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재점화된 미스터 트롯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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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블랙핑크로 상징되는 K팝 보이·걸그룹의 빌보드 정상 도전이 세계적 토픽으로 부상하는 것이 거의 일상화되던 202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국내 무대를 뒤흔든 최대 이슈는 놀랍게도, 어느 누구도 성공을 예견하지 못한 종편 TV조선의 트로트 프로젝트였다.
종편 채널 중 상대적으로 예능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TV조선의 이 프로젝트는 이제는 식상하다시피한 오디션 포맷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보였던 트로트를 주역으로 내세웠을 때만 해도 시대착오적이라는 폄하를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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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블랙핑크로 상징되는 K팝 보이·걸그룹의 빌보드 정상 도전이 세계적 토픽으로 부상하는 것이 거의 일상화되던 202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국내 무대를 뒤흔든 최대 이슈는 놀랍게도, 어느 누구도 성공을 예견하지 못한 종편 TV조선의 트로트 프로젝트였다. 종편 채널 중 상대적으로 예능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TV조선의 이 프로젝트는 이제는 식상하다시피한 오디션 포맷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보였던 트로트를 주역으로 내세웠을 때만 해도 시대착오적이라는 폄하를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는 다이내믹 코리아다. 이미 관에 들어간 것으로 여겼던 트로트라는 흘러간 장르가 새로운 시대의 에너지를 담고 화려하게 부활하는 기적을 일군 것이다.
송가인이라는 신예 스타를 낳은 2019년 ‘미스 트롯’ 때만 해도 시청률 10% 중반대를 기록했던(물론 이 수치도 채널이 다각화한 이 시대에 대박급이다) 이 프로젝트가 2020년 기획을 강화한 ‘미스터 트롯’이란 후속편에 이르러 마의 30% 고지를 무너뜨려 버린다. 속편은 언제나 성공한 전작의 반타작이라는 흥행 속설마저 부끄럽게 만들어버리면서 말이다.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 정도를 제외하면 고속도로 휴게소 테이프나 칠순잔치 이벤트 같은 완전한 변방 시장으로 밀려난 것으로 생각했던 트로트는 이렇게 극적으로 21세기에 새로운 르네상스의 기틀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1960년대 이후 주기적으로 등장한 트로트 부활의 끈질긴 역사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한국 대중음악의 차별적인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21세기 트로트 르네상스의 특징은 무엇인가? 1960년대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와 남진-나훈아-배호라는 남성 트로이카가 주도한 1차 부흥기의 특성은 식민지 시대 트로트의 음악적 원형으로의 복귀였다. 이 부흥으로 ‘정통 트로트’의 골격이 완성된다. 현철-태진아-송대관-설운도라는 이른바 4대 천왕과 차세대 여왕 주현미, 트로트의 아티스트 심수봉에 의해 견인된 1980년대 2차 부흥은 음악적 크로스 오버를 통한 트로트 스펙트럼의 확장이 주된 동력을 이뤘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이르러 한국의 트로트는 모든 음악적 장르와 교섭하는 것을 넘어서(정통 트로트를 필두로 세미 트로트, 댄스 트로트, 록 트로트, 국악 트로트, 이젠 재즈 트로트까지 등장했다) 아이돌 그룹에서나 볼 수 있는 비주얼과 퍼포먼스까지 탑재하면서 기존 다른 장르의 레퍼토리까지 자신의 영토 안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준다. 1990년대 초 심신의 ‘오직 하나뿐인 그대’나 김광석의 통기타 음악까지 트로트는 자신의 영역 안으로 자연스럽게 포섭한다. 즉 지나간 가치 있는 것(oldies 혹은 classic)이 트로트의 시각으로 재조명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미스·미스터 트롯’의 승리는, 그리고 송가인과 임영웅 등등의 스타덤은 우연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절대적인 보컬의 완성도를 기본 조건으로 요구하는 이 장르의 보수적인 기준을 만족시키면서 새로운 시대적 감각을 놓치지 않는 기민한 기획력까지 확보한다. 노년 세대의 증가는 이 신드롬의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다. 나훈아가 여전히 현역의 황제 지위를 누리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트로트 뮤지션의 시장 유통 기한은 아주 길다. 여기에 울컥하게 만드는 우여곡절의 개인사까지 양념으로 가담한다.
그리고 어쩌면 아마도, 지난 백년간 로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트로트가 이제는 최소한 동아시아권에서의 새로운 K팝 한류의 성인 문화 콘텐츠로 성장하게 될지 모르겠다. 트로트는 여전히 현재와 미래진행형의 장르다.
강헌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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