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하면 '김·치·방'이죠...한복 즐기는 첫 캐나다 女대사의 꿈

전수진 2023. 1.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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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마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대리. 서울 정동 캐나다 대사관에서 수교60주년을 맞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중이다. 강정현 기자


'피겨 퀸' 김연아의 제 2의 고향, 캐나다가 한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지 올해로 꼭 60년이다. 뜻깊은 올해를 앞두고 지난해 10월 서울에 부임한 타마라 모휘니 대사대리는 최근 중앙일보와 만나 "김연아 선수에게 명예대사를 부탁했는데 바쁜 일정에도 흔쾌히 수락해줘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며 활짝 웃었다. 김연아 전 선수는 축하 영상 메시지에서 "캐나다에서 훈련도 오래 했고, 금메달을 획득한 곳도 (캐나다) 밴쿠버"라며 "올림픽 당시 캐나다 분들의 따스한 응원을 감사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모휘니 대사대리와 김연아 전 선수는 역사를 새로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전 선수의 업적은 두말하면 잔소리. 모휘니 대사대리는 수교 이후 한국에 캐나다를 대표하는 인물로 부임한 첫 여성이라는 새 장을 열었다. 구한말 이후 강산이 여섯 번 바뀌는 동안 주한 캐나다 대사는 모두 남성이었다. 모휘니 대사대리는 직업 외교관으로, 스위스 제네바 등 다자외교의 핵심 지역에서 활약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K컬처부터 젠더 이슈까지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한국에 첫 여성 대사대리로 부임하게 됐고 훌륭한 여성 동료들과 일하게 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캐나다와 한국은 다양한 점에서 서로 닮아있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협력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달라는 질문에 모휘니 대사대리의 답은 막힘이 없었다. 베테랑 외교관답게 그는 민감할 수 있는 중국 관련 현안을 매끄럽게 꺼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지리적 근접성과 교역 등 다양한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를 (한·중) 양자만으로 풀어가기보다, 다자외교의 틀에서 풀어가면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며 "그런 점에서 캐나다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맥락에서 그가 강조한 것은 한국과 캐나다 정부 모두 인도·태평양 전략을 새로운 외교 기조로 내세웠다는 점. 인도·태평양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필수 정체성 키워드다.

타마라 모휘니 대사대리가 한국 부임한 뒤 거의 제일 먼저 구매한 건 현대화한 한복. [주한 캐나다 대사관]


캐나다의 멜라니 졸리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인도·태평양 일대 국방력 강화를 위해 약 2조원을 투입하고,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투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골자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모휘니 대사대리는 "캐나다와 한국이 인도·태평양 정책과 전략에서도 함께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모휘니 대사대리는 외교관이면서 부인이자 두 아들의 엄마다. 가족 모두 그를 따라 서울에 왔다. 이들이 꼭 지키는 루틴이 있으니, 아무리 바빠도 금요일 저녁마다 가족이 모두 모여 치킨과 맥주, 즉 치맥을 즐기는 것. 모휘니 대사대리는 "한국에 부임해서 기쁜 점이 참 많은데 그중 맛있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며 "길거리 음식부터 고급 미식까지, 한식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고 산책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한복의 다양한 색상과 우아함은 세계적으로도 통할 것"이라며 "개량 한복을 보자마자 바로 구매했고, 잘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과 한복뿐 아니라 음악 역시 모휘니 대사대리를 사로잡았다고. 그는 서울 외 지역 방문 경험을 묻자 눈을 반짝이며 "당연히 부산"이라고 외쳤다. 주한외교사절 자격으로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에 참석했던 추억 덕이다. 그는 "남편이 질투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대리는 다자외교 베테랑이다. 말에 막힘이 없었다. 강정현 기자


외교관은 역시 외교관이다. 그는 BTS 콘서트 소감을 나누면서도 다양성의 가치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BTS의 다양한 멤버들이 각자의 개성을 멋지게 보여주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며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다는 점에 특히 감동했다"며 "캐나다 역시 다양한 종교와 언어, 인종이 조화를 추구하는 곳이라서 더 와 닿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며 "(구한말) 캐나다 선교사들이 한국을 받아들이고, 또 당시 조선인들이 캐나다인들을 받아들이며 60년의 역사를 쌓아왔듯, 앞으로의 60년도 소중한 파트너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축하 케이크를 커팅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 대사대리. [주한 캐나다 대사관 제공]


모휘니 대사대리가 지난 12일 주최한 수교 60주년 리셉션엔 윤석열 대통령과 메리 사이먼 캐나다 총독 간 축하 메시지 교환도 공개됐다. 양 정상은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리셉션에 참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0년간 협력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과 캐나다는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며 핵심광물 등 공급망 협력부터 전기차 및 기후변화 위기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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