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머그샷’처럼 흉악범 얼굴 제대로 알려야

2023. 1. 1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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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변호사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2)의 나이와 얼굴 등 신상정보가 최근 공개됐다. 언론에 공개된 것은 촬영 시점이 확인되지 않은 그의 운전면허증 사진 한 장이었다. 소셜미디어 등에 드러난 최근 모습과 지나치게 달라 신상공개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신상공개제도의 역사를 돌아보자. 1990년대까지는 언론을 살인범 등 중대범죄 피의자의 신원이 공개됐지만, 노무현 정부가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강조하면서 경찰은 2003년 내부 규정을 변경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이 때문에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2004년 검거) 등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연쇄강간살인범 강호순(2009년 검거) 사건 등이 발생하자 비공개 규정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 끝에 국회는 특정강력범죄처벌법과 성폭력범죄처벌법을 개정해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규정을 2010년 4월 15일부로 신설했다.

「 옛날 사진 공개는 실효성 없어
피의자 공개 놓고서 찬반 논란
형법에 예외조항 신설할 필요

머그샷

특정강력범죄처벌법의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조항에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의 얼굴·성명·나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할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①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②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③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④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이다. 네 가지 요건 중 한 개라도 갖추지 못하면 공개가 불가능하다. 성폭력범죄처벌법도 마찬가지다.

신상공개 검토 대상 특정강력범죄는 살인·존속살해, 미성년자 약취·유인, 흉기 등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범한 강간·강제추행, 강도·특수강도, 강도살인 및 치사 등 흉악범에 한정된다. 대상 범죄와 공개 요건이 매우 엄격하다.

신상공개 규정이 시행된 이후 계속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자에 대해 법관이 아닌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불명확한 기준을 통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10월 24일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법원이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가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헌재 결정은 아직 없다.

공개 반대 측은 특정강력범죄에 대한 신상공개가 범죄 피해의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경험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법원 판결이 있기도 전에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피의자의 인격권 및 공정한 재판을 권리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도 제시한다.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니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강력범죄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고, 연쇄살인 및 아동 성폭행 살해 등 반인륜적 범죄 발생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개 찬성론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범죄자의 수치심을 자극해 범죄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목적이나 방법도 정당하다는 것이다.

무참히 인권을 짓밟은 흉악범보다 다수 국민과 피해자의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국민의 법 감정 등을 고려할 때 법익 균형성도 있다고 본다. 국제적으로도 범죄자의 신상공개를 금지하는 제도는 찾기 어렵고, 인권 선진국도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면 얼굴을 공개해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다만 무죄 추정의 대상인 피의자가 다수의 취재진 앞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현행 얼굴 공개 방식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피의자를 직접 언론에 노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사 기관이 촬영한 피의자 얼굴 사진을 공개하는 미국의 머그샷(Mugshot) 제도를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이나 검찰의 내부규정이 아니라 국회가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의 예외로 신상공개에 관한 상세한 조항을 국회가 법을 개정해 신설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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