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내 마스크 의무 풀려도 긴장 늦추지 말아야
자문위 “의무 조정 참고할 4개 지표 중 3개 달성”
자율 노력 부족으로 감염 늘면 다시 규제 불가피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가 어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시행 시기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20일 결정할 예정이지만, 의무를 완화한다는 정책 방향은 정해진 셈이다. 실내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2020년 11월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마스크 의무 착용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선 시민의 자율에 맡겨온 데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광역단체장 사이에서 의무 해제 주장이 잇따랐다. 반면에 중국의 확진자 급증 등을 이유로 방역 완화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방역 당국은 주간 환자 발생 및 백신 접종률 등 해제 여부를 판단할 네 가지 지표를 제시했고 이 중 세 가지가 충족되면서 변화를 맞게 됐다. 의무가 풀린다고 해서 마스크의 중요성을 간과하면 곤란하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던 초기에 마스크는 가장 효과적인 방역 수단이었다. 2019년 12월까지만 해도 경로당에 쌓여 있던 마스크는 이듬해 신종 감염병 환자가 늘기 시작하자 금세 바닥났다.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이 판매처마다 장사진을 쳤고 개당 가격이 4000원을 넘어섰다.
마스크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면서 약국과 시민을 상대로 “마스크를 대량으로 팔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정부가 마스크 보급에 직접 관여해 공적 판매처를 지정했다. ‘공적 마스크’ 유통업체로 지정된 ‘지오영’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하지 않고 마스크를 판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물량 부족이 해소되자 마스크 의무 착용을 시행했고 위반자에게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버스기사를 폭행한 공무원이 형사처벌 대상이 됐고, 실내에서 마스크 벗고 찍은 사진을 SNS에 띄운 연예인들이 거센 비난을 받아 사과문을 올리는 일이 잇따랐다. 마스크를 잊고 외출한 어르신이 식당에 못 들어가는 낯선 팬데믹 규율은 이제 실내 마스크 의무와 함께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 방심은 이르다. 대중교통과 의료기관 등에서는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네 가지 지표 중 백신 접종률은 아직 목표치 미달이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1420만 명 중 580만 명이 면역이 없는 상황”(정기석 자문위원장)인 만큼 접종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었어도 많은 사람이 여전히 야외에서 마스크를 쓴다. 마찬가지로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이후에도 자율적인 방역 노력이 절실하다. 감염이 재차 확산한다면 2년여 만에 맞은 마스크 자율화는 다시 의무 착용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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