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백선엽 옹호 <동아> 기자, '이육사 기자상' 수상 논란
[김종훈 기자]
▲ 1월 5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김순덕 칼럼 |
ⓒ 동아PDF |
대구·경북 지역 전·현직 언론인들이 주축이 돼 제정한 '이육사 기자상'의 첫 번째 수상자로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가 선정돼 논란이다. 평소 '친일 반민족 행위자'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옹호하는 칼럼을 쓴 김 대기자에게 이육사 기자상을 수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육사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12일 제1회 이육사 기자상 수상자로 김순덕 대기자를 선정하고 17일 경북 안동에서 시상식을 진행했다.
심사위원회는 홍종흠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전 매일신문 논설주간을 심사위원장으로, 대구·경북지역 출신 중견언론인 7인으로 꾸려졌다. 심사위는 김 대기자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권력을 향해 촌철살인의 정론직필을 가감 없이 구사해 오면서 투철한 기자정신을 충실하게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또 "칼럼을 통하여 시대정신에 부합된 우리시대 언론의 지표를 명확하게 제시, 이육사의 애국적 기자정신을 오늘날에 다시 구현해 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해 말 이육사 기자상을 제정하면서 그 취지로 "기자 이원록(이육사 본명)과 선배 언론인들의 기자정신을 오늘에 되새기고, 가짜와 모험이 판치는 세상을 정론직필로 진실과 정의를 실현해 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순덕이 옹호한 백선엽, 간도특설대 출신 국가공인 친일파
하지만 김순덕 대기자는 이육사 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되기 7일 전에도 칼럼을 통해 친일파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옹호했다.
그는 지난 5일 <동아일보>에 올린 "'문재명(문재인+이재명) 세력'은 민주주의 말할 자격 없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2019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문재인은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고 연설했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해 훈장까지 받은 김원봉에 대해 '마음속으로나마 최고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싶다'고 했던 반면, 2020년 7월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6·25 영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홈페이지 정보란에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문구를 명시하게 했던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김 대기자가 의열단 단장 출신 독립운동가 김원봉과 비교하며 옹호한 백선엽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공인한 친일파다.
이명박 정권 당시인 2009년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백선엽을 "1941년부터 1945년 일본 패전 시까지 일제의 실질적 식민지였던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협력했고, 특히 1943년부터 1945년까지 항일세력을 무력 탄압하는 조선인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다"면서 국가공인 친일파로 선정해 발표했다. 위원회는 그의 친일행적과 관련해 A4용지 16페이지 분량의 공식 보고서를 남겼다.
이러한 이유로 백선엽이 지난 2020년 7월 10일 100세의 나이로 사망한 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 안장됐을 때 '국가에서 공인한 친일파를 어떻게 현충원에 안장하냐'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현충원 홈페이지의 백선엽 안장자 정보에는 '무공훈장 수여자'라는 문구와 함께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는 문구가 함께 기재됐다.
▲ 서대문 형무소 수감 당시(1934년 6월 20일)의 이육사 신원카드 |
ⓒ 이육사문학관 |
반면 저항시인이자 기자로 활동하기도 한 이육사는 대표적 독립운동가다. 보훈처 독립유공자 공적조서(관리번호 8408)에 따르면 이육사는 김원봉이 단장으로 있던 의열단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돼 2년 4개월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출옥 후 의열단원 윤세주가 경영하는 <중외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이육사는 베이징에서 본격적으로 무장항일운동에 뛰어들기로 결심하고 1932년 10월 중국 국민정부 군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간부훈련반인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교장 김원봉, 난징 소재)에 입교한다. 1933년 4월 23일 이 학교를 수료한 후 상하이, 신의주를 거쳐 귀국하여 차기 교육대상자 모집, 국내 민족의식 환기, 국내정세조사 등의 비밀임무를 띠고 활동한다.
결국 1943년 7월 국내에서 붙잡힌 후 1944년 1월 16일 새벽 5시에 베이징 일제 헌병대 감옥에서 눈을 감은 그의 공훈 기록에는 "이육사는 일제 강점기 내내 무려 17번이나 옥살이를 하면서도 오로지 독립을 위해 의열투쟁 대열에 앞장섰으며, 육신이 쇠약해지자 민족시인으로서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등 암흑기에 주옥같은 많은 작품을 남겼다"라고 기재됐다.
때문에 전·현직 언론인들이 치열했던 독립운동가 이육사의 이름을 딴 기자상을 제정하고 첫 수상자로 백선엽의 친일 행적에는 눈감은 김 대기자를 선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1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친일파 이름의 기념사업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독립운동가 이름을 내세워 친일을 미화하고 있다"며 "특히 경북 안동은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인데 이렇게 독립운동가를 욕보이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친일파 백선엽을 옹호한 김순덕 대기자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홍종흠 심사위원장은 "(김 대기자의) 칼럼 한두 편 가지고 논의를 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언론 활동 전반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라며 "보는 눈에 따라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심사위에서 합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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