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새 병원 축소계획 철회해야"
국립중앙의료원(NMC) 신축 이전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NMC 전·현직 의료진은 정부가 경제 논리만 앞세워 신축 이전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121명의 전문의로 구성된 NMC 전문의협의회는 17일 “최근 기획재정부(기재부)에서 발표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사업 축소 결정은 현재의 병원 규모로 건물만 새로 지으라는 통보”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NMC 전문의들 “기재부 결정 불수용”
협의회는 전날(16일) 임시 총회를 열고 전문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압도적인 비율(98%)로 기재부 결정을 불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시장 논리로 충족되지 않아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외상, 응급, 감염병, 심뇌혈관질환, 모자의료 등 필수 중증의료 분야에 대해 의료원 기능 강화를 통해 인프라를 마련할 것을 약속해왔다”며 “본원 규모를 늘리지 않고 감염과 외상 병동만 추가로 얹는다고 필수 중증의료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중심병원으로서 정부가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여러 병을 동반한 중증 감염병 환자 진료를 위해 1000병상 이상(본원 800 병상) 상급종합병원급으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게 이들 요구이다.
의료원 총동문회도 16일 성명서를 내고 “경제 논리만 앞세운 결정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정부 “병상 초과공급…NMC 이용률도 낮아”
정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결과를 근거로 이미 서울에 종합병원이 15개 있어 필요로 하는 병상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한다. 또 의료원 병상 이용률(2016~2019년 평균 70%)을 감안하면 NMC 측 요구가 과하다고 본다. 정부가 적정 규모로 제시한 526 병상은 현재 병상(496병상)보다 100병상 많은 것이라며 “삼성 기부 약정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관기관 간 협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고도 강조한다.
그러나 초과 공급 관련, 이소희 NMC 전문의협의회 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우리는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공공의료 중추 의료기관으로서 민간이 담당하지 못하는 진료 영역을 도맡는다”라며 “진료권도 서울시가 아니라 사실상 국가 전체로 봐야 하기 때문에 산술적 기준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기존 의료기관과 비슷한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해 필요한 국가 병원 하나를 제대로 짓겠다는 건데, 정부가 공공의료를 생각한다면 이런 정책 결정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때마다 민간 대형병원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정부는 NMC와 서울의료원 등 주요 공공병원 병상을 동원했다. 공공병원에 일반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은 퇴원 통보를 받고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할 곳을 찾아야 했다. 이소희 회장은 “병상 수를 비슷하게 간다면 또 다른 감염병 대란이 있을 때 취약계층이 강제로 쫓겨날 판”이라고 말했다.
“푼돈 아끼려다 목돈 낭비” 지적도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병상이 아무리 많아도 코로나 환자를 봐주는 병원이 없으면 그 병상은 그림의 떡”이라며 “그래서 환자들 입원이 늦어지고 상당수는 집에서, 요양병원에서 임종을 맞았다. 단순히 서울에 병원이 많으니 크게 지을 필요가 없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민간병원들에 코로나 환자 보게 하려고 지급한 손실보상금은 8조원을 넘어서지만 기재부가 사업 규모를 축소해 줄인 예산은 615억원”이라며 “푼돈 아끼려다 목돈을 낭비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낮은 의료이용률에 대해서도 NMC는 “신축 이전 논의가 20년 넘게 지지부진한 가운데 제대로 된 투자도 없었던 것과 메르스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입원해 있는 기존 환자들을 억지로 내보내 가며 감염병 대응을 하게 한 요인을 고려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한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몰렸던 점을 고려하지 않았단 얘기이다. 김윤 교수는 “정부가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게 허용한 것도 아니고 투자도 안 하며 악순환이 됐던 것”이라며 “악순환을 만들어놓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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