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정원과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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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가족여행으로 일본 교토를 다녀왔다.
정원(庭園)의 한자어에도 울타리(口, 에울 위)가 포함된다.
결국 정원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자연이자 순치된 야생이며, 나아가 안전한 낙원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와 경제위기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를 지켜줄 울타리는 무엇일까? 도시와 지구의 입장에선 풍부한 숲과 공원과 정원도 분명 소중한 울타리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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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가족여행으로 일본 교토를 다녀왔다. 첫 방문지는 당연히 료안지(龍安寺). 햇살 가득한 마루에 나란히 앉아 료안지의 암석정원(石庭)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일종의 돌멍이랄까. 흙담으로 둘러싸인 가로 24m, 세로 10m의 직사각 정원은 나무와 꽃 하나 없이 15개의 크고 작은 바위와 돌, 그 주변을 둘러싼 이끼,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모래로 이뤄져 있다. 이 작은 정원은 사람과 사회, 섬과 바다, 항성과 우주처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삶과 세상의 거울이다. 이곳은 불교 선종(禪宗)의 영향을 받은 젠(禪)가든(Zen garden) 또는 ‘고산수(枯山水)식 정원’이라는 명칭과 형식을 넘어 일본 전통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정원의 기원은 야생동물이나 다른 부족이 침입 못하게 울타리를 두른 채마밭이자 과수원인데, 이후 서양에선 빌라 데스테(Villa d’Este) 같은 이탈리아의 테라스 정원, 베르사유 정원(Park of Versailles) 같은 프랑스의 평면기하학 정원, 켄싱턴가든(Kensington Garden) 같은 영국의 자연풍경식 정원 등으로 발전했다. 동양 정원은 자연을 재현하고 세상의 원리와 인간의 이상을 구현하도록 진화했는데, 물이 중심이 되는 한·중·일의 회유임천식(回遊林泉式) 정원과 물이 없는 일본 고산수식 정원이 대표적이다.
Garden은 울타리를 뜻하는 Gan과 즐거움을 뜻하는 Oden의 합성어다. 정원(庭園)의 한자어에도 울타리(口, 에울 위)가 포함된다. 무한경쟁의 야생에서 울타리는 동서양 공히 안전을 뜻했다. 결국 정원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자연이자 순치된 야생이며, 나아가 안전한 낙원이다. 료안지 암석정원도 유채기름 매겨진 완고한 흙담에 둘러쳐져서 그 깊이감이 온전한 것처럼. 그렇다면 기후위기와 경제위기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를 지켜줄 울타리는 무엇일까? 도시와 지구의 입장에선 풍부한 숲과 공원과 정원도 분명 소중한 울타리 중 하나일 것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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