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 강행군 여파로 복식 불참…호주오픈, 러시아·벨라루스 국기 금지
권순우(26·세계랭킹 52위)가 2023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복식 출전을 포기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17일 "권순우가 햄스트링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에 따라 복식 출전을 포기하고, 18일 오전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고 밝혔다. 권순우는 전날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본선 1라운드에서 크리스토퍼 유뱅크스(116위·미국)를3시간8분간의 혈투 끝에 2-3(3-6 7-6〈7-1〉 3-6 6-4 4-6)으로 졌다. 권순우는 미오미르 케츠마노비치(세르비아)와 한 조로 남자 복식에도 나갈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변경했다.
권순우가 일정을 변경한 것은 피로 누적 때문이다. 그는 지난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끝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결승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세계 26위·스페인)을 2-1로 꺾고 한국 선수 최초로 ATP 투어 2회 우승을 달성했다. 문제는 결승이 2시간42분간의 혈투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1차 대회도 출전했다. 8일 사이에 7경기를 치렀다. 몸무게가 5㎏이나 빠졌다.
그는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우승 후 숙소에서 새벽까지 마사지를 받으며 몸 상태 회복에 집중한 뒤, 이튿날 호주오픈 경기 장소인 멜버른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틀 남짓 휴식으로는 컨디션을 회복할 수 없었다. 최고 시속 210㎞이었던 강서브는 호주오픈에서 위력이 크게 떨어져 시속 197㎞에 그쳤다.
권순우는 호주오픈 탈락 후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며 "상대가 잘한 경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체력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오늘 경기는 괜찮았다"며 "핑계 대고 싶지 않고, 실력에서 졌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권순우는 22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 입촌해 2월 초 국내에서 열리는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벨기에와의 경기를 준비할 예정이다.
한때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했던 앤디 머리(66위·영국)는 이날 단식 1회전에서 마테오 베레티니(14위·이탈리아)를 4시간49분 대접전 끝에 3-2(6-3 6-3 4-6 6-7〈7-9〉 7-6〈10-6〉)로 꺾으며 부활을 예고했다. 한편 미국 ESPN은 이날 "호주 테니스협회가 호주오픈 대회장에서 러시아, 벨라루스 국기를 펼칠 수 없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대회 첫날인 16일 여자 단식 1회전 카밀라 라키모바(110위·러시아)와 카테리나 코즐로바(95위·우크라이나) 경기가 열린 14번 코트에 러시아 국기가 내걸린 데 따른 조치다. 이를 발견한 주호주 우크라이나 대사 바실 미로스니첸코가 대회 조직위원회에 이를 항의했다. 호주테니스협회는 "러시아나 벨라루스 국기를 경기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는 있지만 이를 펼쳐서 보이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선수와 팬들이 테니스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로 주요 스포츠 국제 이벤트 출전에 제한을 받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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