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타 선생님의 3년 조련…평균 24세 ‘아스널 유치원’ 돌풍
한국 축구팬들은 지난 시즌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강호 아스널을 ‘사(4)스널’이라고 불렀다. 해마다 상위권 팀으로 분류되지만, 정작 4위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승 전력은 아니라는 조롱의 의미다. 아스널은 무패 우승의 역사를 쓴 2003~04시즌 이후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2016~17시즌부터는 4위 자리도 지키지 못했다. 5~8위권까지 처지는 부진에 빠졌다. 올 시즌도 4~5위에 머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러던 아스널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2022~23시즌 EPL 20라운드가 끝난 현재 아스널(승점 47)은 15승2무1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16일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런던 북부가 연고인 아스널-토트넘의 라이벌전)’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두며 2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승점 39)와 격차를 승점 8까지 벌렸다. 엘링 홀란, 케빈 더브라위너, 후벵 디아스 등 수퍼스타가 버틴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는 올 시즌 우승 후보 0순위 팀이다.
아스널을 강팀으로 바꾼 건 스페인 출신 ‘젊은 지도자’ 미켈 아르테타(41) 감독이다. 2019~20시즌 도중인 2019년 12월 아스널 지휘봉을 잡은 아르테타 감독은 곧바로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윌리안, 다비드 루이스, 피에르-에므리크 오바메양 등 스타 출신 30대 노장들을 내보냈다. 대신 한때 ‘천재’로 불리던 마르틴 외데고르(25)를 필두로 에디 은케티아(24), 부카요 사카(23), 가브리엘 마르티넬리(23), 가브리에우 제주스(25) 등 20대 중반의 ‘젊은 피’를 중용했다.
■ 미켈 아르테타 감독
「 생년월일: 1982년 5월 26일(스페인 출생)
체격: 키 1m75㎝, 몸무게 72㎏
현역 시절 포지션: 미드필더
주요 선수 경력: 레인저스(스코틀랜드), 에버턴, 아스널(이상 잉글랜드)
지도자 경력: 맨체스터 시티 수석코치(2016~19년), 아스널 감독(2019년~)
2022~23시즌: 15승2무1패, EPL 1위(이상 17일 현재)
사용 언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
약 2년간의 적응기를 거친 아스널의 신세대는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외데고르가 8골, 마르티넬리가 7골, 사카가 6골을 기록 중이다. 외데고르는 지난 16일 토트넘전에서 승리를 확정하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아스널은 올 시즌 EPL 20구단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낮다. 영국 데일리 스타는 아스널의 변신에 주목하며 “아르테타 감독이 베테랑을 과감하게 배제하면서 선수단을 장악했고,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그들의 재능과 간절함 그리고 열정을 깨웠다”고 분석했다. 아스널 팬들은 “19년 만의 우승이 이뤄질 수 있다”며 흥분하고 있다. 한국 팬은 “아르테타 선생님이 이끄는 ‘아스널 유치원’의 돌풍”이라며 응원하고 있다.
선수와 지도자 시절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도 아르테타 감독의 강점이다. 그는 세계적인 유소년 육성 시스템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스페인) 유스팀 출신이다. 리오넬 메시도 바로 이곳 출신이다. ‘라 마시아(La Masia·스페인어로 농장이란 뜻)’로 불리는 이곳에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팀의 조직적 전술에 녹아드는 법을 습득했다.
■ 2022~23시즌 EPL 구단 평균 연령
「 1. 아스널 24.1세
2. 사우샘프턴 24.3세
3. 리즈 유나이티드 25.1세
4. 브렌트퍼드 25.6세
5. 노팅엄 포레스트 25.7세
6. 울버햄프턴 25.8세
7. 에버턴 25.8세
8.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언 26.1세
9. 본머스 26.2세
10. 맨체스터 시티 26.5세
11. 레스터 시티 26.5세
1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6.5세
13. 첼시 26.6세
14. 크리스탈 팰리스 26.8세
15. 애스턴 빌라 26.9세
16. 리버풀 27세
17. 토트넘 27.1세
18. 뉴캐슬 유나이티드 27.2세
19.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27.7세
20. 풀럼 27.9세
※출처 트랜스퍼마르크트
」
그는 현역 시절 미드필더로 뛰며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EPL 무대에서 구현했다. 덕분에 아스널의 레전드가 됐다. 은퇴 후엔 맨시티에서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일했다. 이곳에서 그는 스타 군단을 통솔하는 카리스마와 우승 비법을 배웠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0년대 세계 축구의 흐름이었던 스페인의 ‘티키타카(짧고 빠른 패스를 앞세운 점유율 축구)’의 창시자다. 아르테타는 ‘테타볼(티키타카+역습)’을 만들어냈다. 점유율 축구를 하다 순식간에 롱패스로 역습하는 전술이다. 아스널의 수비(14실점·최소실점 2위)도 단단하다.
아르테타는 소통하는 리더다. 스페인어는 물론 영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포르투갈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한다. 어느 나라 선수와도 통역 없이 대화한다. 선수들이 사생활까지 털어놓는 ‘형님’ 같은 존재다. EPL 전문가 게리 네빌은 “젊은 감독이 안토니오 콘테(토트넘), 위르겐 클롭(리버풀), 과르디올라 감독 같은 스타 감독을 넘어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아르테타의 축구는 환상적이다. 이제 그를 기다리는 건 우승컵”이라고 칭찬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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