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신뢰 잃은 교회, 말씀으로 돌아가 해답 찾아야”

부산,조용탁 2023. 1. 1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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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대담] 이규현 수영로교회 목사
이규현 수영로교회 목사는 지난달 9일 국민일보와의 대담에서 “교회의 회복은 말씀에서 시작한다. 말씀이 교회에 스며들고, 말씀대로 성도들이 살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조용탁 객원기자


말씀 중심의 목회와 이웃을 돌아보는 교회로 가야 한다. 이규현(66) 수영로교회 목사가 최근 부산 해운대구 목양실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신년 대담을 통해 거듭 강조한 이야기다. 코로나를 겪으며 한국 교회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몇몇 여론 조사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크리스천에 대한 신뢰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목사는 “기독교의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모습에 대한 날카로운 심판을 세상이 내렸다”며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말씀 안에서 다시 일어서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1956년 부산의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청소년 시절 목회자가 되고자 결심했다. 서울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호주 시드니새순교회를 개척해 약 20년간 사역했다. 2011년 부산으로 돌아와 정필도 원로목사의 후임으로 신도 3만명의 수영로교회를 이끌고 있다. 복음 불모지에 가까운 부산에서 수영로교회는 말씀과 은혜, 선교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코로나 엔데믹 시대를 맞아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교회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교회 전반에 걸친 피해는 사실상 복구가 어려운 정도다. 한국 교회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교회 지도자들이 위기를 명확히 인식하고 성찰하며 답을 찾아야 한다.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지난해 4월 국민일보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 신뢰도가 18%까지 떨어졌다. 최근 한국 리서치 조사에선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49%나 나왔다. 참담한 성적표다. 이를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그동안 우리 교회가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에 대한 아픈 평가다.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한국 교회에선 성장주의와 개교회주의가 강했다. 기독교의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모습에 대한 날카로운 심판을 세상이 내린 셈이다. 교회의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고칠 생각은 버려야 한다. ‘왜 교회가 세상에 필요한지’ 교회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놓고 말씀에 의지하며 답을 구해야 한다. 우리는 교회가 어디로 가는지 잘 몰랐다. 스스로를 자정하고 개선하는 일에 게을렀다. 심지어 스스로 잘한다고까지 생각했다. 허상에서 깨어나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복음은 능력이 있다. 교회는 세상을 새롭게 할 수 있다. 하나님을 의지하며 다시 시작하면 희망이 있다.”

-목사님은 저서 ‘목회를 말하다’에서 말씀에 집중하고, 교회의 세속화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목회 철학은 무엇인가.

“교회의 회복은 말씀에서 시작한다. 말씀이 교회에 스며들고, 말씀대로 성도들이 살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책에서 말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이는 종교 개혁의 정신이기도 하다. 매 순간 말씀을 살피고, 잘못하고 있으면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개혁이 반복돼야 한다. 교회가 교인 수 늘리는 데 매달리면 안 된다. 말씀을 통해 성도의 영혼이 성장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지금 한국 교회엔 사회 속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신자가 적다. 교회 안에서만 좋은 신자다. 교회의 세속화로 생긴 문제다. 세속적인 가치가 교회 안에 너무 많이 들어왔다. 말씀조차 지식적이고 정보로만 가는 일이 많다. 그러면 말씀과 삶 사이가 멀어진다. 크리스천이 예수의 제자로 살기 위해선 먼저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영로교회에서 진행하는 로드맵 미니스트리가 10주년이 됐다. 행사의 취지와 앞으로의 방향은.

“교회는 이웃 교회와 함께 가야 한다. 목회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대형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큰 교회가 잘못하면 작은 교회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동시에 큰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순기능을 최대한 살려보려 고민하다 로드맵 미니스트리를 시작했다. 초기엔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 목회자들을 위한 세미나 형식이었다. 300~400명 정도 모였고, 매월 좋은 강사들을 모셨다. 그런데 수백 명이 모이다 보니 어떤 열매를 맺는지 살피기 어려웠다. 그래서 형식을 소그룹으로 바꿨다. 1년에 15명 정도 함께 모였다. 전국에서 초교파적으로 선발했다. 월요일마다 격주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상담을 해줬다. 이제 6기를 시작했는데 젊은 목회자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목회자가 변하면 그 교회가 변할 수 있다. 로드맵 미니스트리는 수영로교회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일이다.”

-지난 11월에는 농어촌·도시미래 자립교회 목회자 세미나도 했다. 이웃 교회들을 위한 나눔이라고 보이는데.

“우리 교회는 1993년부터 농어촌·도시미래 자립교회를 위한 세미나를 진행해 왔다. 교회 공동체를 위한 노력은 공교회의 역할에서 중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300여 곳의 교회를 지원했다. 지난해에도 30여 곳의 교회들을 도왔다. 지원도 더 늘렸다. 코로나 기간 상황이 어려워진 교회가 많다. 그래서 우리도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코로나로 진행을 못한 교회 행사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예산이 남았다. 남은 자금을 이웃 교회를 위해 사용하자고 당회에 제안했다. 장로님들도 기꺼이 동의해 주셔서 실제로 필요한 지원들을 할 수 있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우리가 칭찬받을 일이라기보다는 마땅히 교회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음세대가 한국교회의 희망이다. 수영로교회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다음세대의 신앙 계승 문제다. 핵심은 1세대의 신앙이라고 본다. 부모 세대의 신앙이 희미해지니 다음세대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성경에서 모세와 출애굽을 함께했던 여호수아와 장로들이 세상을 떠나자 후손들이 하나님을 멀리하는 일이 생겼다. 1세대 가운데 입으로는 하나님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물질을 더 숭배하는 이들이 있다. 부모 세대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에게 신앙을 기대하기 어렵다. 부모가 본을 보이면 자녀도 하나님을 믿게 된다. 교회는 이런 자녀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존중해줘야 한다. 그들을 품어주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수영로교회 철야 집회엔 청소년 수백 명이 나온다. 나는 아이들에게 항상 박수를 쳐준다. 대단한 일이 아니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담임 목사로서 아이들을 존중하고 그들을 품어주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 덕에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기도회가 만들어졌다.”

-수영로교회의 금요 철야기도회가 유명하다. 소개를 부탁드린다.

“금요 철야 집회는 예전 정필도 원로 목사님 때부터 있었다. 원래 한국교회엔 금요 철야 집회가 있었다. 그런데 점점 약식으로 변했다. 저녁 기도회로 바뀌며 사라졌다. 이것도 세속화의 하나다. 놀토(쉬는 토요일)가 생기고, 불금(불타는 금요일) 같은 노는 문화가 퍼지며 교회에서 철야가 사라졌다. 우리는 금요일 밤이면 3~4시간 기도에 매달린다. 현대사회에서 상처 입고 병든 사람들이 많다. 이들과 함께 기도하며 매달리니 기적과 치유가 일어난다. 기도에 빠진 교인들에게 금요 철야는 꼭 참석해야 하는 집회다. 상처를 어루만져주시는 은혜를 느낀 교인들이 금요일 밤 교회에 모이는 이유다.”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자랐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목회자가 됐나.

“아버지께서 부산 동구 범일동에 있는 사찰을 갖고 계셨다. 4월 초파일이면 집안 식구들이 모여 등을 만들던 기억이 있다. 작은 아버지가 먼저 개종을 하셨고 집안으로 복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적 전쟁이 있었지만 결국 가족들이 신앙을 갖게 됐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 집도 개종을 했다. 부산 고신대에서 운영하는 SFC(Students for Christ)라는 행사가 있다. 부산 중·고등학생들이 모이는 기독교 모임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참석한 SFC 수련회에서 큰 은혜를 받았다. 강력한 은혜를 받고 나니 다른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부터 목회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2023년 수영로교회의 계획과 방향을 말씀해달라.

“교회 목회자들에게는 성도를 인격으로 만나라고 강조한다. 교회라는 제도와 조직 안에선 자칫 프로그램에만 의존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야 한다. 영적인 갈급함을 읽기 위해선 1대 1로 만나 기도하며 돌봐야 한다. 성도가 작은 예수가 될 수 있도록 이끌고 섬기기 위해 목회자가 존재한다. 부산 지역에서 수영로교회의 역할도 고민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섬기고 나눌 생각이다. 교회와 세상 사이에 담장이 높아선 안 된다. 지역 사회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다가서야 한다. 지역 사회에서 공공성을 인정받는 교회가 돼야 한다. 세상이 칭찬하는 교회로, 사회에서 사람들이 추천해 주는 교회로 성장하는 수영로교회가 되고자 노력하겠다.”

정리=부산 조용탁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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