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전 비서실장 “김성태, 이재명과 가까운 관계”

8개월간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양손이 포승줄에 묶인 채 1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전 회장은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부인하느냐’ ‘대북 송금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 질의에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는 모르느냐, 연락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은 수원지검으로 압송됐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귀국하면서 그간 교착 상태였던 검찰 수사의 매듭이 하나씩 풀릴 전망이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규명을 목표로 쌍방울 내부의 수상한 자금 흐름부터 살피고 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 간 전환사채 발행·매입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고, 이때 발행된 전환사채가 이 대표 변호사에게 흘러가는 식으로 연결돼 있다. 또 이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기소)가 뇌물을 받고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사실상 지원하는 등 간접적인 연결고리도 드러났다.

8개월여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체포된 김 전 회장은 17일 오전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항공기 안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검찰 수사관들이 양쪽에서 팔짱을 낀 상태로 김 전 회장을 호송했다. 현 쌍방울 대표인 양선길 회장도 김 전 회장과 함께 귀국했다.

김 전 회장은 취재진 질문에 대체로 함구하면서도 “(이재명 대표를) 전혀 알지 못한다” “(변호사비 대납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의 첫 번째 과제는 김 전 회장 구속이다. 체포 시한 48시간 중 압송 등에 하루가 소요됐다. 늦어도 18일 오후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해외 도피한 전력이 있고, 이미 지난 13일 김 전 회장 친동생과 쌍방울 관계자 등 4명이 범인도피 혐의 등으로 구속된 만큼 검찰은 구속 가능성을 높게 본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는 김 전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부터 출발하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배임,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뇌물·정치자금을 준 혐의 등은 어느 정도 수사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이 2018, 2019년 100억원씩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사내 페이퍼컴퍼니가 인수한 내용을 허위공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100억원의 전환사채는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이 인수했다. 검찰은 쌍방울이 비비안 사외이사로도 재직한 이모(55) 변호사에게 이 대표 변호사비로 전환사채를 대신 지불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했다. 다만 남북경협 등에 있어 ‘이재명의 경기도’와 쌍방울의 ‘윈윈’ 관계가 변호사비 대납의 동기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김 전 회장과 이 대표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고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쌍방울은 2018년부터 이 전 부지사를 통해 북한 관계자를 만나 대북사업 우선권을 취득했고, 그 대가로 이 전 부지사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제공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개입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쌍방울 내부에서는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가까웠다는 취지의 증언이 이어졌다.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쌍방울그룹 전 비서실장인 엄모씨가 증인으로 나와 ‘김 전 회장, 방모 부회장, 이재명 전 경기지사, 이화영 전 부지사가 다 가까운 관계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허정원·손성배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