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정치보복 논란… “사법부에 판단 위임, 정치권은 승복”
집권 정당의 이념적 성향과 상관없이, 한국 정치에서 야권에 대한 수사는 예외 없이 정치보복 논란으로 이어졌다.
윤석열정부의 야권 수사도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개발의혹 사건’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 당시 사건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통해 전임 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윤석열정부에서도 정치보복을 둘러싼 공방은 거세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정치보복 논란의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전문가 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법학 교수 20명과 정치학 교수 20명 그리고 정치평론가·여론조사 전문가 10명이 국민일보의 이번 설문조사에 응했다. 전문가들에 대한 설문조사는 개인적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익명을 전제로 진행됐다.
국민일보는 교수·정치전문가 50명에게 ‘야권수사가 정치보복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2개까지 복수응답 가능)을 던졌다.
정확히 절반에 해당하는 25명의 교수·전문가는 ‘최종적인 판단은 사법부에 위임하고, 그 결론에 정치권이 승복하는 문화’를 꼽았다. 교수·전문가들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여야가 정치적 공방을 벌일 경우 혐의에 대한 실체는 가려지고, 국론 분열만 야기하는 정치보복 논란만 낳는다고 지적했다.
법학 교수 A씨는 “내 편이면 무작정 감싸고, 네 편이면 무조건 공격하고 보는 편 가르기와 광적인 팬덤 정치문화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교수·전문가 19명은 ‘정치적 논란이 큰 사안은 여야 합의에 따른 특검 방식 채용’을 정치보복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건으로 꼽았다. ‘언론의 의혹 부풀리기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을 꼽은 교수·전문가도 15명에 달했다.
국민일보는 또 ‘검찰의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가’라는 질문(2개까지 복수응답 가능)을 제시했다. 교수·전문가 25명이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에 따라 야당대표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않고, 일반사건과 마찬가지로 수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 여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등 검찰 수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답변은 16명이었다. 교수·전문가 12명은 ‘정치보복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아니라 특검에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안타깝게도 현 단계에서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수사방식이 없기 때문에, 정치보복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응답한 교수·전문가도 12명에 달했다.
교수·전문가들은 정치보복 논란이 계속 반복되는 원인을 여야 정치권에서 찾았다. ‘한국에서 정치보복 논란이 반복되는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3개까지 복수응답 가능)에 32명이 ‘여야가 상대방을 협치의 대상이 아닌 적으로 규정하는 문화’에 있다고 답했다. 교수·전문가 31명은 ‘전 정부에 대한 수사를 통해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는 정파적 정치전략’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와 여당에 더 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대통령과 검찰이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는 전문가도 많았다. 교수·전문가 16명은 ‘검찰의 과도한 권한 및 무리한 수사’를 원인으로 꼽았고, 13명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따른 현 정부의 강력한 권한’을 문제로 지목했다.
국민일보는 교수·전문가에게 ‘한국정치에서 정치보복 논란을 끊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가’(2개까지 복수응답 가능)라는 질문도 던졌다. 이에 대해 절반이 넘는 전문가 28명은 ‘대통령 4년 중임제·이원집정부제·내각제 등 개헌을 통한 권력 구조 개편’을 답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는 설문조사 전 진행한 사전 인터뷰에서 “한국이 권력 구조 개편을 통해 지금의 양당제 체제에서 다당제 체제로 간다면, 협치의 공간이 더 넓어지면서 정치보복 논란이 끊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지금의 양당제 체제가 고착화된 상황에서는 정치보복 논란이 사라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해법으로 제시됐다. 정치학 교수 B씨는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크다 보니, 대통령을 두고 찬·반으로 나뉘어 정치적 양극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기소권을 쥔 검찰에 대한 견제를 근본적 대책으로 꼽은 전문가들도 있었다. 교수·전문가 13명은 ‘검찰 권한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법원의 역할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고, 11명은 ‘검찰 수사·기소권에 대한 법적 규제 강화’를 꼽았다.
정당팀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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