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의 역설… 결국 ‘더 큰 수도권’ 부메랑 됐다

심희정 2023. 1. 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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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해제를 거듭하면서 '더 큰 수도권'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벨트를 풀어 만든 2, 3기 신도시는 수도권으로 더 많은 인구를 모이게 했고,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는 40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그린벨트 해제와 맞물려 수도권 인구는 점차 늘어 2020년에는 2500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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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그린벨트] ① 몰락한 그린벨트
2020년 7월 경실련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벨트 해제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해제를 거듭하면서 ‘더 큰 수도권’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벨트를 풀어 만든 2, 3기 신도시는 수도권으로 더 많은 인구를 모이게 했고,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는 40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3기 신도시 부지는 그린벨트를 90% 이상 풀어 조성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정부가 비수도권 그린벨트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지만 수도권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전체 주택지구 중 그린벨트를 해제해 지정된 주택지구 비율은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2000년대는 수도권 주택지구 중 그린벨트가 30.2%를 차지했는데, 이 비율이 2010~2016년 74.5%까지 치솟았다. 현재 개발 중인 3기 신도시는 90% 이상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땅이다. 부천 대장과 과천은 전체 신도시 지정 면적 중 그린벨트 면적이 99.9%다. 고양 창릉(97.5%)과 안산 장상(97%), 인천 계양(96.8%), 남양주 왕숙 1지구(96.3%)·2지구(90.5%) 등도 대부분 그린벨트 부지다.

이처럼 수도권 개발 역사는 그린벨트 해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2000년대 들어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국민임대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이 본격화됐다. 주택 공급으로 인구는 늘어나고, 쓸 수 있는 땅은 부족해지면서 그린벨트를 활용한 택지공급 비중이 점차 커졌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는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그린벨트 해제 지구의 60% 이상을 국민임대주택단지로 공급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국민임대주택은 보금자리주택으로 탈바꿈했고, 수도권 그린벨트 개발을 앞당겼다. 박근혜정부는 소규모 그린벨트를 해제해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마련했다. 그 결과 2023년 현재 수도권 주거단지 중 그린벨트를 풀어 만든 택지 면적 비율은 60%를 차지하게 됐다.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는 동안 수도권 인구는 크게 늘었다. 1971년 그린벨트가 처음 지정된 직후인 75년 수도권 인구는 1093만명이었는데 2000년에는 2135만명으로 배 가까이 뛰었다. 그린벨트 해제와 맞물려 수도권 인구는 점차 늘어 2020년에는 2500만명을 넘어섰다.

그린벨트를 풀어 택지를 공급한 인천·경기 지역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서울 인구는 줄었지만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은 오히려 비대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 셈이다.

김중은 국토연 연구위원은 “수도권처럼 이미 그린벨트를 넘어 시가지 확산이 진행된 경우에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도시용지 공급을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장을 지낸 최병선 가천대 명예교수도 “수도권 사례에서 보듯 그린벨트 제도는 보전도 개발도 아닌 엉거주춤해진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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