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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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늘 정치권의 단골 이슈였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개헌 논의는 필요성만 제기됐을 뿐 한 번도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사그라지기를 반복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국민도 한 번쯤 정치적 상상력을 제대로 발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그에게 "정말 그럴까, 정말 우리 국민이 이렇게 처절한 싸움을 5년에 한 번씩 하고 싶은 걸까, 정말 우리 국민은 변화를 원하지 않을까"라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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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늘 정치권의 단골 이슈였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개헌 논의는 필요성만 제기됐을 뿐 한 번도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사그라지기를 반복했다. 올해는 신년 초부터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구제 개혁과 함께 개헌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169석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하면서 개헌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개헌이 정치권 이슈로 오를 때마다 사석에서 만난 국회의원 상당수는 내각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극단적인 양당 정치의 밑거름이 되고, 이로 인해 양극단으로 분열된 국론이 좀처럼 통합되지 않는 현상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내각제 개헌을 하자고 깃발을 드는 국회의원은 거의 없었다. 왜 그러냐 물으면 십중팔구 “우리나라 국민은 자기 손으로 대통령을 뽑고 싶어하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야당 중진의원은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중 4명이 옥고를 치렀고, 그중 한 명은 임기 중 탄핵을 당했는데도 대통령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거의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정말 그럴까. 아직도 우리 국민은 무조건 자신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할까. 우리나라 대선은 점점 진영 간 ‘이기고 지는 싸움’이 돼가는 것 같다. 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선거라기보다 ‘우리 편이 이겨야 한다’ 혹은 ‘저들에게는 절대 질 수 없다’는 승부가 돼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선거 전에도 사생결단하듯 싸우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다시는 안 볼 사람들처럼 싸운다.
1992년 치러진 제14대 대선 이후 양당 후보 간 1% 포인트 미만(0.73% 포인트)의 득표율 차로 승부가 결정 난 건 지난해 치러진 제20대 대선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양 진영이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모아 선거에 임했다는 얘기다. 도대체 한국 사람은 왜 이렇게 대선에 집착할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도 그럴만한 것이 이렇게 긴박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승부’가 5년에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이번에 지면 5년을 또 참아야 하니까, 이번에 이기면 최소 5년은 권력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싸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치열한 승부는 지난해 벌어졌고, 그 처절한 싸움은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국민도 한 번쯤 정치적 상상력을 제대로 발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모든 형태의 대의제가 장단점이 있기에 내각제가 완벽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와 내각이 지금보다 조금 더 서로를 견제하고, 협치나 연정 없이는 국정을 이끌 수 없는 내각제로의 변화를 한 번쯤 상상해 볼만도 하지 않을까.
이런 얘기를 꺼내면 정치권에서는 또 ‘우리나라 국민은 자기 손으로 대통령을 뽑고 싶어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 그에게 “정말 그럴까, 정말 우리 국민이 이렇게 처절한 싸움을 5년에 한 번씩 하고 싶은 걸까, 정말 우리 국민은 변화를 원하지 않을까”라고 묻고 싶다.
20년 전쯤 한국에 차량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들어왔을 때 정말 신기했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가 현실이 된 것 같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20여년 지났을 뿐인데 이제는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는 것을 상상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사실 상상이 실현되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필요로 했고, 누군가는 상상했고, 누군가는 만들었을 뿐이다.
최승욱 정치부 차장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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