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땐 더 해보자”… 우승 목마른 리베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소설 '에브리맨'의 주인공은 말년에 그림 교실을 열었는데, 가망 없는 학생들일수록 영감을 찾곤 했다.
"'변화는 새로운 행동을 요구한다'는 구절이 좋았어요. 수비나 리시브가 안 될 때 자세를 바꾸든 뭐든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았거든요. 화나고 기분 나쁜 상태로 멈출 게 아니라 그 구절을 되뇌면서 '더 해보자' 하고 있어요." 그는 인터뷰하며 행동·경험·책임 같은 단어를 종종 언급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표팀 경험이 시즌 활약 도움
처음부터 잘하는 포지션 아냐
동료들과 서로 우승하자 다짐”
소설 ‘에브리맨’의 주인공은 말년에 그림 교실을 열었는데, 가망 없는 학생들일수록 영감을 찾곤 했다. 그런 소리가 질릴 때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본 말을 기억나는 대로 전한다.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아마추어가 영감을 찾겠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프로는 그냥 행동한다.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의 리베로 김연견(30)은 프로 12시즌 차 베테랑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묵묵하고 꾸준히 프로로 살아남았다. 지난 9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김연견은 최근 읽었다던 책의 한 구절을 이야기했다.
“‘변화는 새로운 행동을 요구한다’는 구절이 좋았어요. 수비나 리시브가 안 될 때 자세를 바꾸든 뭐든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았거든요. 화나고 기분 나쁜 상태로 멈출 게 아니라 그 구절을 되뇌면서 ‘더 해보자’ 하고 있어요.” 그는 인터뷰하며 행동·경험·책임 같은 단어를 종종 언급했다.
17일 현재 김연견은 디그 1위(세트당 평균 5.929), 리시브 효율 10위(43.05%), 수비 3위(세트당 평균 7.788)다. 그의 ‘슈퍼 디그’로 시작된 반격이 성공할 때면 해설위원들은 “김연견이 낸 득점”이라 극찬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의 1위 수성에도 한 축을 맡고 있다.
이번 시즌 활약의 배경으로 국가대표팀 경험부터 꼽았다. 김연견은 지난해 세자르호에 승선해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성인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뛴 건 처음이다. 2017년 성인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을 땐 ‘디그의 여왕’ 김해란(흥국생명)의 백업이었다.
“외국인 감독님과 시스템 속에서 새로운 배구를 하는 기분이었어요. 감독님과 코치진들이 새벽까지 영상 분석해서 포인트를 짚어주시고, 트레이너는 항상 새벽에 먼저 일어나 운동한 뒤에 저희 웨이트를 봐주셨어요. 자기관리가 철저한 만큼 선수들을 더 푸시했던 것 같아요. 한 프로그램을 하면 30초 쉬고 바로 다음 프로그램으로 넘어가고, 쉴 틈 없이 발로 뛰며 훈련했어요. 정말 힘들었지만 대표팀에 뽑아주신 만큼 책임이 있잖아요. ‘이렇게 된 거 뭐라도 얻어가자’고 마음먹었어요.”
경기 다음 날에는 전략분석팀에 바로 영상을 요청해 틈날 때마다 플레이를 복기하고, 이단 연결이 잘 안 될 때는 같은 팀 세터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김해란, 임명옥(한국도로공사) 등의 플레이를 보면서는 “언니들처럼 보는 눈을 더 길러야겠다” 생각한다.
김연견에게 리베로의 시간은 숙성의 시간이다.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은 아닌 거 같아요. 어릴 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안 될 때가 많았는데, 경험을 꾸준히 하면 늘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족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체격이 작고 약했던 그를 물심양면 지원했고, 지난해 7월 SSG 랜더스 투수 서동민이 새 가족이 됐다. “숙소 생활을 해요. 아직 신혼이라 미안한데 남편이 잘 이해해줘요. 야구 시즌이 되면 제가 도와야죠.”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3시즌 동안 두 번이나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되면서 우승 타이틀은 끝내 얻지 못했다. “지금 동료들과 뛰고 있는 게 감사하고, 서로 우승하자고 얘기도 해요. 긴 시간 쌓아온 게 우승까지 이어지면 좋겠어요. 뭔가 보이는데, 보일 거 같은데(웃음).”
용인=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月 70만원씩 5년 부으면 5000만원 돌려줍니다”
- ‘이자 300% 일수라도 쓴다, 살려면’… 벼랑끝 자영업자들
- 흡연 단속에 아버지뻘 공무원 ‘니킥’한 20대女 실형 [영상]
- 후임 눈에 손전등 1시간30분 비춘 해병대 예비역 벌금형
- ‘혹한기 사망’ 유족 “코로나 해제직후 훈련 투입…비통”
- 이재용도 ‘활짝’…기업인 만난 尹 “저는 영업사원” [포착]
- ‘만취’ 뺑소니에 고속도로 역주행…교도관이었다 [영상]
- 끝내 안 나타난 ‘로또 1등’ 주인…당첨금 20억, 국고로
- ‘호랑이를 산에 풀어놨다’… 김어준 “맞는 말, 오세훈 땡큐”
- 女골프 1위 리디아 고, 신혼여행 중 홀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