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학의 경영산책]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 일도 더 잘할까
2022년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월드컵 등 중요한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기간에는 행사에서 활약한 유명 선수들만이 아니라 부인이나 여자 친구도 주목의 대상이 된다. WAGS(wifes and girlfriends)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그렇다면 운동선수가 사랑에 빠지면 운동을 더 잘할까? 놀랍게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스’(Yes)다. 사랑에 빠지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 결과 심장이 빨리 뛰고 손에 땀이 나며 볼이 붉게 변한다.
이 호르몬은 감정을 자극하여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과 동료들 사이의 유대감을 향상시키지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도 키운다. 즉 축구 같은 단체 스포츠는 옥시토신이 팀웍의 증진과 상대 팀을 꼭 이겨야겠다는 정신력의 향상에 공헌하는 것이다. 고통이나 피로도 쉽게 잊는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의 경우 사랑에 빠지면 기록이 향상된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골프 선수 리디아고도 결혼을 발표한 후 성적이 상승하여 랭킹 1위를 되찾은 바 있고, 김시우 선수도 결혼하자마자 신혼여행 겸 출전한 지난 주 하와이 소니 오픈에서 우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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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 평가, 기혼이 미혼보다 우위
보수·승진서 ‘결혼 프리미엄’ 입증
상급자의 편견 때문만은 아닌 듯
기업은 ‘행복한 가족’ 지원할 필요
」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보수 더 많아
그렇지만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기간은 대략 6개월이다. 6개월이 지나면 흥분상태는 가라앉고, 눈에 씌었던 콩깍지가 벗겨져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 커플은 이를 극복하고 결혼하거나 헤어지게 된다. 결혼 후에는 어떨까?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기혼자는 미혼자보다 20~30% 더 많은 보수를 받는다. 이를 ‘결혼 프리미엄’(marriage premium)이라고 부른다. 보수 뿐만 아니라 기업, 학교, 병원, 정부기관 등 다양한 조직에서의 성과평가나 승진 결과도 차이가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세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첫째, 기혼자들이 실제로 일을 더 잘해서일 수 있다. 결혼한 후 가족이 생기자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서일 것이다. 둘째, 일 잘하는 사람이 결혼했기 때문일 수 있다. 첫번째 가설과 원인과 결과가 반대로 바뀐 내용이다. 가까운 미혼 제자에게 결혼 이야기를 하면 “괜찮은 사람들은 이미 다 결혼해서 주변에 결혼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답변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답변에 어울리는 가설이다. 셋째, 상급자들이 하위 직급자들을 평가할 때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성과나 능력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기혼자가 더 많은 보수를 받거나 빨리 승진할 수 있다.
결혼하면 일 잘한다는 연구 결과
이 세 가설 중 무엇이 더 정확한 답인지 학술적으로 정확히 규명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미국 군인들의 성과평가와 승진 자료를 가지고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일한 직급의 기혼자와 미혼자를 비교할 때 다른 요인을 통계적으로 통제한 후에도 기혼자의 성과평가 점수가 더 높고 승진도 빨랐다. 예를 들어 소위 시절 성과평가 점수가 비슷하여 중위 승진은 동일한 시점에 한 두 사람을 비교하면, 중위 시절에 결혼한 사람이 상위 직급인 대위가 되면 미혼자 보다 성과평가 점수가 높아졌고 소령 승진도 빨리했다. 즉 차이가 없다가 결혼 이후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기혼자에 대한 상급자의 편견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급자가 주관적으로 평가를 한 것이 아닌 경우에도 동일한 현상이 관찰된다. 예를 들어 오히려 하급자라고 할 수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 선생님의 강의에 대한 평가한 점수, 주관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계산되는 대학교 교수의 연구업적이나 개인 주식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수익률도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높다. 즉 상급자의 편견 때문만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기 힘들다.
또한 기혼자가 이혼, 별거, 또는 사별을 했을 때 성과가 하락한다는 발견도 있다. 즉 결혼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이유 중 최소 일부는 실제로 기혼자가 결혼 후 일을 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생활이 끝나면 성과가 하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기혼자가 이렇지는 않다. 가정 불화가 생기면 업무 만족도나 성과가 떨어진다는 발견도 있다. 즉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야 성과도 올라간다.
‘행복한 가정’이 ‘행복한 직장’으로
필자는 결혼 후 아내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부족한 점들을 보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시야가 넓어져서 더 다양한 각도에서 업무나 사회생활에 대해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따라서 행복한 결혼생활이 일 뿐만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결혼과 무관하게, 현재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업무 만족도나 성과가 낮다는 발견도 있다. 즉 결혼을 하든 하지않든 남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기혼자들의 ‘워라밸’은 미혼자보다 못하다는 연구발견이 있다. 가족을 돌보느라 바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업 경영자들은 이런 발견을 어떻게 응용해야 할까? 기혼 직원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업무성과가 올라갈 것이다. 즉 행복한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워라밸’을 높이는 등으로 직원들의 결혼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래야 행복한 가정으로부터 행복한 직장으로 연결되어 업무 성과가 올라갈 것이다. 요즘은 미혼 또는 비혼주의자도 많은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도 가족 같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사내 문화를 만든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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