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歷知思志)] 슬램덩크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 주연의 영화 ‘클럽 진주군’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재즈를 사랑하던 다섯 명의 일본 청년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미국’이라면 무조건 터부시하던 시기, 이들은 옷장 속에서 몰래 재즈를 듣곤 했다. 딱히 미국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재즈만큼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2004년 개봉한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최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두고 벌어진 논란 때문이다. 일본 만화 『슬램덩크』가 원작인 이 작품은 개봉 13일차 관객 97만명을 동원하며 인기 몰이 중이다. 일일 관객 수에서는 ‘영웅’을 누르고 2위로 올라섰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노 재팬’ 운동이 시작된 2019년 이래 아직 일본 정부가 바뀐 것이 없는데, 왜 일본 문화를 향유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격론이 벌어지면서 일본 카메라와 ‘슬램덩크’와 관련된 것은 ‘노 재팬’에서 제외하자는 타협안이 나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위안부·징용공 문제는 여전히 한일 간의 무거운 숙제다. 입장 차이도 있다. 그렇다고 일본 문화 소비까지 매국 취급하고 억압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인지 의문이 든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의 문화 콘텐트를 생각하면 더욱 곤란하다. ‘클럽 진주군’의 주인공들이 재즈를 숨어서 들은 것은 전쟁 중인 군국주의 사회다. 우리는 이럴 필요가 없다.
유성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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