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반납 관사, 대신 쓰는 부군수...기초단체장 공관 '0'의 비밀 [공관 대수술, 그 후]
송인헌 충북 괴산군수는 전임 군수와 달리 관사를 쓰지 않는다. 송 군수는 지난해 7월 취임 전 “관사는 관선 시대의 유물로 권위주의 상징이라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자택에서 출·퇴근한다.
하지만 괴산군은 괴산읍 내 관사를 매각하지 않았다. 2016년 1억8900만원에 매입한 전용면적 84㎡ 규모 아파트다. 현재 부군수 관사로 활용 중이다. 단체장이 ‘권위주의 상징’이라며 내놓은 관사를 부단체장이 쓰고 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관사는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상당수 기초자치단체가 부단체장에 관사를 제공하고 있다. 한해 수백만원씩 관리비 등을 지원해줬던 곳도 많다. 이를 두고 공직사회 내 과도한 의전문화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 '관사 운영개선' 권고
17일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2018년 당선된 전국의 일부 기초자치단체장이 관사를 썼다. 괴산군을 비롯해 충북 보은, 충남 서천, 경기도 여주, 전남 완도·광양·무안·함평·고흥 등 9개 시·군이다. 광양·함평·서천은 연면적 213~238㎡ 규모 단독주택형 관사고, 나머지는 아파트형(전용면적 85~102㎡)이다. 이들 지역 단체장은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하면서 관사를 모두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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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임차료, 도배 비용 내줬다
이와 달리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상당수 부단체장은 여전히 관사를 사용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했으나 아직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부단체장 관사는 대부분 아파트다. 연간 운영비는 면적과 시설 노후도 등에 따라 다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가 2019~2021년간 충북도와 도내 11개 지자체 부단체장 관사 등에 쓰인 예산을 평균 내봤더니 ▶아파트·건물관리비(전기·가스·상하수도 요금 등) 3290만원 ▶편의시설 이용료(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임차료) 798만원 ▶유지보수비(도배·장판 등) 795만원 ▶비품구입비(전자제품·침구류 등) 1786만등 모두 6669만원이었다. 지자체 한 곳당 556만원꼴이다. 타 지자체도 이 정도로 추산된다. 전병찬 전공노 충북본부 조직부장은 “세금을 투입한 시·군 부단체장 관사 제공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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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부군수 관사, 관리비는 꼬박꼬박
텅 빈 관사에 세금이 들어가기도 한다. 강원 양양군 부군수관사(전용면적 84.97㎡)는 지난해 7월부터 비어있다. 양양군은 부군수 자리를 놓고 강원도와 1대1인사 교류를 하고 있다. 이에따라 한해는 도 소속 공무원이, 이듬해에는 도에 파견됐던 양양군 공무원이 부군수에 임명된다.
지금은 도에 파견됐던 양양군 공무원이 돌아와 부군수를 하고 있어 관사가 필요 없다. 양양군은 오는 6~7월까진 군 예산으로 전기·가스·수도 요금 등 이 관사(아파트) 관리비를 매달 내야 한다.
광역단체 국장급 이상 관사도 있다. 경남도는 행정부지사 등 고위 간부급 공무원을 위한 단독주택형 관사 5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까진 관사 주변 가로등 전기요금 등 관리·운영비를 도 예산으로 지원했다.
출퇴근 부담 경감 위해 관사 제공?
지방 관가에선 자택에서 수십~수백㎞ 떨어진 지자체로 전출되는 부단체장 특성상 출·퇴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숙소’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교통취약지역으로 분류되는 경남 양산 등이 부단체장 관사를 두고 있다. 반면 부산 등 대도시는 부단체장 관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체장은 본인이 원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관사가 필요 없다”면서도 “중앙 행정기관 등에서 전출되는 임명직인 부단체장은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소형 아파트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단체장 관사 역시 ‘과도한 의전’이란 주장도 있다. 부단체장 전출과 맞물려 거꾸로 시·도로 전입해오는 공무원에겐 숙소 제공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전출 근무를 마치고 복귀할 때까지 보통 1년간 개인 돈으로 숙소를 마련해 생활하고 있다.
전영평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부단체장은 임명직이다 보니 관사가 필요한 측면도 있으나 다른 직장도 그렇게 해주는지 생각해보면 부단체장 관사도 혜택”이라며 “관사에 들어가는 난방비나 전기료 등을 내주는 것도 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욱·최종권·안대훈·문희철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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