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해인사의 추문만발
1. 해인사가 16일 주지 스님을 쫓아내는 ‘산문출송’을 단행했습니다.
‘산문’(절)에서 ‘출송’(쫓아낸다)이란 불교계 전통의 최강징계입니다. 경남 합천 해인사는 조계종을 대표하는‘법보종찰’입니다. ‘법’는 부처님의 가르침, ‘법보’는 그 가르침을 새긴 보물인 팔만대장경, 그걸 보유한 최고사찰이 ‘법보종찰’입니다.
2. 주지 현응 스님이 쫓겨난 이유는 성추문입니다
현응은 2018년 유흥업소출입과 성추행 의혹(MBC피디수첩 보도)에 휩싸였으며, 미투 피해자 여성을 고소해 소송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현응이 사복에 안경을 쓰고, 가발을 쓴 비구니 스님과 숙박업소를 출입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3. 큰절엔 오랜 파벌이 있습니다.
현응 반대파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했습니다. 현응은 물론 해인사 최고지도자인 방장 원각 스님까지 몰아세웠습니다. 방장이 추천한 신임주지까지 비토했습니다. 원각과 현응, 그리고 신임주지까지 모두 같은 파벌의 ‘제식구 감싸기’란 비난입니다. 점입가경, 방장 선출과정까지 문제삼고 있습니다.
4. 물꼬가 터지자 그간 쉬쉬하던 문제까지 쏟아집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유력중진 스님들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골프집착입니다. 이번에 드러난 인물은 방장의 비서실장과 전임 주지입니다. 겨울철 수행기간인 동안거에 태국 휴양지에서 연일 골프를 즐겼습니다. 여름 수행기간인 지난해 하안거에 경주에서 라운딩하다 물의를 일으켰던 그분들입니다.
5. 사태수습을 위한 16일 임시회의가 폭력으로 얼룩졌습니다.
회의장에 진입하려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막으려는 해인사측 종무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한명이 눈을 다쳐 후송됐습니다. 평신도단체인‘참여불교재가연대’는 16일 성명을 내고 ‘조계종 총무원이 나서 현응은 물론 해외골프장에 상주한 중진 스님까지 의법조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6. 한국불교의 적폐가 마침내 터져나오는 느낌입니다.
현실속 해인사는 다양한 파벌이 공존해온 거대 사찰입니다. 불교계의 온갖 문제점을 다 안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건 차기 주지 선임과정의 투명성과 합법성입니다. 권력을 다루는 사판세계는 속성상 정치판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재가불자들이 모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3.01.17.
https://www.joongang.co.kr/find/columnist/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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