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86% "교권 침해시 교사에 즉시 제지 권한 있어야"

전국 유·초·중·고 교원 및 전문직 5520명 대상 설문조사
응답자 86.8%, 교사 보호 위한 매뉴얼 보급 요청
지도 중 '아동학대 가해자' 신고 당할 우려, 77.0% 공감

개학 첫날인 2일 전북 전주시 동암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교사에게 학교생활을 안내받고 있다.ⓒ연합뉴스

교원의 86%가 교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교사에게 즉시 제지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지 권한이 없을 경우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게 지도행위를 했다가 오히려 아동학대로 오인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 및 전문직 55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교육활동 침해를 막기 위해 교원에게 생활지도권을 부여하는 법안(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법안은 시행령 마련을 거쳐 올해 6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이번 설문은 시행령 마련을 앞두고 필요한 항목을 묻기 위해 진행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 86.3%는 문제행동·교권 침해에 대한 교실 질서유지 권한을 부여하는 점에 동의했다.

최근 교단에서는 교사가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에게 쉽게 지도행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도행위를 했다가 아동학대로 오인 받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에 교사에게 교실 질서유지 권한이 생기면 문제행동을 보이거나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에게 아동학대 우려없이 독서나 반성문 쓰기 등의 지도행위를 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외에도 교원들은 개정안에 ▲교육 당국이 예방 및 치유 프로그램 제공(88.2%) ▲교사 보호를 위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처를 위한 매뉴얼 보급(86.8%) ▲학생징계 조항에서 학급 교체, 전학 조항 추가 (89.4%)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답했다.

조사에 응답한 교원 77.0%는 교육활동이나 생활지도 과정 중에 자신도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본인이 아동학대 신고를 직접 당하거나 동료 교원이 신고를 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47.5%로 절반에 육박했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을 때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정당한 교육활동임에도 신고당한 것 자체가 억울하다'는 의견이 65.0%였다. 또 '무죄 추정의 원칙이 무시되고 마치 가해자로 기정사실로 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의견도 20.1%로 조사됐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교원지위법 개정안(중대한 교권침해에 대한 조치를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교원의 85%가 동의했다.

교총은 "생활지도권 법제화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서는 수업방해나 교권침해 시 별도 공간으로 분리, 교육활동 일부 제한, 합당한 물리력 사용을 통한 제지 등 교원이 즉각 조치할 수 있는 생활지도 내용·방법·절차를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