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침공', 대학이 문·이과 분리 선발하려는 편견 깨야"
문·이과 통합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입 후 빚어진 ‘문과 침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부터 인문·자연계열 학생을 분리 선발하는 방식을 깰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육부는 1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함께 제3차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전문가 포럼을 열었다. 이날 참석한 입학사정관, 고교 교사, 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대학이 각 모집단위에서 요구하고 있는 필수 선택과목을 폐지해 계열 칸막이를 없애는 게 문·이과 유불리 논란을 해결하는 첫 걸음이라고 진단했다.
문과 출신 이공계 진학생 “성적 비슷, 이탈률도 낮아”
이날 포럼에 발제자로 참석한 강경진 서강대 입학사정관은 “대학과 수험생이 과목에 대한 편견을 타파해야 한다”며 “대학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모든 과목을 배우고 와야 한다는 전제를 버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서강대의 사례를 예로 들며, “문·이과 통합수능 전인 2019~2021학년도 정시모집에서도 교차 지원을 허용했는데, 당시 입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이공계 전공을 선택한 문과 학생들과 이과 학생 간 학점 차이가 거의 없었고, 문과 학생들의 이탈률도 적었다”며 “통합형 수능 이후 이공계 교수 등의 요구로 수학과 과학탐구 장벽을 뒀지만 2024학년도부터 서강대를 비롯해 일부 대학은 전 계열 지정 영역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능은 2년 전부터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고 있었지만, 대학 입시에선 여전히 문·이과 구분이 존재한다. 대학들은 특히 자연계 학과에서 수학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 응시를 자격으로 내걸고 있다. 사실상 이과생만 자연계열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과생들이 상대적으로 문과생보다 더 높은 선택과목 점수를 활용해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학이 이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강 입학사정관은 “서강대처럼 선택과목 지정 폐지에 동조하는 대학들이 꽤 있는 만큼, 이런 대학들이 많아지면 수학 잘하는 학생이 본인 적성에 맞게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고, 그러면 ‘확률과 통계’의 공통과목 평균이 올라가 미적분·기하와의 격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대학이 이런 식으로 학생의 지원 양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교생들, 대입 맞추려 필수 과목만 집중 이수”
고교 교사들도 대학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서희 서울 중동고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는 문·이과 구분 없이 가르치려 하는데, 대학은 통합형이 아니다 보니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진학할 대학·학과 계열에 따라 필수 과목을 중점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융합 교육을 실현하려는 고교 수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송주빈 전국 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 회장은 “통합형 수능을 치르고 입학한 학생들이 3월이 되면 2학년이 되는데 각 대학에서 이 학생들의 (학업 적응 등) 여러 상황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며 “대학도 변환표준점수 등을 사용해 학생 유불리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나은 개선책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능 과목으로 인해 입시의 불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능 시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수능에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해소가 입시 개편의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올해 중2가 되는 학생들이 치를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을 내년 상반기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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