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가입 50% 돌파…‘원격근무 종료’ 뒤집나
카카오 직원의 절반 이상이 카카오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한때 ‘노조 불모지’로 불렸던 판교에 IT·게임 노조들이 출범한 지 5년 만이다. 인적자원이 곧 기업 경쟁력인 IT 기업들은 노조의 존재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은 17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동조합법상 과반 노조 달성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에 따르면 2023년 1월 현재 카카오 조합원은 1900여 명. 카카오 전체 사원 수는 지난해 6월 반기보고서 기준 3603명이다. 과반노조로 인정되면 카카오 노조는 근로자 대표로서 활동할 수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상으로는 근로자 기준이 노조법과 달라 과반노조 달성 여부가 불확실해 노사가 논의 중이다.
사무실 출근 우선 ‘오피스 퍼스트’가 발단
지난달 카카오가 발표한 새 근무제도를 계기로 노조 가입률에 탄력이 붙었다. 카카오는 오는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하는 ‘오피스 퍼스트(Office First)’를 적용한다고 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회사 발표 후 한 달 만에 노조 가입률이 1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며 “사무실 출근제 문제도 있지만, 지난 1년 새 근무제도를 4차례나 바꾼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이 지속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말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태에 이어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시도, 잦은 최고경영자 교체 등으로 불만이 쌓였다가 출근제 발표가 기폭제가 됐다는 것. 서 지회장은 “직원들의 불만이 과반 노조로 나타난 만큼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입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IT·게임업계는 이직이 잦고 성과주의가 강한 업계 특성상 타 업계보다 근로자 결집력이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2018년 IT업계 최초로 네이버에 노조(공동성명)가 생기고, 넥슨(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SG길드), 카카오(크루유니언) 등 IT대기업 노조가 잇따라 출범하며 기류가 바뀌었다. 조합원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노조의 발언력은 더 세질 전망. 넥슨 노조 배수찬 지회장은 “IT·게임업계 노조라서 가입률이 낮을 거라는 선입견은 깨졌다”며 “기업들도 (노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당시 100명이던 카카오 노조는 현재 카카오 계열사 전체로 보면 4000명까지 조합원을 늘렸다. 네이버 노조는 2023년 1월 본사 기준 약 40%가 노조에 가입했고, 전체 계열사로 보면 3500명에 이른다. 넥슨은 직원의 35%(2200명)가 노조원이다.
판교 IT 노조들, 조합원 실리에 주목
판교 IT 노조들의 핵심 의제는 정당한 보상체계, 원격근무 허용 등 조합원의 실리다. 주요 기업들이 포괄임금을 폐지하는 데 노조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연봉 인상, 복지 확대 등 성과를 내면서 노조에 대한 판교 내부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일례로 넥슨 노조는 지난 2021년 임단협을 통해 전 직원 800만원 연봉 인상을 끌어냈다. 상대적으로 본사보다 낮은 편인 계열사의 보상·처우 문제도 의제로 올리기도 한다. 또 이들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노조 활동을 전개하는 편이다. 조규준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옛 노조는 사회적 정당성을 강조했다면 IT 업계의 젊은 노조는 실리로 움직인다”며 “직원들로선 노조를 통해 대응하는 게 효용이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재 판교 노조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근무 형태의 변화다. 네이버 노조는 임단협을 통해 배달음식·통신비 등 원격근무 비용을 부담하는 ‘업무환경지원비’에 대해 회사 지원을 끌어냈다. 사무실 출근이 원칙인 넥슨에선 노조가 임단협 안건으로 원격 근무제를 논의 중이다.
카카오 노조는 근무제도 안정화를 위해 구성원들의 ‘직접 동의절차’를 마련하고, 조직 단위로 근무 형태를 결정할 수 있게 보장하는 방안을 회사와 논의할 방침이다. 서승욱 지회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새 근무제가 2월부터 적용된다는데, 급작스럽게 (출근이) 진행될 경우 법률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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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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