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회부 꼼수' 허찔린 與...민주당 당황시킬 '2소위 꼼수' 찾았다

김준영 2023. 1.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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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양곡관리법과 방송법, 간호법 등 3개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자”며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이하 2소위)로 회부했다. 그간 민주당 독주 법안을 아예 논의조차 않고 계류시켰던 것과 달리 이번에 국민의힘은 “소위에서 토론하자”(조수진 의원)고 너도나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요청을 수용한다”며 방망이를 두드렸다. 2소위는 타 상임위 소관 법안을 심사하는 곳이다.

김도읍 국회 법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중 양곡관리법은 지난달 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위원장 소병훈 민주당 의원)에서 본회의에 직회부를 결정한 사안이라, 2소위 회부 결정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법사위가 법률안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원장은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국회법 86조 3항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이번 2소위 회부는 방송법과 간호법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양곡관리법은 이미 본회의로 넘어간 상태”라며 “민주당 일방독주에 계속 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2소위 회부가 민주당의 직회부 카드에 대한 반격이란 것이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처리 과정에서 직회부 조항을 법사위 패싱용으로 처음 선보이면서 그간 국민의힘은 적잖게 당황했다.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가기 전 ‘최종 관문’인 법사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갖고 있지만, 직회부로 “이를 뚫고 넘어갈 묘안”(민주당 초선)을 찾아내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번에 국민의힘이 주목한 건 국회법 86조 3항이다. 법사위가 법안을 ‘이유 없이’ 60일 심사하지 않을 경우라는 직회부 조건부 문구다. 즉 법안이 법사위에 머물만한 ‘이유’를 만들어준다면, 직회부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고 봤다.

국회법 86조. 사진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법사위 2소위로 회부되면서, 법안 심사라는 법사위 계류 이유를 얻게 됐다. 현재 법사위 2소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정점식 의원이다. 통상 다수당이 1소위원장, 두번째 다수당이 2소위원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서다. 민주당의 다수당 이점이 여기선 약점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2소위의 개의 및 안건 상정 등 사회권 행사는 국민의힘이 가지게 된다. 소위는 상임위 전체회의와 달리 각 부처의 실ㆍ국장 등이 참여해 깊은 토론을 한다. 국민의힘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실ㆍ국장의 추가 의견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사실상 무기한 논의할 수 있다.

민주당은 뒤늦게 허를 찔린 표정이다. 김 위원장이 회부를 결정한 지난 16일 법사위 회의록엔 당혹스러움이 그대로 묻어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김도읍 위원장을 향해 “일방적으로 2소위로 회부하겠다는 것엔 다양한 노림수와 함수가 숨겨져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가 양곡관리법의 법안심사2소위 회부에 반발하며 16일 오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장을 퇴장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다시 한번 보니까 86조 3항에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라고 돼 있다. 여기서 ‘이유 없이’를 굉장히 부각해 강조하는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2소위 회부에 항의하며 퇴장했지만, 회부를 막을 수 없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곡관리법 땐 우리가 허를 찔렸지만, 우리도 치밀하게 반격 전략을 짰다”며 “민주당 마음대로 입법독주를 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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