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추계… 맹신해선 안돼”

정진용 2023. 1. 1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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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
“초저출산, 낮은 생산성 70년간 지속된다는 비관적 가정”
“기금 이미 충분히 많아…보장성 강화해야”
국고 투입 필요성도 강조
국민연금공단.   쿠키뉴스 자료사진

현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생산인구와 생산성 면에서 매우 보수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며, 맹신해 정책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은 퇴직세대를 우리 사회 전체가 공동부양하는 제도로 정의하고, 보장성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국민연금제도만 손질하는 게 아니라 생애주기와 노동주기 조정, 출생률 조정, 유연한 가족 등 사회 전체 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오후 5시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공적연금 개혁과 관련한 전문가 및 국회가 아닌 시민사회 관점에서의 연금 재정추계 및 개혁의 쟁점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잠정 결과를 이달 말 발표한다. 인구, 경제, 제도 변수 등을 고려해 향후 70년의 국민연금 재정 상황을 살펴보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5년에 한 번씩 하고 있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복지부가 매 5년이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민연금 기금 재정계산을 하고, 이를 감안해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같은 해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이번 5차 재정계산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일정 등을 감안해 예정보다 이른 이달 말 결과가 나온다.

5차 재정계산에서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암울한 전망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새롭게 국민연금 재정을 추계한 결과, 오는 2056년 기금이 소진된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지난 2018년 진행된 4차 재정계산에서는 국민연금이 현행 틀을 유지할 경우 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오는 2057년으로 내다본 것에서 1년 앞당겨졌다. 지난 2013년 내놓은 3차 재정추계에서는 국민연금이 2044년 적자 전환해 2060년 바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현 재정추계가 핵심 변수의 비관적인 미래 가정에 기초,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4차 재정추계 위원으로 참여했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생산인구가 많을수록, 생산성이 높을수록 재정이 튼튼해진다. 현재의 재정추계는 생산인구와 생산성 면에서 매우 보수적으로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며 “초저출산율, 낮은 여성의 경제활동율, 낮은 생산성 증가가 향후 70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 발전이 생산성을 높이고 여성 및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를 독려하고, 중기적으로 출생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린다면 재정 문제가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또 초저출산으로 인한 연금재정 부담을 미래 노동인구에게만 맡기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국고 투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보험료를 빠르게 올리는 것은 가계 경제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기업의 고용 회피를 유발한다”며 “보험료를 서서히 올리면서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보험료 상한선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보험료 수입으로 부족한 부분은 국고 투입으로 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후세대 부양은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일이므로 국민 전체가 은퇴계층 부양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미 프랑스 등 많은 다른 국가들이 공적연금에 국고를 투입하고 있다.

또 오히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쌓여있다는 새로운 관점도 제시됐다. 지난 2020년 기준 공적연금기금의 GDP 비율은 한국이 45.1%로 OECD 최고 수준이다. 과도하게 많은 기금은 가계 소득 및 소비 감소, 기업 고용회피로 거시 경제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보장성 강화를 통해 개인에게 안전한 노후생활을 기대할 수 있게 하고, 소득재분배를 통해 소비확대, 일자리 창출, 소비 확대라는 선순환을 작동시켜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재정추계 결과를 맹신한 정책 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 중 한명인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정계산은 공적 연금의 전망을 보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며 “하지만 재정계산은 질적인 사회 변화, 예를 들면 생애주기 조정, 가족의 의미 변화 가능성, 출생률 변화 가능성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연금재정계산은 현행 연금제도 모습이 70년간 고정된 것으로 가정한 상태에서 몇 가지 주요 변수를 변화시켜 진행된다. 재정계산은 여러 가정 하에 나온 결과일 뿐, 미래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남 교수는 “우리 사회가 국민연금을 학교폭력하고 있다”며 “생애주기, 경직된 가족제도, 노동주기는 가만히 두고 국민연금만 문제 삼으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남 교수 역시 국민연금이 공적연금으로서 본질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노후 적정생활수준 보장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OECD에서도 지난해 한국에 이미 오는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는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소득대체율을 상향시킬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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