(BTS)·지드래곤·송중기 등 연예인이 소유한 나인원한남은 지난달 9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건축 구조상 옥상층도 시장 관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옥상층과 3층을 연결하는 통풍·채광용 구멍이 뚫려있어서다. 이곳에 중정(뜰)을 설치하면 옥상으로 들어오는 햇빛·비를 받으면서 마치 복층처럼 관사를 활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구체적인 공간 설계안이 나오지 않아서 어떻게 관사를 구성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이달 말쯤 설계안이 나오면 공간 운영계획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사 운영비는 시비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 조례 45조는 관사 운영비를 공공요금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실제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쓰던 가회동 관사(660㎡·200평)는 반전세 보증금(28억원)과 월세(연 2496만만원), 전기·가스·수도 요금 등(연 954만7000원)을 시비로 지불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운영비는 향후 운영계획 수립 이후 책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사가 들어서는 서울파트너스하우스는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했던 2008년 관사로 쓰기위해 지었다. 하지만 같은 해 연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중소기업을 위한 수출지원시설로 바꿨다. 2018년부터는 문화콘텐트 산업 분야를 지원하는 시설로 변모했다.
2021년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 시장은 “세금 낭비를 막겠다”며 광진구 자택에서 출·퇴근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등 재난·재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사에서 약 6㎞ 거리인 서울시청까지 차로 이동하면 15분 정도 걸린다. 광진구 자택에서 시청까지 현재 통근거리(15㎞)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대한 재난 상황을 인지하면 서울시 안전총괄실장과 소방재난본부장이 서울시장에 직보하는데, 통근 거리를 줄이면 긴급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전영평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재난 발생 대응과 시장 관사는 인과관계가 별로 없다”며 “기관장이 현장에 십여분 늦게 도착한다고 재난 대응이 어렵다면 재난 대응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 관사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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