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장동 소환 앞두고 '성남FC 진술서' 전격 공개… 어떤 내용 담겼나

최석진 2023. 1. 18. 0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남FC' 진술서를 올린 모습./이미지출처=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자신이 검찰에 제출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진술서를 전격 공개했다.

수사 대상인 피의자가 자신의 진술서를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이 대장동 사건으로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성남FC 사건과 대장동 사건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이 대표가 검찰의 제3자뇌물죄 구성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8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에 제출한 성남FC 진술서를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A4 용지 6쪽 분량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당시 사전에 준비해간 이 진술서를 검사에게 제출한 뒤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진술서로 갈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진술서에서 '▲성남FC는 성남시가 설립하고, 시예산으로 운영하는 독립법인 ▲후원금 아닌 광고비 ▲성남시 행정은 적법하고 정당 ▲성남시 행정과 성남FC 광고는 무관 ▲지방자체단체장이 지역연고기업 등에게 시민혈세가 투입되는 시민구단 광고와 후원을 권유하는 것은 정당하고 필요한 업무 ▲광고비는 사익 아닌 공익에 쓰임 ▲뇌물죄와 제3자뇌물죄는 형량이 같다'는 등 총 7개 항목으로 나눠 검찰의 제3자뇌물죄 성립 논리를 반박했다.

먼저 이 대표는 성남FC가 성남시와는 독립된 법인이기 때문에 성남시장이었던 자신은 명목상 구단주였을 뿐이라는 점과 구단 운영 수익이 성남시에 귀속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성남FC는 성남시가 설립한 시민구단으로 시예산, 즉 성남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한다"며 "광고나 후원 등 구단 자체 수입이 늘면 시 예산부담이 줄어든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성남시가 설립하고 성남시 예산으로 운영하므로 명목상 구단주는 현직 성남시장이지만, 성남FC는 독립법인이어서 대표이사 지휘 아래 임직원들이 성남시와 독립해 경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영 성과가 개인 아닌 성남시에 귀속되므로 성남FC의 사유화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각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은 무상 후원금이 아니라 광고비라는 점과 광고비를 받을 당시 성남FC의 성적과 다른 지역 프로축구단의 사례에 비춰 성남FC가 받은 광고비가 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급된 돈은 무상으로 받은 후원금이 아니라, 광고계약에 따라 성남FC가 실제 광고를 해주고 받은 광고비다"라며 "광고계약을 한 2015년은 성남FC가 일화구단 인수 후 안정을 찾고 FA컵 우승에 따른 아시안컵 진출, 프로축구 1부 중위권, 시민구단 중 관중 수 1위 등 좋은 성적을 낼 때"라고 전제했다.

그는 "구단은 두산에서 3년간 58억원, 차병원에서 3년간 33억원, 네이버(주빌리은행을 공익광고)에서 2년간 40억원을 받고 광고를 해줬다"라며 "프로축구단은 선수유니폼, 경기장 광고판, 현수막 등으로 광고를 하는데, 연간 40회 이상의 경기와 중계방송, 언론보도 등을 통한 광고 효과와 다른 시민구단의 광고실태(두산건설의 대구FC 2년간 50억원, STX조선의 경남FC 5년간 200억원, 신한은행의 인천FC 매년 20억원, 강원랜드의 강원FC 매년 40억원)를 감안할 때 성남FC의 광고비는 과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제3자뇌물수수죄를 적용하면서 '부정한 청탁'으로 파악한 각 기업들의 민원 해결에 대해서는 어떤 위법이나 부당함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두산건설 병원부지와 관련 "기초공사상태로 20년 가까이 방치된 흉물이었다"며 "성남시는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 대신, 301평(부지의 약10%)을 기부채납 받고 두산계열사 7개를 유치, 흉물민원을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네이버와 관련 "전임 시장 때 네이버는 사유지를 수의계약으로 매입해 사올을 지어 입주했는데, 사세 확장으로 제2사옥이 필요했다"며 "2013년 성남시는 잔여시유지를 경쟁입찰로 네이버에 팔고 이후 법에 따라 건축을 허가해 관련 기업들이 입주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유치 성과에 더해, 매각방법을 경쟁입찰로 바꿔 땅값 160억원을 더 받았고, 매각 및 건축허가 과정에 어떤 위법·부당함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제3자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범죄성립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광고계약은 성남시 행정과 관계없는 구단 임직원들의 영업활동 성과"라며 "저는 구단의 광고영업에 관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저는 행정을 대가로 기업에 광고를 요구한 일도 없고, 광고 대가로 또는 광고와 연관지어 행정을 한 일도 없으며, 기업들로부터 그런 청탁을 받은 적도 없고, 공무원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지시하거나 승인한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다른 지역 프로축구단의 사례를 들며 지방자체단체장의 지역연고기업에 대한 광고·후원 유치는 정상적인 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치단체장을은 관내 기업, 단체, 기관, 독지가들을 상대로 광고나 기부, 후원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라며 "경남FC를 보유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도금고인 농협을 비롯 관내기업들에 후원을 요청해 수많은 기업에서 수억원씩 후원을 받아 이를 홍보했고, 인천FC를 보유한 인천시장도 관내기업으로부터 광고를 유치해 홍보했으며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라고 했다.

이 대표는 광고비를 유치함으로써 시의 부담을 줄였다는 점과 자신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는 "광고비는 구단운영비로 전액 투명하게 사용됐고, 광고비만큼 성남시 지원부담금도 줄었다"라며 "저는 구단 운영이나 광고비와 관련해 단 한푼의 사적이익도 취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구단이 기안한 광고성과급제의 하한선을 100% 이하로 내리고, 성과급심의위원장을 구단 대표이사에서 시청 체육국장으로 변경하도록 감독해 과도한 성과급을 막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자신의 행위가 공익을 위한 행위였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형법상 공무원이 사적으로 뇌물을 받았을 때 성립하는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가 같은 형량으로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일반론으로 봐도 공무원이 사익을 도모하지 않고 공익행위(국가나 지자체에 이익이 되는)를 했는데, 사적 이익을 취한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형법상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는 법정형이 같다.

형법 제129조(수뢰) 1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형법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조항의 표제는 '제3자뇌물제공'으로 돼 있지만, 뇌물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만들었을 때 공무원은 '제3자뇌물수수죄'가, 뇌물 공여자는 '제3자뇌물공여죄'가 각각 성립한다.

그리고 공무원이 수수한 뇌물 가액이나 제3자에게 공여된 뇌물 가액이 1억원을 넘을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에 따라 각각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받게 되고, 뇌물 가액의 2~5배의 벌금을 병과받게 된다.

이 대표가 이례적으로 이날 진술서를 공개한 것은 '성남FC' 사건에 이어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으로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게 되면서 자신의 혐의 사실과 검찰의 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표가 다른 지역 프로축구단의 광고비 사례를 예로 들었지만 핵심은 광고비나 후원금이 '부정한 청탁'과 연계가 됐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제3자뇌물죄의 성립요건인 부정한 청탁은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 청탁의 경우라도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하면 제3자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즉 이번 사건에서는 두산건설 등 후원금을 기부한 기업과 이 대표 사이에 현안 해결의 대가로 후원금을 기부한다는 사실에 대한 상호 인식과 양해가 있었는지가 제3자뇌물죄 성립을 좌우할 핵심 포인트다.

이 대표는 또 성남FC 후원금과 관련 자신이 개인적으로 사익을 취한 적이 없다는 점과 성남FC가 독립법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원래 제3자뇌물죄는 제3자 외에 공무원이 이익을 취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공무원과 제3자 사이에 경제적 공동체 관계가 없을 때 성립하는 범죄(경제적 공동체 관계가 있을 때는 단순 수뢰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