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kg 썰매 홀로 끌고 남극점 밟은 김영미 대장, 외롭게 싸운 50일 11시간 37분의 의미

라효진 2023. 1. 1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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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지원도, 보급도 없이 홀로 남위 90도의 남극점을 밟은 한국인이 나타났습니다. 국내 최고의 여성 모험가 김영미(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대장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했습니다. 그는 국내 최연소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하고 2013년에는 알파인 스타일로 히말라야 암푸1봉 세계 초등에 성공한 산악인입니다.

김 대장은 지난해 11월27일(이하 현지시각) 칠레의 허큘리스 인렛을 출발해 50일 11시간 37분의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그가 113kg에 달하는 썰매를 끌고 하루 11시간씩 걸어낸 거리는 무려 1186.5km. 영하 30도를 밑도는 살인적 추위와 초속 20m에 달하는 블리자드는 기본, 극점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의 영향 탓에 나침반이 이상 작동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눈 표면에 가스가 덮이면 원근감을 느낄 수 없게 되는 화이트 아웃 현상이 발생하는데요. 주변의 모든 것이 그저 하얗게 보여 발 내딛기도 어려웠고,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탓에 바이오리듬도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지만 낮밤 구분이 어려워 잠을 설칠 때도 적지 않았어요. 그냥 평지를 걸은 것도 아닙니다. 남극점의 해발고도가 2840m인 탓에, 김 대장은 끝없이 오르막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김 대장은 식량 등 각종 재보급과 위급상황 지원이 없는 '무지원' 원정에 성공했습니다. 김 대장의 도전은 '무보조'이기도 했는데요. 썰매를 개나 차가 끌어주지 않는 거죠. 출발 당시 김 대장의 썰매에는 식량 50kg, 연료 11kg, 전자장비 10kg, 텐트 등이 실렸습니다. 총 113kg의 썰매가 원정 도중 점점 가벼워졌지만 길이 편해진 것은 아니었어요.

남극점에 도달하기까지 김 대장의 여정은 whiteout.kr 사이트에서 중계됐습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비정기적으로 현재 처한 상황가 감정을 공유하기도 했고요. 이 모든 것은 에이스토리가 제작하는 휴먼 다큐멘터리 〈화이트아웃〉에 담길 예정입니다. 올 상반기 OTT 플랫폼을 통해 2부작으로 방송된다고 해요.

노정을 마친 김 대장은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바람소리 환청이 들릴 것 같다"라며 "사스투르기(요철지대) 사이사이에 고이 모셔다 둔 눈 웅덩이에서 썰매를 건져낼 때마다 몸에서 에너지가 한 주먹씩 바람 속으로 증발하는 기분이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거친 하루를 보내면서도 천국의 공간은 존재했다는데요. 바로 텐트였습니다. 그는 " 텐트 안에 들어와 바람을 피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졌다. 좋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남쪽 끝을 향해 걸었다"라고 했습니다. 끝내 남극점을 단독 도달한 최초의 아시아 여성으로 기록될 그의 투지가 새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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