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 살리는 일이 평생 사명… 주님 의지하며 40여년 외길”
최수봉(72) 건국대 병원 당뇨병센터 소장은 매주 목요일 충주에서 서울로 향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소재 양재최의원에서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다. 칠순을 넘은 나이도 그에겐 문제가 아니다. 당뇨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난 7일 진료실에서 그를 만났다.
진료실 벽에는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글귀가 걸려 있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에겐 사명이 있습니다. 당뇨 환자를 살려내는 일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평생 일해왔습니다.”
그는 불안해하는 환자에게 “당뇨는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진료를 시작한다. 천천히 증상을 듣고, 치료 방법을 설명해주며 필요한 진단을 내린다. 그리고 환자를 위해 기도한다. 그렇게 40년 넘게 일했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많은 환자를 돌보고 치료했다.
당뇨를 전문으로하는 배경이 궁금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트로 일하던 시절 이야기를 시작했다. 레지던트 2년 차였다. 치료하던 30대 여성 환자가 세상을 떠났다. 치료를 받으며 오히려 건강이 나빠졌다. 오열하는 남편과 어린 자녀들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 했다.
“그날 밤 제가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를 놓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당뇨병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돕는 의사가 되겠노라 결심했습니다. 당뇨병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당뇨병은 혈액 속의 포도당을 체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며 혈당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정상인은 혈당 조절에 문제가 없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혈당을 조절해준다.
당뇨는 체내 인슐린이 부족해지며 혈당 관리에 문제가 생긴 상태를 말한다. 최 소장은 당뇨병 환자에게 적절한 인슐린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1979년 그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의료기기가 인슐린 펌프다. 췌장의 기능을 보조해주는 도구다. 사람 몸에 필요한 인슐린을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공급해 준다.
“인슐린을 매일 주사하지 않고도 정확한 분량의 인슐린을 투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슐린 공급 시간과 양을 환자의 상태에 맞춰서 조절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의 치료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병원이 있다. 하지만 최 소장은 개의치 않고 환자를 치료했다. 그에겐 의료가 천직이었다. 최 소장은 3대째 내려오는 의사 집안이다. 어려서부터 기계를 만지고 조립하는 취미도 있었다. 공대를 생각도 했지만, 집안의 가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의대로 진학했다.
기계를 만지고 조립하는 일을 즐겼던 그의 취미가 인슐린 펌프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인슐린 펌프는 해외 의학계에서 꾸준히 관심을 받아왔다. 최 소장은 2010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43차 유럽당뇨병학회에서 ‘인슐린 펌프 치료로 감소했던 췌장의 인슐린 분비기능 향상’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74차 미국당뇨병학회에서도 인슐린 펌프를 통한 인슐린 분비와 당화혈색소 정상화에 관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엔 불가리아에서 열린 당뇨 학회 강사로 참석했고, 2021년에는 당뇨병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로만 호보르카 케임브리지 대 교수와 함께 신제품도 발표했다.
모바일 앱을 이용해 펌프를 관리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유럽연합의 통합규격 인증마크인 CE(Conformite Europeen)를 받았다. 지금 그의 인슐린 펌프는 미국 FDA와 유럽CE 인증을 받았고 세계 66개국에 수출 중이다. 한국에서도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8년 8월부터 인슐린 펌프용 주사기·주삿바늘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다. 2020년 1월부터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슐린 펌프에 대해서도 급여가 적용됐다.
최 소장은 지난 수십 년간 같은 새해 소망을 갖고 있다. 더 많은 당뇨 환자가 올바른 치료 방법을 이해하고 건강을 찾는 것이다. 올해도 한 명이라도 더 만나 치료해주는 것이 목표다. 당뇨 치료 방법을 제대로 알고 따르면 당뇨는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당뇨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님이 해결 방법을 가르쳐 주시니 모두 믿음 가지고 꿋꿋이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조용탁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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