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치앙마이는 왜 코로나 이후 K리그 전훈 1번지가 됐나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많은 K리그 팀들이 동계훈련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중이다.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는 그 중 가장 많은 6개 팀(인천유나이티드, 제주유나이티드, 수원FC, 성남FC, 부천FC, 부산아이파크)이 몰렸다. 치앙마이로 입국해서 육로로 이동하는 인근의 치앙라이에서도 광주FC가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태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K리그 팀들이 관심을 갖고 모이기 시작한 전훈지다. 그 중 치앙마이가 선호도가 높다. 원래는 일본 J리그 팀들이 종종 방문했다. 2009년 대구FC가 처음 이 곳을 이용하며 K리그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제주, 인천 등이 코로나 전까지 1월 초부터 전지훈련을 하는 곳으로 애용하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포스트 코로나의 첫 전훈지로 이 곳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치앙마이가 K리그 해외 전훈 1번지로 자리 잡은 이유는 날씨와 환경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북부 산악지역의 분지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환경적으로 우위에 있다. 고원지대다 보니 태국 중부보다 날씨가 선선하다. 한낮에는 영상 30도의 뙤약볕이 일지만, 대부분 팀들이 훈련을 시작하는 시간과는 관계없다. 오후 4시 경부터는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떨어져 한국의 가을 날씨 정도가 돼 쾌적한 환경이 마련된다.
치앙마이는 태국 제2의 도시지만 고층 빌딩을 찾기 어렵다. 올드시티를 중심으로 전 세계 배낭족과 인터넷 노마드가 모이는 조용한 관광지다. 한국은 골프를 좋아하는 중장년들도 많이 찾아온다. 운동 시설과 호텔, 식당 등의 인프라적인 측면에서는 수도인 방콕에 미치진 못한다. 하지만 최근 방콕은 K리그 팀들의 전훈지로 선호되지 않는다.
세계 최고로 악명 높은 교통체증이 가장 큰 문제다. 교통체증 시간대에 잘못 걸리면 훈련장을 오가는 데만 왕복 2시간 이상이 걸린다. 운동 전후 집중력과 회복을 위해서는 왕복 30분 거리가 이상적이라는 게 운동생리학 분석이다. 거기다 방콕은 물가도 최근 서울 수준으로 올랐다. 자연스럽게 전훈지로는 인기가 떨어진 상태다. 실제로 방콕에서 전지훈련 중인 팀은 청주FC 한 팀이고, 다른 팀들은 방콕 인근의 촌부리(강원FC, 대전하나시티즌, 천안시티FC, 서울이랜드), 후아힌(FC서울, FC안양)으로 흩어졌다.
치앙마이는 교통체증이 없다. 골프 리조트를 쓰는 팀(인천, 제주, 수원FC, 부천, 부산)은 내부에 있는 전용 훈련장을 쓴다. 성남 역시 훈련장이 대부분 왕복 30분 이내 거리에 있다. 촌부리와 후아힌도 골프 리조트를 쓰는 팀이 많다.
치앙마이를 비롯한 태국이 전훈지로 갖는 또 다른 매력은 이동 시간과 시차다. 인천국제공항 기준 왕복 총 11시간의 직항로가 있다. 시차는 2시간이다. 도착하고 하루 뒤부터 시차 적응이 사실상 마무리된다. 많은 팀들이 25일 내외의 해외 전지 훈련을 진행하는데, 유럽의 경우 이동과 시차에만 5일가량이 소모돼 실질적인 훈련 일자가 증발된다. 이 점에서 태국이 갖는 메리트가 높다. 과거 각광 받던 터키의 안탈리아는 이 부분에서 최근 선호도가 줄어든 상태다.
인프라도 유럽이나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치앙마이에 머무는 팀 중 성남을 제외한 5개 팀이 시내에서 1시간 내외 거리에 있는 골프 리조트를 주로 사용한다. 아티타야에 제주와 수원FC가, 알파인에 인천과 부천이, 로얄에 부산이 머물고 있다. 이 곳에는 골프 리조트가 소유한 전용 훈련장이 있다. 알파인의 경우 태국 대표팀도 와서 훈련을 할 정도고, 로얄은 리조트 자체는 오래 됐지만 최고의 훈련장을 소유한 곳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잔디 관리에서 가장 앞서가는 곳은 골프 리조트다. 그들이 소유, 관리하다 보니 잔디 상태가 준수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남아 특유의 떡잔디가 아닌, 골프를 위한 유럽식 잔디다. 인천 조성환 감독은 "푹신한 유럽형 잔디다. 딱딱한 잔디에 익숙한 우리 선수들이 초반에 물집이 잡힐 정도다"라고 말했다. 5년 전부터 치앙마이를 찾는 K리그 팀들이 늘어나며 각 리조트도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훈련장 규모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성남은 조금 늦게 전지훈련을 확정짓다 보니 시내 호텔에서 훈련장을 오가고 있다. 치앙마이는 현재는 2부 리그 소속이지만 치앙마이 유나이티드, 치앙마이FC가 활동하고 있는 도시다. 치앙마이 바로 인근 람푼 주에는 알렉상드르 가마 전 대구FC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람푼워리어스도 있다. 인근에 훈련장이 다수다. 성남 외에 국내 대학 팀들도 현재 와 있지만 훈련장 이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
광주가 향한 치앙라이는 그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태국 자국 리그의 신흥 강자인 치앙라이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을 주 2~3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남기일 감독이 성남, 제주 부임 1년 차에 치앙라이를 택했는데 '승격의 성지'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수석코치였던 이정효 감독이 광주를 맡고 첫 해외 전훈지로 치앙라이를 택했다.
비용적인 측면은 어떨까? 각 구단 관계자들은 국제항공권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총합에서 국내보다 우위라고 할 순 없다고 말한다. 국내 전지훈련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용이 든다. 하지만 따뜻한 기후에서 선수들의 부상을 예방하며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 절감이 크다.
치앙마이는 방콕과 달리 물가가 여전히 저렴하다. 한국의 40% 수준이다. 선수단 회식비가 회당 200~300만원 수준이 드는데 국내, 일본에서 진행할 경우는 5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는 회식을 주로 하는 한국 식당도 찾기가 쉽지 않다.
대다수 팀들이 해외 전지훈련을 가면 생기는 예비 비용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그 금액도 치앙마이는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10년 가까이 치앙마이 훈련을 돕는 관계자가 있기 때문에 훈련 장비, 행정 장비 등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관광대국인 태국은 서비스 마인드가 좋다. 일본의 경우 전지훈련 계약서 상에 들어가지 않은 부대 조건 제공에 인색한 편이다. 가령 훈련장에서 분석팀이나 감독이 활용하기 위한 망루나 사다리가 필요할 경우 일본에서는 계약서 상에 없는 조항이라며 협조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반면 태국은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마법이 있다. 특히 치앙마이는 방콕보다도 더 협조적이고, 한국 팀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 관대하다. 골프리조트의 경우 최근 이용자의 상당수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사전에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하는지 잘 파악하고 있다. 음식도 이미 한국인 손님이 많기 때문에 선수들 입맛에 맞는 부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치앙마이는 이런 장점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K리그 팀들을 모셔오기 위한 준비까지 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3~4개 팀이 방문하던 분위기였지만 코로나 이후 치앙마이는 총 6개 팀이 방문했다. 인근 치앙라이의 광주까지 합하면 7개 팀이다. 치앙마이를 원한 팀이 더 있었지만 훈련장 확보 문제로 더 오지 못했다. K리그 팀이 사용할 수 있는 훈련장을 골프 리조트들이 2~3면 더 확보한다면 2024년에는 10개 팀 가량의 방문이 가능하다.
치앙마이주도 K리그의 방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국 전지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주 가량의 체력, 전술 훈련 후 치르는 연습 경기의 퀄리티다. 치앙마이의 상대적 약점은 이 부분이다. 전북이 향하는 스페인 마르베야, 울산이 향하는 포르투갈의 알가르브, 터키 안탈리아는 다른 유럽 팀들도 찾는 훈련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높은 레벨의 상대가 정해진다.
치앙마이는 대부분 국내 팀, 그리고 인근의 태국 프로축구 1, 2부 리그 팀이다. 그래서 차라리 생각을 전환해 연습 경기를 컵대회 수준으로 열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현재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K리그1과 K리그2 팀 간의 연습 경기나, 태국 팀과의 연습 경기를 프리시즌 컵대회 형태로 치르며 안정적인 경기 횟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 전지훈련 동안 제주는 이미 치앙라이 유나이티드와 친선전을 치렀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원하는 프로축구단 국제교류 사업이 뒷받침했다. 이런 사업을 확대해 스폰서를 확보, 국내 팀들과 태국 현지 팀, 그리고 치앙마이를 찾는 다른 해외 팀이 참가하는 컵대회를 운영할 수 있다. 컨디션을 올리는 것뿐 아니라 실전 대비까지 추진하는 것이다. 치앙마이주는 이럴 경우 K리그 팀들의 체류 기간이 일주일 가량 더 늘어나 지역 경제에 더 이바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모르 파티' 춤을 추는 듯 김건희의 포즈 [순간포착]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세계 최고 미모의 축구선수' 아나 마리아 마르코비치의 모델 뺨치는 포즈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르포] '월드컵 끝났다' MBC 해설위원의 카타르 생존기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대표팀 출신 공격수, 전처 조카와 '임신 골인'...혼돈의 족보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2022년 최고의 순간' 손흥민 40미터 드리블과 황희찬 골… 감격의 슬라이딩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장부조작 스캔들’ 당사자 토트넘 단장, 알쏭달쏭한 한마디 “공격하는 사람은 있는데…” -
- 박항서의 의구심 풀려면... 국대 감독 선임, 모두 납득할 만한 기준이 필요하다 - 풋볼리스트(FOOTB
- ‘천재’ 가비, 9살 때 바르셀로나가 영입한 비결은 ‘4골 내준 뒤 영입 결심’ - 풋볼리스트(FOOTB
- [세리에.1st] 반환점 앞둔 김민재 첫 시즌, 빌드업과 수비 모두 만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 연맹, 2023년도 제1차 이사회 및 정기총회 개최... 청주-천안 회원가입 등 안건 의결 - 풋볼리스트(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